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사형선고 아냐… 치료법 비약적으로 발전" [헬스조선 명의]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2022. 1. 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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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폐암 명의’ 국립암센터 폐암혈종내과 한지연 교수

 

폐암이 점점 늘고 있다. 폐암은 2019년, 암 발생 순위 2위에 올랐다(1위는 갑상선암). ‘한국인의 암’으로 불리던 위암을 제친 것이다. 폐암은 사망률 1위의 암이기도 하다. ‘사형선고’로 받아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서운’ 암이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 절망적인 걸까? 폐암 치료 명의인 국립암센터 폐암혈종내과 한지연 교수를 만나 얘기 나눠봤다.

국립암센터 폐암혈종내과 한지연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폐암, 여전히 무서운 병인가?

아니다. 1990년대, 내가 처음 종양내과의사 자격증을 따고 일을 시작했을 땐 폐암은 정말 무서운 병이었다. 항암제가 한두 종류밖에 없어서, 수술을 못 하는 단계에 발견하면 다 죽는다고 생각했던 병이다. 더욱이 조기 발견이 어려워 많은 환자들이 수술이 어려운 4기에 처음 진단을 받았다. 이들은 평균 6개월 정도 생존했다. 쓸 수 있는 약이 없어서 수술이 불가한 환자에게, 어쩔 수없이 수술을 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1990~2000년대 초, 고전적인 항암제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됐다. 수술이 어려운 폐암환자들도 치료 받을 기회가 차츰 늘어난 것이다.

‘암세포만 죽일 순 없을까’하는 고민의 결실로 표적치료제가 개발되기도 했다. 말 그대로 표적, 즉 바이오마커를 찾고 그에 대항하는 약을 쓰는 것이다. 표적이 있는 경우 4기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3~5년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때에도 표적치료제에 대한 내성 탓에 환자들이 치료 중 사망하는 경우가 있었다. 내성을 극복하는 약을 개발하기 위해 또다시 수많은 과학자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로는 면역치료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시행되고 있다. 환자의 면역력을 끌어올려 암을 치유하게 만드는 약이다. 면역이 과도하게 올라 정상 세포도 공격하는 경우가 발생했지만, 제임스 앨리슨·혼조 다스쿠 박사(노벨생리의학상 수상) 덕에 이런 독성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4기 폐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5년을 넘어선다.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던 환자들이 이제는 충분히 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치료법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 정복도 가능한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발생률과 사망률을 모두 낮춰야 한다.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폐암 표지자를 더 많이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고, 대다수의 환자가 저항적이고 진행적인 암으로 결국 사망하기 때문에 꾸준히 내성 원인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나를 비롯한 우리 연구진들은 폐암 극복에 결정적 역할을 할 새로운 치료법들을 개발하는 걸 목표로 두고 있다.

영상 검사 속 폐암./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폐암 치료에 어떤 한계가 있나?

꾸준한 과학적 관심과 연구를 통해 수많은 약이 개발됐다. 이런 약을 누구나 쓸 수 있어야 한다. 약들의 효능이 입증되고 보험이 적용되는 게 다른 나라는 4~5년 전에 다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최근에 들어서야 보험이 한두 개 적용되고 있다. 어떤 치료가 환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인지 그 정답을 알고 있는데도 현실에서 해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환자가 비용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임상이 2~3년만에 완료돼 신약으로 등극할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돈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 재정 상황에 따라 ‘탑티어’의 약을 쓸 수 있는지가 결정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프다. 해결돼야 할 암환자 보험 문제가 많다.

-폐암 발생 자체를 막을 순 없나?

남성 폐암 환자의 90% 이상이 흡연자다. 국제적으로도 폐암의 제1원인이 흡연으로 꼽힌다. 사실 국가사업으로 담배를 판매하는 게 아이러니다.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 담배를 끊어야 폐암을 줄일 수 있다.

국립암센터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추고자 설립된 곳이다. 병원뿐 아니라 연구소, 암 관리 센터 등이 있어서 폐암을 막기 위한 노력을 다방면에서 기울이고 있다.

-담배만 안 피우면 폐암으로부터 자유롭나?

흡연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여전히 여성 폐암 환자의 80%는 비흡연자다. 원인은 다양하게 추정된다. 미세먼지, 간접흡연, 라돈(건축자재에서 발생하는 여러 물질) 등이 꼽힌다. 이를 관리하는 게 쉽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가 직격탄이다. 동아시아 폐암 빈도가 전 세계 대륙에 비했을 때 두 배 이상으로 크게 늘고 있다. 미세 먼지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국제적으로 환경적 요소를 관리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잘 지켜야 한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건 금연과 더불어 자주 환기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마스크 시대다. 폐 건강에 해가 되진 않을까?

마스크를 쓴다고 폐 건강이 나빠지진 않는다. 오히려 바이러스 등을 막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마스크 착용은 겨울 감기뿐 아니라 여러 바이러스 질환의 전염력을 낮추고 미세 먼지까지 막아준다. 다만 품질 관리가 잘 돼야 할 것이다. 마스크에서 나오는 화학물질 등 품질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립암센터 폐암혈종내과 한지연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저선량 CT로 조기검진이 가능해도, 검사를 안 받는 흡연자가 많은데?

고도흡연자가 검진을 안 받는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암 위험이 크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정말 암이 있을까봐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국가에서 나름 근거를 갖고 제시한 조기검진이다. 참여하는 게 옳은 것 같다.

그래도 정말 받아야 하는지 확신이 안 선다면, 만성질환 여부를 따져보길 권한다. 흡연자에게 폐암은 마지막에 오는 질환이기도 하다. 심혈관질환, 대사성질환이 온 뒤에 비교적 나중에 발생한다. 고도흡연자이면서 이런 질환을 갖고 있다면 부디 한 번쯤 폐암 검진을 받아보라고 하고 싶다.

-비흡연자는 폐암 선고 시 충격이 더 클 것 같은데?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폐암을 진단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수긍을 하는 편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피웠기 때문이다. 비흡연자는 정말 충격을 받는다. 게다가 조기검진 역시 고도흡연자를 대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비흡연자들은 암을 초기에 발견해내기도 어렵다. 폐암 발생률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여성 폐암도 따라 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조기진단 방법이 빨리 마련돼야 한다. 폐암 위험 요인도 명확치 않기 때문에,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축자재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충실히 해야 한다. 공해 문제는 국제적으로 엄격히 관리돼야 할 것이다.

-폐암 환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암을 진단받고 의연하기란 어렵다. 심리적인 갈등은 누구나 겪어야 하는 단계다. 이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나면, 과학적 발전에 힘입어 정확하고 효과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닫길 바란다. ‘좌절’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환자 맞춤형 정밀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진 시대다. 폐암이라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 예상도, 기대도 못했던 기적이 의료 현장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다. 끝까지 희망을 갖고 치료에 임하길 적극적으로 권한다.

한지연 교수는

국립암센터 폐암센터·혈액종양내과 전문의, 치료내성연구과 최고연구원으로 폐암 항암치료 명의다.
다양한 임상시험(보다 효과적인 폐암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한 신약 임상시험), 약물유전체 연구(항암치료 시 효과는 최대화하고, 독성은 최소화 하는 환자 개개인의 맞춤치료법 개발을 위한 유전체다형성 연구), 암표지자연구(새로운 치료의 표적 및 환자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표지자 개발 연구) 등 폐암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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