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위기’ 통화한 美국무에 中 “올림픽 방해·대만 불장난 말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7일 전화 통화를 갖고 베이징 겨울 올림픽, 대만, 우크라이나 위기 등 현안을 논의했다고 양국 외교 당국이 각각 발표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블링컨 장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추가 침략이 야기한 글로벌 안보와 경제 위기를 강조했다”며 “단계적 긴장 완화와 외교가 책임 있는 해법임을 전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측이 발표한 왕이 부장의 발언은 날이 서있었다. 왕이 부장은 “급선무는 미국이 베이징 겨울 올림픽 방해를 멈추고,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카드놀이를 중지하며, 각종 반중(反中) ‘소그룹’ 결성을 그만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선 “민스크 협정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민스크 협정은 2014년 우크라이나, 러시아,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이 서명한 돈바스 전쟁 정전협정이다. 왕 부장은 “한 나라의 안보는 다른 나라의 안보를 대가로 손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지역 안보는 군사 집단의 강화, 심지어 확대로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반대하는 러시아의 입장을 중국이 동조한 대목이다.
미·중 관계에 대해 두 나라 외교 수장은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화상 회담의 성과를 강조했다. 왕 부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고, 중국의 체제 변화를 노리지 않으며, 동맹 관계를 강화해 중국에 반대하지 않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중국과의 충돌·대항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면서 “앞선 (트럼프) 정부와 다르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왕 부장은 미국의 실제 태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는 실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실천하지도 않았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잘못된 언행을 쏟아내 양국 관계에 새로운 충격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통화 내용 중 긍정적 대목도 공개했다. 블링컨 장관이 “바이든 대통령이 양국 정상회담에서 밝힌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미·중은 이익이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이견도 존재하는 만큼 미국은 책임 있는 자세로 이견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다. 블링컨 장관은 또 “미국은 미국 선수들의 베이징 겨울 올림픽 출전을 응원하며 중국 국민이 춘절(설)을 맞이하는 것을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프라이스 대변인은 “국무장관과 왕이 부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화상 회담에 대해 어떻게 협력해 나갈 것인지 의견을 교환했다”며 “전략적 위기, 보건 안보, 기후 변화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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