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1만원 시대' 공시제 하겠다는 정부..업계 "배달 기사 늘어야 해결"

최현주 2022. 1. 2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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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경기도 판교신도시에 사는 김모(34)씨는 저녁 반찬으로 간장게장이 먹고 싶다는 8세 아들을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다. 2만원짜리 간장게장의 배달비가 6000원이라서였다. 음식값의 30%인 배달비를 두고 고민하던 김씨는 결국 자동차를 몰고 해당 가게에 방문해서 포장했다. 김씨는 “아이를 봐줄 남편이 집에 없었다면 꼼짝없이 비싼 배달비를 낼 뻔했다”며 “같은 아파트단지 주민끼리 ‘배달 공구’를 한다더니 할 수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달비가 치솟으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쿠팡이츠]


"폭설 때는 배달비 1만원 넘기도"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배달 시장이 급격히 커지며 ‘배달비 1만원 시대’가 현실화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외식이 어려워지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배달 의존도가 커진 영향이다. 문제는 배달 의존도가 커진만큼 배달비가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배달비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배(음식값)보다 배꼽(배달비)이 크다’며 배달 앱 탈퇴 움직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서울 기본 배달료는 2500원이었는데 지금은 4000~5000원이 기본”이라며 “거리에 따른 할증이나 점심시간같이 주문이 몰리는 때나 폭설·폭우 같은 변수까지 고려하면 1만원이 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배달비 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긴급 처방을 내놨다. 매월 배달비를 공개‧비교하는 ‘배달비 공시제’다. 당장 다음 달 서울 등 일부 지역에 우선 적용한다. 공개항목은 배달플랫폼별 배달비, 거리별 할증요금, 배달방식별(묶음· 단건) 수수료, 최소주문액 등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은 지난 21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 참석해 “2월부터는 소비자단체협의회가 매달 1회 배달수수료 현황을 조사해 소비자원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달 기사 부족에 단건 배송 경쟁까지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주문을 할 때 배달비가 얼마인지 공개되고 있어서다. 배달비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급 부족이다. 배달 주문을 하는 수요는 급증했는데 배달 기사 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국내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1조1711억원으로, 2019년(9조7354억원)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2017년(2조7326억원)의 열 배 수준이다.
배달 앱의 한 음식점 배달비가 6000원이다. [배달앱 캡쳐]


여기에 배달플랫폼 간 출혈 경쟁 영향도 있다. 2019년 5월 쿠팡이츠가 출시하면서 ‘단건 배달’을 앞세우자 배달의 민족이 가세하며 경쟁 구도가 조성됐다. 이전까지는 배달 기사 한명이 한 번에 3~4건을 처리했다. 한 번에 1건만 처리하면 공급 감소 효과가 난다. 배달 기사 입장에서는 같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건수가 줄어들면서 수익이 줄게 된다. 부족한 수익은 배달비 인상으로 이어진다.

배달 기사의 고용보험 도입도 배달비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7월 특별고용지원업종 직종의 산재보험이, 올해부터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됐다. 매월 산재보험료 3만원 여 원과 사업주와 배달기사가 각각 매출의 0.7%를 내야 한다. 익명을 원한 배달 업계 관계자는 “없던 지출이 생기면서 업체 입장에선 배달 기사의 수익을 보전해줘야 하는 데다 ‘투잡’을 뛰거나 신용불량 등으로 보험 가입이 어려운 배달 기사들의 이탈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배달비 공시제가 되레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달비는 음식점주와 고객이 나눠서 내는 구조다. 음식점주는 배달플랫폼에 배달을 중개해준 중개비를 내는데 이게 배달플랫폼의 수익이다. 실제 배달비를 얼마를 낼지는 음식점주가 정한다. 예컨대 배달비가 5000원이라면 음식점주가 2000원, 고객이 3000원을 낼 수도 있고 음식점주가 0원, 고객이 5000원을 모두 낼 수도 있다.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액


공시제로 소상공인과 소비자 부담 커질 수도


배달비 공시제로 배달비 인하 과당 경쟁이 일어나면 당장 고객이 내는 배달비가 표면적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그만큼 음식점주의 부담이 커진다. 이 부담은 음식값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배달비 근본 원인인 공급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배달플랫폼의 포장 주문 건수는 크게 늘고 있다. 배달 앱 요기요의 포장 주문 건수(지난해 11월 기준)는 1년 새 90배 늘었다.

배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배달비가 비싼 단건 배달과 시간이 더 걸려 배송되더라도 배달비가 저렴한 다건 배달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달비 인상으로 소비자가 부담이 커지면 결국 배달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배달 시장 전체에 타격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만큼 과당 경쟁보다 근본 원인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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