이동걸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돈 안들이는 나쁜 LBO"
“‘뉴머니(신규자금)’를 공급해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할 수 있는 새 주인을 찾기 위한 플랜B를 검토하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7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현대중공업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불승인으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 찾기가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는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이 취소된다고 해도 국책은행 관리 체제가 장기화하는 것은 대우조선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산은의 관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대우조선의 야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조선산업 발전을 위해서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 13일 EU 집행위원회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의 독과점을 이유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에 반대표를 던졌다. 유럽 내 액화천연가스(LNG)선 가격 상승과 LNG 선주들의 입장 등 ‘자국 이기주의’에 근거한 판단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국민께 죄송하지만 (불승인) 결과에 유감스럽고 납득하기 어렵다”며 “한국이 EU 결정에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이 불승인 결정 취소 소송 등을 제기해 법적 다툼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소송 여부와 상관없이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 찾기’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이 군함 등 특수선과 고도의 LNG선 기술을 보유한 상황에서 해외 매각은 어렵다”며 “국내에서 매각 대상자를 찾겠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수 후보자를 언급하진 않았다. 그는 “조그만 회사가 큰 회사를 인수할 지도 모르지만 모든 방안이 열려 있다”고 했다.
매각 방식으로는 구주 매각보다 신규 자금(뉴머니)을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신주발행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플랜B는 경영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3월로 예상했다.
이 회장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 컨설팅을 하고 있다”며 “컨설팅 결과가 나오는 3월 무렵 정부와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거쳐 중장기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획의) 스펙트럼은 플랜 B부터 D까지 오픈돼 있다. 핵심은 주인 찾기부터 산업재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컨설팅 결과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추가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투입한 자금은 4조2000억원이다.
이 회장은 조선업계의 출혈 경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조선 3사가 모든 부분에서 같은 구조를 갖고 경쟁하고 있다”며 “3사가 특화 전략을 마련해서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가면 공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3사 모두 공멸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쌍용차를 품는 에디슨모터스의 인수 방식에 대해 이 회장은 “가장 나쁜 인수 구조인 전형적인 차입매수(LBO)방식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LBO란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에 돈을 빌려 대상 기업을 인수하는 M&A기법이다. 종종 인수대상 기업의 자산을 이용해 돈 한푼 안들여 우량기업을 인수하는 무자본 M&A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 회장은 “(에디슨모터스가) 대출을 받아 사업하겠다는데 이는 M&A 중에서 가장 안 좋은 방식”이라며 “앞으로 재무적투자자(FI)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지, 전략적투자자(SI)인 에디슨모터스 측이 본인 자금을 얼마나 넣는지도 면밀히 보겠다”고 말했다.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는 지난 10일 본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3월 1일까지 채권자별 변제계획 등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회생계획안은 채권단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법원의 M&A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쌍용차가 제출할 회생계획안의 경우 철저하게 돈을 갚을 수 있는지만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회생계획안 가운데 상거래 채권자에 갚아야 빚 중 3~5% 수준만 변제하고 나머지는 탕감하겠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과연 상거래 채권자들이 동의할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대해서는 "고객의 90%가 한국인인 만큼 EU가 반대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우조선과 같은 해외 당국의 불허 사태가 재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해외결합 승인과 관련해 한국처럼 정부가 손 놓고 있는 데가 어디 있냐"며 "범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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