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영감' 주는 감각적 전시 셋, 부산 F1963에 나란히..

이은주 2022. 1. 2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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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부산, 문성식 개인전
F1963 석천홀 아름지기 특별전
현대모터스튜디오 '미래' 디자인
문성식, 새드 엔딩, 2021, 캔버스에 젯소, 연필, 아크릴과슈, 41 x 32 cm. 안천호 촬영. [사진 국제갤러리[

화가 문성식 개인전, 재단법인 아름지기 20주년 특별전, 현대 모터스튜디오 전시···.
지금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디자인 전시다. 각기 다른 날에 개막했지만, 우연히도 세 전시 모두 복합문화공간 F1963에서 나란히 동시에 열리고 있다. 문성식 작가 개인전이 지난 21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막했고, 그 옆 석천홀에선 아름지기 20주년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이웃 건물 현대 모터스튜디오의 '미래가 그립나요?'전도 놓치기 아깝다.

완성도 높게 꾸려진 세 전시가 각각 과거·현재·미래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아름지기가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조명했다면, 현대 모터스튜디오 전시는 '미래 전망'이 핵심이다. 그 가운데 그림 전시를 열고 있는 문성식은 지금 우리시대의 일상 풍경을 독특한 시선과 기법으로 화면에 담아내는 작가다. 장르가 모두 다르지만, 우리 시대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았다.


문성식, 우리시대 풍경


문성식, 정원과 나, 2021 캔버스에 젯소, 연필, 아크릴과슈 41 x 32 cm. 안천호 촬영. [사진 국제갤러리]
문성식. 겨울나무, 2021 캔버스에 유화, 연필 27.4 x 19.2 cm. 안천호 촬영. [사진 국제갤러리]
문성식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국제갤러리 부산점 전경. [사진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에서 '삶 Life' 전시를 열고 있는 문성식은 미술계에서 '아이돌 급' 인기를 누리는 작가다.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을 그리며, 유화와 연필을 사용하는 독특한 자기만의 작법(유화 드로잉)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전시 때마다 반응도 뜨겁다. 이번 전시작도 개막에 앞서 거의 다 팔렸다.

전시작은 일상의 장면, 주변 동물과 식물 등의 모습을 담은 약 100여 점의 유화 드로잉 신작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작가가 2019년부터 시작한 대형 장미 연작 '그냥 삶'의 신작, 그리고 지난해 전남 수묵 비엔날레에 선보인 풍경화 '그저 그런 풍경: 땅의 모습'도 함께 선보인다.

작은 공책 크기 캔버스엔 과수원집 가족의 소소한 일상, 동네 골목에서 작가가 목격한 흔한 풍경이 그대로 담겼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집을 보기 위해 찾아간 사람들 모습을 담은 '협상',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에 걸어가는 연인 '새드 엔딩' 등이 이야기를 피워올린다.

주목할 것은 그의 독특한 유화 드로잉 기법이다. 두껍게 바른 유화 위에 연필로 그 바탕을 긁어내는 그의 그림은 마치 박수근의 작품처럼 거칠고 투박한 표면이 특징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연필은 회화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로 즉흥적이며 소박하다"며 "연필은 내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왜곡 없이 솔직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198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난 문성식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부산에서 작업하고 있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디자인 상상력 자극하는 '커넥팅' 전


아름지기 20주년 특별전 전시장 모습. [사진 아름지기]
아름지기 20주년 특별전 '커넥팅'에서 제안한 현대 제례상. [사진 아름지기]
F1963 석천홀에서 열리고 있는 아름지기 20주년 특별전 전시장 모습. [사진 아름지기]
아름지기 재단의 '커넥팅(CONNECTING )' 전시는 옛 공장의 흔적이 거칠게 남은 석천홀에서 열리고 있다. 공간 규모가 2046.2㎡( 약 620평)에 이른다. 건축가 그룹 SoA 디자인이 작업한 공간엔 마치 박물관에서 온 듯한 전통적 분위기의 사물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현대적 감각이 녹아든 디자인 작품읻자.

이번 전시는 지난 20년간 전시를 통해 전통의 아름다움을 꾸준히 알려온 아름지기의 20년 역사를 한데 모은 것으로, 90여 명의 작가 400여 점을 소개한다.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 전통 의복에서 영감을 받은 현대 의상, 또 새롭게 현대적으로 디자인해 제시한 제례상과 도시락상, 술상과 찻상 등을 볼 수 있다. 전통에 뿌리를 두었지만, 각 작품이 제시하고 있는 것은 '미래'로의 연결 가능성이다. 각양각색의 미니멀한 식기와 가구들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전시는 2월 13일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미래가 그립나요?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점에 전시된 드로잉 아키텍쳐의 파사드 드로잉 작품. [사진 현대모터스튜디오]
심소미 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에서 소개한 피플즈 아키텍처 설치작품. 사진 현대모터스튜디오]
'미래가 그립나요?' 전은 건축, 그래픽 디자인, 미술, 기술 연구, 영상, 3D 애니메이션, 게임, 가상현실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다가올 미래를 탐색한다. 현대자동차가 처음 주최하는 디자인상 '현대 블루 프라이즈 디자인 2021' 수상자인 심소미(41) 큐레이터가 기획했다. 심소미는 서울과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독립 큐레이터로, 다양한 배경의 글로벌 작가 14팀의 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장 내부와 외부를 거대한 파이프 구조물 설치로 건축적 상상력을 보여준 피플즈 아키텍처 오피스 작품, 현대모터스튜디오 건물 유리 통창에 미래도시의 풍경과 부산의 현재 풍경을 담은 드로잉 아키텍처 스튜디오의 작품 등이 감각적이다.

국내 대표 중견 건축가 중 한 명인 최욱(원오원아키텍츠 대표)이 설계한 현대모터 스튜디오는 건물과 공간 자체도 볼거리다. 최욱 건축가는 현대디자인카드 라이브러리,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을 설계했다. 전시는 3월 31일까지.

부산=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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