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붕괴사고에 '후분양' 재조명..전문가·국토부 "별개 문제"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할 수 있어 소비자 피해↓
다만 전문가들 "후분양이 고품질 담보 못해"
정부도 "선분양 절대악 아니야..탄력적 대응"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아파트 하자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후분양' 방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후분양 도입에 따른 하자 감소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우려가 많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당장 후분양 활성화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아 실제 후분양 확대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시장에서 후분양 확대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후분양제는 공정률 60~80% 이상의 주택을 분양하는 방식이다. 주택을 짓기도 전에 먼저 분양부터 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소비자가 상당수 지어진 아파트의 하자와 상태 등을 직접 확인한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현행 주택법 체계에서는 후분양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소유권 확보 및 분양보증 등의 요건을 갖출 경우에만 선분양이 인정된다. 하지만 1970~1980년대 주택 공급을 신속히 하기 위해 선분양제를 확대하기 시작한 이후 사실상 선분양이 분양시장의 지배적 질서로 자리 잡았다.
일각에선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후분양제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도 지난 17일 기자설명회에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후분양을 하게 되면 광주 아이파크 같은 부실로 인한 문제가 생기지 않고, 촉박한 공기 탓에 동절기에 무리한 공사를 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후분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도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A씨는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가 공사 중 무너지는 것을 보고 충격이 컸다"며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앞으로 점차 후분양제로 바꿔나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후분양을 하지 않는 한 하자와 부실시공 관행은 해결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후분양이 대안이 되긴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후분양을 하면 소비자가 눈으로 하자 여부를 확인한 뒤 입주할 수 있다고 하지만 구조적인 하자는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분양제도와 별개로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후분양이 고품질이 아닌 소비자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다수다. 두 위원은 "선분양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나눠 내고 나중에 입주할 때 잔금을 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2~3년 동안 분양 대금을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다"며 "하지만 후분양은 원칙적으로 준공 뒤 매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분양가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부분의 하자는 입주 후 살다가 발견되기 때문에 공정률 80% 수준에서 후분양을 해도 하자를 발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때문에 후분양제를 통해 건축물의 품질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맞지 않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원리원칙대로 공사를 수행하기 위한 비용증가가 핵심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후분양 활성화 계획이 없는 상태다. 정부는 당초 선분양을 통한 시세차익이 집값 급등을 부추길 수 있다며 후분양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이후 주택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폭등하면서 후분양이 아닌 사전청약으로 방침을 바꿨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광주 사고와 관련해 '후분양이면 어땠을까'하는 얘기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반 청약자들이 모두 후분양을 원하는 것은 아니고 안전사고는 안전사고대로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후분양 확대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소비자들이 선택가능한 옵션을 늘려주는 차원에서 후분양에 인센티브를 주는 기조는 유지하지만 주택 수급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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