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첫승 '킹겐' 황성훈 "응원도, 비판도 감사하다"
DRX ‘킹겐’ 황성훈이 뒤늦게 시즌 첫 승을 거둔 심경을 밝혔다.
DRX는 23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정규 리그 1라운드 경기에서 광동 프릭스를 2대 0으로 이겼다. 뒤늦게 시즌 첫 승을 거두면서 1승3패(-4)를 기록했다. 광동 프릭스, 리브 샌드박스, 프레딧 브리온과 함께 꼴찌인 공동 7위가 됐다.
‘제카’ 김건우, ‘데프트’ 김혁규, ‘베릴’ 조건희 등 검증된 자원들로 로스터를 보강한 DRX가 이토록 힘들게 시즌을 시작할 거로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황성훈 역시 “이렇게 어렵게 시즌을 시작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리브 샌드박스와의 시즌 첫 경기에서 패배한 뒤 비로소 후반 운영이나 콜 능력 미숙 등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개인적인 부진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이 시즌 개막 전 탑라인 메타를 잘못 해석했던 것 같다면서 “뒤늦게 다른 팀들을 따라가다 보니 정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개막 후 네 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승리했다는 사실 자체는 기분이 좋지만, 개인 경기력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져 찝찝함도 느낀다.”
-어떤 부분이 불만족스러웠나.
“초반에 탑에서 망하는 그림이 나왔다. 탑라인 챔피언 티어 정리, 라인전 구도에 대한 분석 같은 것들에 대해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한 여파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 수 있나.
“예를 들자면 DRX는 나르라는 챔피언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게 다른 팀들보다 늦었다. 나는 본대에 붙었을 때 이니시에이팅을 해줄 수 있는 챔피언이 좋고, 사이드 플레이에 특화된 챔피언은 좋지 않다고 현재 탑라인 메타를 해석했다. 그런데 다른 팀이 나르를 이용하는 걸 보고서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스크림을 통해 대세 챔피언들의 구도 데이터를 준비해놔야 했는데, 뒤늦게 따라가다 보니 정보가 부족했다.”
-상위권을 넘볼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DRX가 개막 3연패를 당했다. 이렇게 어렵게 시즌을 시작할 걸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실제로 리브 샌드박스와 개막전을 치르기 전까지는 스크림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 팀 결성 후 일주일간은 부진했지만, 이후에는 하루 여섯 게임을 하면 네 번은 이겼다. 스크림의 함정에 빠졌던 것 같다. 스크림 특성상 라이너들의 체급으로 이겨버리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다 보니 후반 운영이나 콜 능력이 미숙하다는 걸 자각하지 못했다. 팀원들 모두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드러나는 성적이 워낙 좋다 보니 고치기가 어렵더라. 개막전에서 패배한 뒤 문제점을 인식했다.”
-3연패 후 ‘데프트’ 김혁규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고 했다.
“3연패 날 연습실에 모여 감독님과 게임 관련 피드백을 끝낸 뒤 혁규 형이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3연패를 했는데 서로에게 불만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불만이 없으면 억지로라도 하나씩 만들어 내서 얘기했으면 좋겠다’ 하더라. 혁규 형이 내게는 ‘너는 라인전을 잘하고, 구도도 잘 아는데 한타 때 과감함이 부족해 아쉽다’고 했다. 그날 이후 스크림에서부터 그 부분을 신경 쓰면서 게임 하게 됐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오늘 2세트 때 대회에서 100% 밴율을 기록 중이던 레넥톤을 풀어주고, 맞라인에서 상대했다.
“레넥톤이 라인전에서 게임을 터트리지 못하면 결국엔 챔피언이 썩는다고 봤다. 그런데 상대가 레넥톤을 이용해 좋은 그림을 만들어냈다. 필밴 목록에 올라있는 챔피언이다 보니, 최근에 레넥톤을 상대하는 연습을 상대적으로 적게 해봐서 타격을 더 크게 입기도 했다.”
-관계자들 사이에선 ‘레넥톤이 과대평가됐다’는 평가도 나오던데.
“최근에는 ▲팀원들의 앞에 섰을 때 좋거나 ▲사이드 플레이에 정말 큰 강점이 있거나 ▲내셔 남작을 잘 사냥하는 챔피언들이 좋다. 레넥톤은 이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도 갖추지 못했다. 아마 과대평가됐다고 보는 시각은 그런 이유일 것이다. 나는 오늘 ‘기인’ 김기인 선수처럼만 플레이한다면 충분히 좋은 챔피언인 것 같다.”
-오늘 김기인이 레넥톤으로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고 보나.
“라인전을 하는데 기분이 너무 나빴다. ‘기인’ 선수가 꼼꼼한 스타일이더라. 웨이브가 올 때마다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알고 있단 느낌을 받았다.”
-어떤 플레이가 인상 깊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기인’ 선수가 시작 아이템으로 ‘도란의 검’이 아닌 ’도란의 방패’를 사 왔다. 첫 다이브는 도란의 검이 무조건 좋은데, 다이브 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것 같았다. ‘다이브를 하지 않으면 레넥톤의 장점이 사라지는 거 아닌가?’ 생각하면서 CS를 40개 수급할 까지 반반 구도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귀환 후에 대포 미니언이 올 때마다 웨이브를 2개씩 쌓아서 ‘철거’를 터트리고, 또 쌓아서 철거 터트리는 방식으로 내 포탑 방패를 기어코 다 뜯어내더라. ‘기인’ 선수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본 느낌이다. 철거가 터질 때마다 기분이 너무 나빴다.”
-도란의 검을 사고도 비슷한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도란의 검으로 소모전을 펼치면 ‘도란의 반지’를 사온 그라가스가 크게 밀리지 않는다. 그런데 도란의 방패로 소모전을 거니 그라가스의 마나가 먼저 바닥나더라.”
-올 시즌, 황 선수만의 목표가 있나.
“내 목표는 작년부터 한결같았다. 기복 없는 선수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스프링 시즌에 괜찮은 성적을 내면서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머 시즌에 접어들자 다시 기복이 생겼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시 같은 목표를 조준하고 있다. 일관된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늘 팬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못 지켜드렸다. 그 점에 대해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난 언젠가는 잘할 선수’라고 스스로 믿고 있다. 함께 믿어주셨으면 한다. 보내주시는 응원도, 비판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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