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드넓은 낙동강 모래톱 걸은 시민들 "보 수문 열어뒀으면.."
지난 22일 오후 경남 창녕군 이방면 장천리.
낙동강 합천창녕보 좌안(左岸)에서 상류로 1.8㎞가량 떨어진 이곳에는 모래톱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지난달 1일 환경부가 수질과 생태계 모니터링을 위해 합천창녕보의 수문을 열었고, 수위가 해발 10.5m에서 4.8m로 5.7m를 낮아지면서 주변 갈대밭과 강물 사이에 모래톱이 드러났다.
고기잡이배 한 척은 강물에서 100m쯤 떨어진 갈대밭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현재 낙동강 8개 보 가운데 칠곡보와 구미보가 평소보다 수위를 2m씩 낮췄고, 합천창녕보는 수문을 완전히 개방한 상태다.
합천창녕보 수문 완전 개방
가족과 함께 온 황규이(50·여) 씨는 "맨발로 낙동강 모래를 밟아보니 아주 부드럽다"며 "지중해 해변처럼 관광명소로 만들면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영남대 영문학과 이승렬 교수(전 영남대 교수회 의장)는 "4대강 공사를 진행할 때 학생들이랑 몇 차례 왔다가 파헤쳐진 강을 보고 마음이 언짢았는데, 오늘 와서 강의 본래 모습을 다시 보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생태보존국장은 "수문을 열지 않은 하류 창녕함안보의 영향 때문에 이곳에서도 수위가 해발 4.8m를 유지한다"며 "평소보다는 수위가 낮아졌지만 그래도 물이 일부 갇혀 있다"고 말했다.
창녕함안보의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면 수위를 2.5m 더 낮출 수 있지만, 창녕함안보에서 물을 끌어쓰는 경남 합천군 양진리 광암들 수막 재배 농민들이 지하수 이용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수문 개방에 반대한 탓이다.
바위엔 물 잠겼던 흔적 새겨져
밖으로 드러난 모래톱과는 달리 물이 찬 강바닥에는 짙은 갈색의 펄이 쌓여 있었다. 모터 보트가 지나갈 때나 장화 신은 사람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이곳에서 20㎞ 상류에 위치한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 앞 낙동강에서 만난 마을 주민은 마대 자루에 가득 담긴 말조개 껍데기를 보여주면서 "수위가 내려가면서 강바닥에서 발견된 것들"이라며 "보를 없애기 전에는 강이 완전히 맑아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상류 달성군 현풍읍의현풍양수장 취수구가 강물 밖으로 드러난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합천창녕보의 수문이 열리면서 수위가 낮아진 때문이다.
다음 달 다시 물속에 잠길 예정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의 보 개방 모니터링팀 송석섭 사무관은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2021년 하반기 보 개방 모니터링 계획에서 정한 일정에 따라 보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며 "합천창녕보 수위의 영향을 받는 자모2리 양수장과 도동양수장 등의 양수장 운영 기간이 2월 10일부터라서 수위를 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달성지역 농민들의 마늘·양파 밭에 물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일에도 환경운동연합 전국 조직의 국·처장들이 이곳에 모여 합천창녕보 수문 개방 연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지기도 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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