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셜록홈즈' 얕잡아 봤다 매력에 빠져버리는 영화

김준모 2022. 1. 26. 10: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뷰] <극장판 천재 추리 탐정 셜록홈즈>

[김준모 기자]

 <천재 추리 탐정 셜록홈즈> 포스터
ⓒ (주)블루라벨픽처스
 
전 세계 누적 판매 부수 800만 부를 돌파한 <천재 추리 탐정 셜록홈즈>는 홍콩 아동도서 분야에서 127회 1위를 차지한 작품이라고 한다. 국내에도 2019년 첫 출간되어 학부모들 사이에서 초등학생 추천도서로 알려진 이 도서를 바탕으로 한 극장 애니메이션이 <극장판 천재 추리 탐정 셜록홈즈>의 정체다. 어린이 도서인 만큼 아서 코난 도일의 원작 속 캐릭터만 가져왔을 뿐 다른 이야기를 선보인다.

작품은 어린이 도서를 바탕으로 한 만큼 인간 대신 동물을 의인화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점에서 한 애니메이션이 떠오를 것이다.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1984년 TV 애니메이션 <명탐정 홈즈>다. 실제 원작자인 려하 작가는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캐릭터 설정을 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이 참여한 만큼 극장에서 볼 작품을 TV에서 봤다는 평을 받을 만큼 높은 퀄리티를 선보였다.

때문에 <명탐정 홈즈>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극장판 천재 추리 탐정 셜록홈즈>는 다소 아쉽게 다가올지 모른다. <명탐정 홈즈>의 경우 <감바의 모험> <루팡3세>의 미쿠리야 쿄스케가 감독을, 미야자키 하야오의 후계자로 불렸던 <귀를 기울이면>의 콘도 요시후미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 당시 올스타가 총출동한 것이다. 여기에 셜록홈즈의 동물 의인화로 먼저 뇌리에 각인된 작품인 만큼 후에 등장할 작품의 신선함을 희석시킨 면도 있다.
  
 <천재 추리 탐정 셜록홈즈> 스틸컷
ⓒ (주)블루라벨픽처스
 
이 중화권 애니메이션은 작화의 신선함이나 장르적인 흥미로 대중적인 매력을 발산하기에는 아쉬운 측면이 있다. 다만 스토리의 측면에서는 흡인력이 있다. 핵심적인 플롯의 골격은 명탐정 vs. 대도둑이다. 셜록홈즈 vs. 아르센 뤼팽 때부터 등장했던 이 구조는 두뇌게임을 통한 재미를 유발한다. 이제는 전설이 된 추리만화 <명탐정 코난> 역시 괴도 키드를 등장시키는 등 탐정과 도둑의 대결구도는 추리극의 필살기라 할 수 있다.

극장판에 어울리는 무기를 장착한 작품은 꽤나 깔끔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보여준다. 먼저 '기'에서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화이트 스톰이 범인으로 몰리는 상황을 그린다. 이 사건을 통해 화이트 스톰이 지닌 존재감을 설명한다. '승'에서는 셜록 홈즈가 화이트 스톰을 잡았다가 오히려 비판을 듣는 상황을 그린다. 알고 보니 화이트 스톰은 고아원 아이들을 돕는 의적이었던 것이다.

작품은 당대 영국 사회의 빈민층을 조명한다. 원작의 시대적 배경은 영국이 대영제국이었을 때이다. 당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불릴 만큼 큰 부를 축적했으나 극심한 빈부격차를 겪었다. 이는 작품의 보스인 줄 알았던 화이트 스톰이 사실은 선역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에서는 이를 활용해 서스펜스 장르의 기교인 맥거핀을 보여준다. 화이트 스톰의 탈옥과 함께 함께 수감되어 있던 죄수인 불곰이 등장하며 이 캐릭터가 빌런으로 등장한다.
  
 <천재 추리 탐정 셜록홈즈> 스틸컷
ⓒ (주)블루라벨픽처스
 
어린이 애니메이션에서 다소 유치하게 표현될 수 있는 이 기교를 유려하게 펼친다는 점은 이 작품만이 지닌 스토리텔링의 힘이 있음을 알게 만든다. 때문에 셜록홈즈와 화이트 스톰이 불곰과 대결을 펼치는 '결'은 상당한 몰입을 지니게 만든다. 덧붙여 정체를 숨기고 딸을 만나야 했던 싱글대디 화이트 스톰과 딸 케이티 사이의 서사는 감동을 보여준다. 추리의 매력에 더해 감정적인 흐름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귀여운 캐릭터의 매력으로만 승부할 줄 알았던 이 애니메이션은 자체적인 스토리텔링이 지닌 위력을 보여준다. 무겁게 분위기를 잡지 않으면서도 흡인력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냈다는 점 하나만으로 전 연령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코드를 만들어냈다. 셜록홈즈를 어린이들을 위해 각색하면서 어른들을 위한 미덕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 이 작품이 지닌 장점일 것이다.

여기에 쿠키영상을 통해 마블 못지않은 <천재 추리 탐정 셜록홈즈>의 세계관과 관련된 떡밥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마 셜록홈즈를 아는 이들이라면 그의 천적이 등장하는 이 쿠키영상에 열광할 것이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며 극장을 향하는 발걸음을 막아서고 있는 이때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의 등장이 반갑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