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風이 분다..돌풍인가 미풍인가

2022. 1. 22.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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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
요새 나오는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율 하락세가 멈춘 것은 어느 정도 확실하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1월 7~8일 실시한 정례조사(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 7.3%, 표본오차 ±3.1%포인트, 신뢰수준 9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석열 후보는 전주 대비 0.1%포인트 상승해 36.5%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주 대비 3.4%포인트 급락한 36.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지지율 14%를 기록했다.

뉴스핌이 코리아정보리서치에 의뢰해 1월 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5.5%, 표본오차 ±3.1%포인트, 신뢰수준 9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윤 후보 40.3%, 이 후보 34.7%, 그리고 안철수 후보는 13%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윤석열 후보 지지율 하락세는 멈춘 것이 확실한 반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하락 정체 추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 지지율은 이제 10%를 훌쩍 넘어 두 자릿수 지지율에 안착했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하락세를 멈춘 것을 두고 2030세대가 돌아온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뉴스핌과 코리아정보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8세~20대에서 윤 후보는 38.2%로 21.4%에 머무른 이 후보를 16.8%포인트 차로 앞섰다. 30대에서도 16.1%포인트 차로 우위를 보였다.

그런데 이와는 상반된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월 7~9일 전국 만 18~3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2030에서 이재명 후보는 27.7% 지지율로 2030세대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20.2%를 기록한 안철수 후보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16.2%였다.

결론적으로 윤 후보를 지지했다 당 내분 등의 문제 때문에 지지 유보층으로 갔던 2030들이 윤 후보에게 다시 돌아갔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윤 후보가 203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렇듯 안철수 후보가 2030의 상당한 지지를 받는 이유는, 윤 후보 지지 하락의 반사 효과만은 아닐 수 있다. 2030세대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30은 공정과 같은 ‘가치’에 충실한 세대이자, 후보 선호에 있어서도 ‘직선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직선적 사고’란, 후보를 선호함에 있어 기성세대처럼 여러 측면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성세대는 대선 후보를 선택함에 있어 국정 운영의 수월성을 고려해 후보가 속한 정당 크기도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본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이 대통령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특성 덕분에 2030 중 특히 20대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급상승할 수 있었다.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돌풍의 진원지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였음을 감안하면, 이번 안풍(安風)의 진원지가 바로 20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안 후보 바람(風)은 금세 수그러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안 후보는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든다. 또한, 윤 후보 지지율 상승이 안 후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까지 한다.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는 힘들지만,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들은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동반 상승 현상을 보여주고 있기에, 여기에 마냥 수긍할 수도 없다.

안 후보 지지율이 단순히 순간적 바람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도 있다. 바로 호남에서의 지지율이다. 한국갤럽 1월 1주 차 조사를 보면, 호남에서 안 후보 지지율은 14%에 달한다. 또 안 후보에 대한 호감도는 35%에 달한다.

여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 안 후보와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만만치 않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17대 대선 직전인 2017년 5월 1주 차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 결과 안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29%에 달했다. 안 후보의 전국 평균 지지율을 웃도는 지지를 호남에서 받은 것이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광주의 전 의석을 국민의당이 휩쓸었고, 전남에서도 2석을 제외한 전 의석을 휩쓸었다.

이런 과거 사례 때문에 현재 안 후보 지지율 상승세가 호남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민주당을 긴장시킬 수도 있다. 자신들의 아성을 안 후보에게 빼앗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안 후보 약진을 놔뒀다가는 ‘큰일’ 나겠다 생각할 수 있다.

안 후보 지지율 급등 요인은 또 있을 수 있다. 코로나 시국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대 교수를 지낸 의사 출신 안 후보의 전문성에 유권자들이 신뢰를 보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안 후보는 이른바 소주성과 코로나 때문에 바닥을 헤매고 있는 서민 경제에 대해서도 그런대로 전문성 있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다. 양대 정당 대선 후보가 법률가 출신인 데 반해, 안철수 후보는 이른바 벤처 신화를 일궈낸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런 강점 외에, 일반 국민이 가장 주목하는 안 후보의 강점은 가족 리스크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안 후보 부인은 현재 교수고, 딸은 미국에서 과학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음이 얼마 전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한마디로 도덕적, 법적 차원의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는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돋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안철수 후보에게 보수들이 선뜻 지지하기 힘든 약점도 있다. 보수들은 현재 상황이 과거 서울시장 보궐선거로부터 비롯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 당시 후보가 故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만 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강한 진보’ 상황이 형성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안철수 후보는 2012년 대선 때도 문재인 후보에게 ‘유사(de facto) 양보’를 했는데, 이 역시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이 보수들의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들의 ‘대안적 지지’를 받으려면, 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이런 과거 정치 행보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지율 상승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대선의 일반적인 패턴에 비춰 볼 때, 안 후보 같은 3지대 후보의 약진은 드문 경우다. 특히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제3의 후보가 더 강세를 보이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이번 대선은 긍정적 이유나 부정적 이유에서 매우 ‘특이한’ 대선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3호 (2022.01.19~2022.0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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