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북한, 동창리서 ICBM 발사 가능성 있다"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분석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이런 내용이 담긴 북한 동향을 서울 모처에서 국회 정보위원회의 김경협 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김병기ㆍ하태경 의원을 만나 공유했다.
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북한이 지난 19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 2018년 4월 선언했던 핵실험ㆍ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을 철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국정원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격화되는 와중에 대북 정책을 전환하라는 압박으로 분석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무력시위와 담화를 통해 긴장을 조성하고, 미국의 반응에 따라 추가 행동도 검토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 의원은 ”북한이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동창리에서 ICBM을 발사할 수 있다고 국정원이 분석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8년 싱가포르 합의 직후 동창리(미사일 발사시설)를 해체했다가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인 2019년 시설을 복구했다고 한다. 다만 평안북도 동창리의 미사일 발사대에서는 현재까지 특이 동향이 없으며, 북한이 2018년 폐기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도 방치된 상태라고 보고했다.
하 의원은 브리핑에서 "ICBM 발사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지만, 이후 국정원은 “북한의 ICBM 발사는 북한의 대미 압박용 수단 중 하나일뿐,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밖에 북한이 초대형 핵탄두 실험, 극초음속 활공탄, ICBM 명중률 개선, 고체연료를 사용한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등을 동원해 미국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올해 들어 동해 상으로 발사한 발사체는 기존의 모델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들이라고 보고했다. 지난 5일과 10일에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지난해 국방발전박람회 때 공개한 원뿔 기둥형 탄도미사일과 동일 기종이고, 17일에 쏜 전술유도탄은 과거 3차례 시험 발사했던 것으로 이번에는 연속 발사 능력을 검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또 체제 건재 과시를 위해 올해 김일성 110번째 생일과 김정일 80번째 생일 경축 분위기를 조성하고 열병식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국정원은 분석했다. 하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국정원이 열병식 예상 날짜로 2월 8일이나 16일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19와 관련해 북한이 화이자나 모더나 등 미국산 백신 접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 의원은 “미국이 UN과 협력해 6000만 도스의 백신을 북한에 공급하려 한다는 보고가 북한 상부에 보고됐다”며 “아직 최종 수용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로마 교황청이 북한에 백신 공급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북·중 물자 교역도 재개됐다고 한다. 국정원은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사이에 20량 규모의 열차가 오가는데, 물품을 곧바로 주민에게 배급하지 않고 20~60일 정도 자연 방치된다고 보고했다. 하 의원은 “코로나19 소독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며 “화물은 중국에서는 들어오지만, 북한 화물이 중국으로 가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인적 교류는 없는 상태로, 하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입국 제한 때문에) 북한에서 나간 주민은 다시 못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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