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구정'과 '설'에 얽힌 사연
어느덧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번 주말이면 설 연휴가 시작된다. 설을 앞두고 어떤 분이 질문을 해 왔다. ‘구정’과 ‘설’이 어떻게 다르냐는 것이었다. 언뜻 한자어와 순우리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설’과 ‘구정’이란 이름엔 깊은 사연이 숨어 있다. 설날은 음력 1월 1일이다. 우리는 오래도록 이날에 설을 지내 왔다. 하지만 1910년 한일병합으로 ‘설’이란 이름은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일제는 우리 문화와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우리 명절을 부정하고 일본 명절만 쇠라고 강요했다. 특히 우리 ‘설’을 ‘구정’(옛날 설)이라 깎아내리면서 일본 설인 ‘신정’(양력 1월 1일)을 쇠라고 강요했다. 이때부터 ‘신정(新正)’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구정(舊正)’이란 일본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일본은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음력을 버리고 양력만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들의 설은 양력 1월 1일이었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음력 개념이 없어져 지금도 양력설만 지내고 있다.
일제에서 벗어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음력설을 ‘민속의 날’로 부르는 등 곡절을 겪었다. 1989년에야 정부는 음력설을 ‘설’이라 명명하고 사흘간 휴무를 주는 대신 양력설엔 하루 휴무를 정했다. 이렇게 해서 설은 제자리를 잡게 됐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선 원래 ‘신정’ ‘구정’이란 개념이 없었다. ‘신정’ ‘구정’은 일본식 한자어다. 이들은 일제가 설을 쇠지 못하게 하기 위해 우리 설을 ‘구정’이라 격하한 데서 비롯됐다. 따라서 가급적 ‘설’ 또는 ‘설날’을 ‘구정’이라 부르지 않는 게 좋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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