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줄기세포로 연골 재생, 무릎 수명 늘려 인공관절 수술 늦춰
병원 탐방 강북연세병원 강순영(58)씨는 2년 전 퇴행성 무릎관절염 2기 진단을 받았다. 주관적 통증 점수에서 최고점인 10점을 호소할 만큼 걷는 게 힘들었다. 여러 병원에서 소염제와 주사 치료를 받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자기공명영상(MRI)에서는 무릎 연골이 1.5㎠가량 사과를 베어 먹은 모양으로 마모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씨는 연골을 재생하는 줄기세포 치료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수술장에서 확인한 강씨의 무릎 상태는 예상보다 나빴다. 염증 조직이 상당했던 데다 연골 손상 범위가 2.5㎠로 광범위해 수술 난도가 높았고, 주변 연골은 찢어진 상태였다. 강씨의 주치의였던 강북연세병원 최유왕 병원장은 “너풀너풀해진 연골판을 정리하고 손상된 연골판에 구멍을 내 줄기세포를 덮었다”며 “1년 반 후 MRI 촬영에서 강씨의 연골은 95%까지 재생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앉았다 일어설 때 더는 불편함이 없다고 했다. 최 병원장은 “강씨의 경우 수술 난도는 높았지만 다행히 체중을 지지하는 선인 하지 정렬 축의 균형이 좋아서 줄기세포 치료만으로도 수술 결과가 좋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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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고정하는 기술이 핵심
줄기세포를 이용한 무릎 연골재생술은 퇴행성 관절염 초·중기 환자에게 구원투수로 여겨진다. 환자의 무릎 연골을 70~95%까지 재생해 수명을 늘려 인공관절 수술 시기를 5~10년 늦춰줄 수 있다. 하지만 줄기세포 연골재생술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다. 줄기세포 치료를 단순한 주사 시술로 보거나 ‘부작용이 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등이다. 최 병원장은 “줄기세포 연골재생술은 마취·절개·지혈 등이 필요한 수술로, 마모된 연골을 정리하고 줄기세포를 고정하는 과정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연골 손상 정도와 환자의 다리 상태에 따라 치료 계획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수술 과정에서의 첫 번째 노하우는 건강한 연골은 살리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정리한 뒤 이곳에 줄기세포를 덮어 재생을 유도하는 것이다. 최 병원장은 “손상된 연골을 치료하지 않고 연골재생술을 진행하면 재생된 연골 또한 견디지 못하고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줄기세포를 연골 손상 부위에 고정하는 기술도 핵심이다. 무릎을 절개해 구조물을 이식하고 줄기세포를 뿌려 구조물 안에서 연골을 재생시키는 방법이 있다. 또 절개하지 않고 무릎 부위를 약간 짼 뒤 뼈에 구멍을 내 젤리 형태의 구조물을 뿌려 심는 방법이 있다. 연골 손상 위치와 정도에 따라 주치의의 판단으로 결정된다. 최 병원장은 “주사로만 줄기세포를 뿌리는 것은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없다. 반드시 연골 결손 부위에 고정 물질을 함께 해줘야 연골이 효과적으로 재생된다”고 했다.
줄기세포 치료 계획은 환자마다 다른 퇴행성 관절염의 악화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연골의 마모 상태나 운동 가동 범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예컨대 퇴행성 관절염의 주요 증상 중 하나가 오(O)자 형태로 휜 다리다. 최 병원장은 “이런 경우 줄기세포 치료만 하면 여전히 한쪽 연골만 빨리 닳기 때문에 축을 바로잡는 교정 치료를 함께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 후 재활·생활습관 관리해야
10년 전만 해도 초·중기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는 진통소염제, 물리치료, 하체 근력 강화 운동만이 치료법이었다. 최 병원장은 “이전에는 닳아 없어진 연골을 효과적으로 재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줄기세포 치료는 현재 획기적인 치료법”이라며 “탯줄에서 채취한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재생방법(카티스템)은 이식거부 반응이 없고 안전성을 입증받아 10여년 전부터 임상에서 꾸준히 사용됐다”고 말했다.
