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50조 추경에 작년 4% 성장 턱걸이..올해 3%도 어렵다
지난해 한국 경제가 4% 성장률 고지를 밟았다. 정부 목표치(4.0%)에 턱걸이하며 시장 예상(3.9%)을 뛰어넘었다. 11년 만의 최고 성적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역성장(-0.9%)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 막대한 정부 지출의 약발인 만큼 낙관은 금물이라는 평가다. 올해 3% 성장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0%(전년 대비)를 기록했다. 2010년(6.8%) 이후 최고치다. 당초 우려했던 3%대 성장률을 피한 건 지난해 4분기(10~12월) 깜짝 성적 덕분이다. 지난해 2분기(0.8%)와 3분기(0.3%)에 0%대에 머물던 성장률은 4분기에 1.1%(전 분기 대비)를 기록했다.
4분기 성장은 내수가 그야말로 다했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1.1%포인트로, 전 분기(-0.6%포인트)의 충격을 털어냈다. 코로나19 4차 유행과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지난해 3분기 감소(-0.2%)했던 민간소비가 증가세(1.7%)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특히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0.7%포인트를 차지하며 민간(0.5%포인트)을 앞질렀다.
지난해 전체로 보면 민간 소비와 수출이 성장의 엔진 역할을 했다. 지난해 GDP 성장 기여도에서 민간은 3.2%포인트를 차지했다. 정부(0.7%포인트)를 크게 앞질렀다. 2020년 5.0% 감소했던 민간소비는 지난해 3.6% 늘었다. 증가 폭으로는 2010년(4.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1.8% 줄었던 수출도 지난해 9.7%나 늘었다. 2011년(15.4%)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다만 수입도 8.4% 늘면서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0.8%포인트를 기록했다. 2020년엔 0.5%포인트였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도 백신 접종과 함께 선진국 등의 경제활동이 재개되며 자동차·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수출이 호조를 보였다"며 "(가계 등) 소비 주체가 코로나19에 적응하며 방역 조치 완화(단계적 일상회복) 등으로 민간 소비도 늘었다"고 말했다.
4% 성장률에 청와대와 정부는 반색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해 4% 성장으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주요 20개국(G20)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강한 회복세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자화자찬이란 지적이다. 정부가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4%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지난해 4분기(1.1%)의 '깜짝' 성장 덕이다. 4분기 성장률에서 정부 기여도는 0.7%포인트에 이른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49조8000억원을 풀었다. 이 중 34조9000억원은 지난해 9월 이후 편성됐다.
황상필 국장은 "정부가 추경을 하면 정부 소비만 늘어나는 게 아니고 민간 소비의 성장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민간 기여도는 0.5%포인트다.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1%다. 한은 전망치는 정부보다 낮은 3.0%다. 하지만 이마저도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에선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내수 회복이 지체될 수 있는 데다, 미국의 통화 긴축 가속화와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 대외 환경도 좋지 않아서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LG경영연구원 등은 올해 성장률을 2.8%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7%로 전망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수출 증가세와 내수 소비 회복세가 둔화할 것"이라며 "가계는 소득보다 물가가 많이 오르고 있어서 실질 소득 감소의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지난해 3.0%(전년 대비)를 기록해 연간 성장률보다 낮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돈을 풀지 않으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 중후반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우 D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연간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2.6%에 이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여파 등으로 통화정책이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보다 긴축적으로 흘러가며 민간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올해에도 민간이 주도하는 성장세가 지속할지 여부는 불확실해 보인다"고 밝혔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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