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까지 꿇은 김정숙 여사..'말춤' 추던 영부인이 달라졌다
김정숙 여사가 2017년 11월 필리핀에 이어 지난 16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또 다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반응했다.
그런데 4년여의 시차를 둔 김 여사의 반응이 상반됐다.
2017년 필리핀 현지에서 활동하는 개그맨이 강남스타일을 개사한 ‘평창스타일’을 부르자 김 여사는 한복을 입은 채로 ‘말춤’을 췄다. 옆에 있던 문재인 대통령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UAE 방문 때는 ‘진짜 싸이’의 라이브 공연을 봤다. 그런데 김 여사는 공연 내내 다소곳한 표정으로 문 대통령 옆에 앉아있었다. 6000여명이 현지 팬들이 모인 공연장에 입장할 때도 손을 들어 인사한 문 대통령 뒤를 조용히 따라 걸었다. 공연 중 가끔씩 어딘가를 가리키며 문 대통령과 얘기를 나눴지만 파격적인 ‘말춤’은 없었다.
공항에서의 행동도 달라졌다.
김 여사는 2019년 9월 라오스 방문 당시 공항 환송식에서 문 대통령보다 서너걸음 앞서 걸어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문 대통령에 앞서 걸으며 손을 들어 인사하는 김 여사의 모습에 대해 당시 야당에선 “국격이 허물어진다”, “누가 국가원수인가”라는 등의 비판이 일었다.
김 여사는 이번 순방 때는 아예 문 대통령과 나란히 걷는 장면을 최소화했다. 대신 문 대통령의 뒤를 따르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언론 카메라에 노출시켰다.
주요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문 대통령 뒤에 섰고, 청와대가 전한 김 여사의 현장 발언도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현지 태권도단 학생을 대하는 태도도 달랐다.
김 여사는 2017년 11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현지 학교의 태권도 수업에 참여했다. 당시 김 여사는 흰띠를 맨 태권도 도복 차림으로 나타나 직접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반면 이번 UAE 순방에서 청각장애인 학생들의 태권도 수업 참관했을 때는 도복이 아닌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김 여사는 수어로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사랑한다”는 말을 건넨 뒤 “수어로 인사를 전하려고 많이 연습했는데 태권도를 집중해서 보느라 다 잊어버렸다”며 난처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태권도 수업에서 달라진 장면은 또 있다.
두 번의 태권도 수업 때 김 여사는 모두 현지 학생의 태권도 띠를 직접 매어줬다. 그런데 2017년엔 선 채로 허리를 굽혔지만, 이번엔 무릎을 꿇은 자세로 변했다.
청와대는 해당 장면을 담은 다양한 사진을 공개했고, 서면브리핑에서도 “띠가 생각만큼 예쁘게 잘 안 매어지자, 김정숙 여사는 무릎까지 꿇고 다시 한번 찬찬히 띠를 매어주었습니다”라며 김 여사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홍보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21일 통화에서 “야권은 이번 순방을 앞두고 ‘국민들은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는데 외유성 순방을 간다’는 프레임을 걸었다”며 “이 때문에 청와대는 평소 돌발행동이 잦았던 김 여사의 동선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이어 “특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통화 녹취록 등이 공개되면서 배우자의 과도한 역할에 대한 부정 여론이 많아졌다”며 “김 여사의 과도한 적극성에 대해 부정적 평가 역시 적지 않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조용히 내조하는 장면을 연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치권에선 “김건희 씨 관련 논란이 불거진 뒤 김정숙 여사의 공개일정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일각에선 “윤 후보가 내세운 '제2 부속실 폐지' 공약과 관련 영부인의 역할이 적지 않음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 배치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번 중동 순방 중 모두 3건의 온라인 생중계가 이뤄졌는데, 이중 1건이 김 여사가 이집트에서 단독으로 진행했던 ‘한국문화 홍보 전문가’와의 간담회였다. 청와대가 김 여사의 해외 단독 일정을 생중계했던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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