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대신 감옥 간 소녀의 고백.. "심장이 시켰다"
[김봉건 기자]
알제리를 떠나 캐나다에 정착한 안티고네(나에마 리치) 가족. 이들은 어두웠던 과거를 청산하고 낯선 환경에서 이어가게 될 새 삶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누는 등 이들이 머무는 공간엔 모처럼 화기가 돌고 웃음꽃이 활짝 핀다. 안티고네의 새로운 학교 생활도 적응 기간이 끝난 듯 순조로웠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였으며, 최근에는 그녀를 좋아하는 남친(앙투안느 데로쉬에)도 생겼다.
▲ 영화 <안티고네> |
ⓒ 그린나래미디어(주) , (주)키다리이엔티 |
영화 <안티고네>는 가족이 당한 억압과 차별에 맞서 저항하는 한 이민자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2008년 캐나다 몬트리올 공원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발생한 이민자 사망 사건을, 그리스의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가 쓴 희곡 <안티고네>에 빗대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 영화 <안티고네> |
ⓒ 그린나래미디어(주) , (주)키다리이엔티 |
자신이 희생하더라도 어떻게든 작은 오빠의 추방만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안티고네. 결국 구속된 오빠와 자신을 바꿔치기하기로 작정한다. 이후 오빠는 탈출에 성공하고. 그녀는 구속된다.
▲ 영화 <안티고네> |
ⓒ 그린나래미디어(주) , (주)키다리이엔티 |
2500년 전에 쓰인 고대 그리스 신화를 찢고 현대에 등장한 안티고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일까. 안티고네의 희생은 역적을 자처하면서까지 오빠의 시신 매장에 나선 고대 그리스 여성의 그것과 판박이다. 오빠의 시신 매장을 위해 법과 제도에 저항하던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여성을, 캐나다로 어렵게 이주해온 오빠를 추방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형무소에 대신 갇히는 소녀로 둔갑시킨 것이다.
안티고네는 스스로 유죄를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은 끝이 나지 않는다. 사법 시스템은 그녀가 왜 오빠를 위해 희생을 자처한 것인지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다. 오로지 재판 절차가 잘 진행되느냐의 여부에만 관심이 쏠려있을 뿐.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는 "내 심장이 오빠를 구하라고 시켜요" 라는 안티고네의 절규가 파고들 여지가 없다. 고대의 폴리네이케스를 역적으로 취급하여 사후 매장을 거부한 당시 제도에 신화 속 여성이 부조리하다고 여겨 저항한 것처럼 현대의 시스템화된 제도가 정의를 실현시킬 유일무이한 수단이 아닐 수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영화는 연대의 유용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SNS는 난민 등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매우 훌륭한 도구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SNS 채널의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만큼은 경계한다. 사안에 따라 각기 다른 잣대를 들이대며 진실을 왜곡하고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SNS의 특성을 우려한 것이다.
▲ 영화 <안티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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