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위해 사는 두 남녀가 태백으로 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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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 나오는 두 사람은 모두 습관적이다.
자신이 겪은 아픔 때문인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소주를 달고 산다.
모인의 과거와 관련이 있는 강원도 태백이 두 사람이 함께 죽기로 택한 장소다.
제목처럼 영화는 겨울 태백 풍경을 상징하기도 하고 두 사람이 갖고 있는 병증을 상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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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필 기자]
▲ 영화 <온 세상이 하얗다> 관련 이미지. |
ⓒ (주)평화사 |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사람은 모두 습관적이다. 자신이 겪은 아픔 때문인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소주를 달고 산다. 주변 사람들에게 무해한 거짓말을 한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몇 번을 실행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온 세상이 하얗다>는 서로 우연히 만난 두 남녀의 로드 무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을 모인(강길우)이라 소개하는 남자는 습관성 음주로 치매를 앓고 있다. 모인이 사는 동네로 얼마 전 이사 온 여자(박가영) 또한 매사에 취해 있다. 우연히 마주친 모인을 향해 왜 자기를 계속 따라오냐고 쏘아붙일 정도로 날이 서 있기도 하다.
▲ 영화 <온 세상이 하얗다> 관련 이미지. |
ⓒ (주)평화사 |
▲ 영화 <온 세상이 하얗다> 관련 이미지. |
ⓒ (주)평화사 |
제목처럼 영화는 겨울 태백 풍경을 상징하기도 하고 두 사람이 갖고 있는 병증을 상징하기도 한다. 하얀 눈이 내려 쌓이면 땅 아래 것들이 하얗게 뒤덮이듯 이들의 기억은 종종 편집되며 사라진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이름을 다르게 말하거나 과거 일에 대해 거짓부렁이를 던지곤 한다.
일상을 제대로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치매가 심해진 모인은 자신에게 다가온 여인의 과거를 애써 묻지 않는다. 어차피 들어도 까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잘 아는 여성 또한 애써 자신을 포장하거나 과장하지 않는다. 자신이 데이트 폭력 피해자라는 사실 또한 모인 앞에선 의미가 없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영화는 두 사람의 짧고도 긴 여정을 조명한다. 의미 없어 보이는 대화를 하다가 포복절도하는 모습, 라디오에서 무심하게 흘러나오는 남북통일 소식도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다만 태백에 머물며 우연히 듣게 된 떠돌이 개를 위해 사료와 물을 준비하거나, 자신들보다 앞서 목을 매려 한 또다른 남성을 발견하고 다급히 끌어내려 필사적으로 살릴 뿐이다.
무거운 여정 곳곳에 숨어있는 찰나의 유머들, 어쩌면 가벼운 농담이 그 인생의 무게감을 더하는 것처럼 보인다. 죽으려 한 사람들이 생명을 살리려 하는 의지를 보이는데 관객 입장에선 이런 서사에서 나름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을 품을 만하다.
개연성이 희미한 서사, 우연을 가장한 설정이 투박하게 느껴지고 캐릭터들 또한 자기연민에 둘러싸여 있지만 영화 자체에 힘이 없는 건 아니다. 광고 연출자로 경력을 쌓아온 신예 감독의 그 다음 행보를 기대해본다.
평점: ★★★(3/5)
영화 <온 세상이 하얗다> 관련 정보 |
감독 및 각본: 김지석 출연: 강길우, 박가영 제작: ㈜평화사 배급: ㈜트리플픽쳐스 러닝타임 : 107분 등급: 15세이상 관람가 개봉: 2022년 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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