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진료·연구 시스템 단계적 혁신 .. 중증 환자가 믿고 찾는 '스마트 병원'으로 도약
병원 탐방 고려대 안산병원
고려대 안산병원은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대학병원으로 손꼽힌다. 37년 전, 독일 차관을 들여 세워진 100병상 규모의 작은 병원은 경기 서남부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성장해 진료·연구·교육을 아우르는 미래 의학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병원에 새겨진 ‘환자 중심’ 가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두 자릿수 성장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 됐다. 호랑이의 해(임인년), 3단계 마스터플랜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고려대 안산병원을 찾았다.
고려대 안산병원의 역사는 봉사·도전·성취로 요약된다. 1980년대 의료 취약지역이었던 반월·시화공단의 근로자와 지역민에게 안산병원은 희망이자 자긍심이었다. 이에 부응해 병원도 본관·별관을 증축하고 의료 인력과 첨단 장비를 확충하며 서해안을 넘어 전국적인 경쟁력을 갖춘 상급종합병원으로 도약했다. 실제로 병원 개원 때보다 진료과는 2배, 병상 수는 7배, 환자 수는 10배, 전문의 수는 13배 이상 증가했다(2020년 기준).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의료질평가와 대장암·위암·유방암·폐암·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도 1등급(2021)을 달성하며 중증 환자가 믿고 찾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지역 발전과 함께 인구 유입이 가속하면서 안산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미래 의학 구현이라는 시대적 사명도 풀어야 할 과제다. 고려대 안산병원이 올해부터 3단계 마스터플랜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된 배경이다. 김운영 병원장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할 마스터플랜을 통해 진정한 환자 중심 의료시스템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료·검사 한 공간에서 진행
혁신의 범위는 진료·연구 전반을 아우른다. 우선 환자 중심의 진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올해 6월까지 본관 지하 1층을 리모델링해 약 500평 규모의 외래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비(非)진료과인 병리과·진단검사의학과와 의생명연구소를 이전하고 신경과·내분비내과와 같이 신경생리검사가 필요한 진료과를 검사실과 한데 묶어 환자의 이동 시간·동선을 최소화한다. 향후 구축될10층 규모의 신관은 다인실이 아닌 2·3인실 중심의 스마트 병동으로 꾸며 환자 안전과 편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김 병원장은 “내년에 완공될 2100평 규모의 지하 주차장도 공간 확장과 이로 인한 내원객 증가를 고려해 설계했다”며 “예약에서 방문·주차·진료·검사·입원·수납의 전 과정이 물 흐르듯 진행되도록 진료 프로세스를 체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한 첨단 장비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19년 암센터에서 도입한 방사선 암 치료기 ‘트루빔 STx’는 오차범위가 0.1㎜에 불과한 최첨단 장비다. 암세포만을 정밀 타격해 구토·탈모 등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난해 심혈관센터에 설치된 디지털 혈관 촬영 장비 ‘아주리온’은 피폭선량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고해상도 영상을 구현해 내 심장·혈관 시술의 안전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고 있다.
첨단 의술의 ‘상징’인 로봇 수술 역량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준비 시간을 10분 내외로 단축해 응급 수술에도 로봇을 적용하는가 하면, 자궁·방광·직장처럼 인접한 부위의 질환을 로봇으로 동시 치료하는 사례도 많다. 최근에는 경기도 최초로 구멍 하나만 뚫어 수술을 완료하는 단일공 로봇수술기(다빈치 SP)를 도입하면서 최소침습 치료의 새 장을 열어가고 있다. 김 병원장은 “중증 질환의 치료 성적을 높이기 위해 의료원 산하 안암·구로병원과 정기적인 교류로 첨단 장비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융·복합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
미래 의학 실현을 위한 연구 역량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안산병원이 수주한 국가연구과제 협약금액은 110억원에 육박한다. 지식재산권 취득 건수도 전년 대비 60% 증가해 총 120건을 기록했다. 보건복지부가 350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료질평가(2021)에서도 연구 분야 상위 10%에 속하는 성적을 내며 대외적으로 연구 실력을 인정받았다.
첨단 의술을 향한 열정은 마스터플랜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올해까지 미래의학관을 3개 층 증축해 연구 공간을 1000평 이상 확보하고, 실험실·연구실을 집결한 ‘의과학연구센터’를 구축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 김 병원장은 “병원의 중점연구사업단(차세대 헬스케어, 제브라 피시 신약개발 연구, 환경 독성 융합연구)을 재편하고, 안산사이언스밸리에 속한 대학·연구소·기업과 협력을 강화해 연구결과가 사업화로 이어지는 융·복합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공헌은 고려대 안산병원이 가진 사명감의 원천이다. 의료계 최초로 문을 연 ‘로제타 홀 센터’에서는 경제적·언어적 문제로 병원 진료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환자를 위해 무료 진료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유경 꿈 이룸 학교’가 개소한다. 암·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소아 환자를 위한 ‘병원 학교’다. 김 병원장은 “경기 서남권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행복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역 산·학·연·관 협력 이끌 미래 의학 컨트롤타워 될 것”
「 인터뷰 김운영 고려대 안산병원장
김운영(56·마취통증의학과) 고려대 안산병원장은 취임 후 3일 만에 코로나19를 맞닥뜨렸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방역 정책과 감염 확산으로 인한 위기 속에서도 그는 연평균 10% 성장(의료 수익 기준)이란 놀라운 성적을 내며 연임에 성공했다. 김 병원장은 “지역민의 믿음과 응원, 병원 구성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라며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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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병원의 성장 요인을 꼽는다면.
“병원 인근의 안산·시흥·화성 등은 발전하는 도시다. 지역민이 증가하면서 중증 질환 치료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이에 맞춰 진료 분야·공간을 확대하는 한편 전문인력과 방사선 암 치료기, 단일공 로봇수술기 등 첨단 장비를 확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해 시작하는 3단계 마스터플랜에도 고려대 안산병원의 ‘환자 중심’ 가치가 반영돼 있다. 본관 리모델링과 미래의학관 증축, 신관 설립 등의 전 과정은 모두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자’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런 노력이 지역민의 신뢰로 이어져 좋은 결과를 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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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복지에 관심이 많다던데.
“병원 구성원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코로나19를 이만큼 성공적으로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산병원의 모든 교직원은 지역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환자를 대한다. 이들이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하고,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녀 전용 휴게실 조성, 교대 근무자를 위한 안심 귀가 버스 도입 등은 이들의 수고에 보답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자 성의다. 앞으로도 직원 채용 확대, 주거 공간 확보 등 구성원의 복지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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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상급종합병원은 지역의 의료시스템과 연구를 이끄는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 급성기 치료가 끝난 환자는 병·의원으로 회송하고, 또 다른 중증 환자를 수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 간 신뢰를 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미래 의학 연구도 대학병원과 산·학·연·관이 함께 참여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안산병원이 경기 서남 지역의 자긍심이 되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박정렬 기자
」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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