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만난 심상정 "김건희, 2차 가해 씨앗..반드시 사과해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21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김지은씨를 비공개 면담하고 “정치인들이 정치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그게 늘 부족하다는 생각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정의당에 따르면 심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김지은씨와 비공개로 만나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안 전 충남지사를 두고 “불쌍하다”고 한 것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위로를 전했다.
김지은씨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김건희씨를 향해 “법원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에조차 비아냥으로 대하는 김건희씨의 태도를 보았다”며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심 후보는 김지은씨에게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발언 이후 굳건하게 어려운 길을 헤쳐온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안 전 지사의 권력형 성폭력은 사법적으로도 이미 판단이 끝난 사안인데 정치 영역에서는 여전히 국면이 한 단계 전환되지 못한 채 이렇게 또 결과적으로 아픈 상처를 헤집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위로를 전했다.
심 후보는 “사적 대화인데 왜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말은 맞지 않다. 윤 후보와 김건희씨는 이미 공적 관심의 영역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사적 대화라 하더라도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가 됐고 그것이 현재 광범위한 2차 가해의 씨앗이 되고 있다. 김건희씨는 국민들에게 (안 전 지사 성폭력 사건에 대한) 본질을 왜곡하고 있으므로 사과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또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사건 당시 안희정만 제명하고 무마할 것이 아니라 민주당 차원에서 어떻게 문제를 성찰하고 재발을 방지할 것인지를 책임 있게 대책을 내놓고 추진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한 뒤 “피해자가 제대로 사과받고 당시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의미가 다시 한번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후보의 한 사람으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지은씨는 “많이 힘들다. 분명히 가해자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성범죄자로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까지 그렇게 왜곡하고 조롱하는 발언을 한다면 어느 누가 자신의 피해 사건을 고발하고 끝까지 싸우겠나. (김건희씨의 발언은) 피해자의 용기를 꺾는 발언이었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큰 상처가 되었다”며 다시 한번 김건희씨의 사과를 촉구했다.
김지은씨는 또 “민주당 내 2차 가해자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만 제가 너무 미약한 사람이다 보니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 측에서 거짓 증언을 하고 제게 2차 가해를 했던 이들은 여전히 청와대, 국회, 공공기관의 주요 요직으로 대부분 영전해서 가 있다”고 말한 뒤, 심 후보를 향해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며 그 자리를 꿋꿋이 지켜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이날 면담은 심 후보가 먼저 제안해 성사됐으며 장혜영 비서실장과 배복주 부대표가 동행했다. 김지은씨는 이날 심 후보에게 자신의 책 ‘김지은입니다’를 선물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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