다만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4기 환자에게는 연골 재생 효과가 별로 없다. 최 병원장은 “줄기세포가 잘 자라나려면 주변 연골을 비롯해 반월상연골판·십자인대 등 무릎을 이뤄 주는 구조물도 어느 정도 기능을 해줘야 한다”며 “연골은 일종의 타이어 역할을 하는데 모두 마모된다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태일 땐 가능한 한 초기에 치료받는 것이 좋다. 최 원장은 “연골을 치료할 땐 덜 망가졌을 때 빨리 접근하는 게 낫다”며 “사회활동을 하는 나이대가 많은데 재활 기간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줄기세포 치료 후에는 재활과 생활습관 관리가 필수다. 재생한 연골이어도 사용하다 보면 마모와 손상이 일어난다. 최 병원장은 “치료를 받았더라도 50~60대의 무릎 상태이므로 주변 인대는 약화한 상태”라며 “체중 조절과 꾸준한 근력 강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인공관절 수술 때 감염 예방은 필수, 무균실 갖춘 노원구 첫 관절 전문병원”
「 인터뷰 최일헌 강북연세병원장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강북연세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인증’(2020)과 ‘관절 전문병원’(2022) 타이틀을 연달아 획득한 강소병원이다. 최일헌 병원장은 “(이러한 타이틀은) 의료의 질과 환자 안전에서 대형·대학 병원에 가지 않아도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을 의미한다”며 “감염 관리 강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수년에 걸쳐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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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 전문병원 지정은 어떤 의미를 갖나.
“지정을 받기 위한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인증이다. 감염관리에서 대학병원급의 안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해 매우 까다롭다. ‘관절 전문병원’은 무릎·어깨 등 주요 관절 질환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서울에서는 노원구 첫 번째 관절 전문병원인 강북연세병원을 포함해 총 5곳이다. 우리 병원은 82병상으로 규모가 크진 않지만,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수준은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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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스템을 확충했나.
“관절·척추 수술에서 감염은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특히 인공관절 수술은 모든 수술을 통틀어 감염에 가장 예민하다. 수술 후 감염이 발생하면 고정물을 뽑아내고 감염을 치료한 뒤 재수술을 해야 한다. 관절·척추병원에서 강도 높게 감염 예방을 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병원은 그동안 이를 위해 외부인이 병원에 상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통합 간호간병 서비스를 시행해 왔다. 또 멸균처리 된 일회용 수술복(우주복) 착용과 함께 오염·소독 물품의 이동 경로를 다르게 하는 수술실 동선 분리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인증을 준비해 보니 일상적으로 지나쳤던 오류가 꽤 많았고 이를 수정하는 데 3년이 걸렸다. 수술방 리모델링과 매뉴얼 숙지 등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전면적으로 확충했다. 지금은 수술실 안으로 오염된 공기가 못 들어오는 ‘무균 양압 시스템’과 박테리아까지 걸러주는 고성능 헤파필터 인프라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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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환자 감염률이 떨어졌나.
“그렇다. 감염률이 확 내려갔다. 수술 후 감염률을 보통 0.5~1%로 본다. 우리 병원이 연간 3000건 정도 수술하는데, 의료기관 인증 이후 안전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낙상과 처방 오류, 주사제 투약 실수 같은 것은 거의 없어졌다. 시스템대로만 하면 오류가 안 난다. 주사제 하나 들어가는 데에만 4번 정도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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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과정인데도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가 뭔가.
“병원의 비전 중 하나는 지역사회에 최고의 의술로 도움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동안 서울시 노원구·중랑구·성북구를 통틀어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관절 전문병원이 없었던 데다 코로나로 인해 대형병원을 가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때 지역 주민에게 신뢰할 수 있는 병원으로서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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