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이재명 위기론.. 호남에서도 '지지율 답보'
전문가 "李, 호남에서 70% 이상 지지 얻지 못하면 힘들어"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뒤진다는 조사결과가 부쩍 늘어난 탓이다. 전통 지지층인 호남에서의 지지율 정체도 뼈아픈 대목이다.
최근 이 후보 지지율은 40%를 넘기지 못한 채 박스권에 갇혀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7~19일 조사해 20일 발표한 다자 대결에서 이 후보는 34%, 윤 후보는 33%를 기록했다. 이·윤 후보의 격차는 1%p로, 오차범위(±3.1%p) 안이다.
이 후보는 해당 여론조사 기관이 지난해 11월 넷째주부터 실시한 최근 8차례 조사에서 지지율이 32~38%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당 내홍으로 이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두 자리수 지지율을 기록하던 12월말~1월초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전통 지지층인 호남 지지율도 답보 상태다. 양자 구도로 치러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광주에서 92.0%, 전남에서 89.3%, 전북에서 86.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50~60% 안팎에 머물고 있다.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서마저 지지층이 완전히 결집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이 40%대를 기록한 여론조사도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4∼15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3.1%p) 이 후보의 지지율은 36.2%로 나타났다. 특히 이 후보는 광주·전라지역에서 지난 주 조사보다 8.6%p가 하락한 48.9%를 기록했다.
사실상 호남이 이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아테네라 할 수 있는 호남지역의 주민들은 민주화투쟁 경험이 없는 이 후보로부터 동질감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며 “호남인들은 이 후보를 그들이 지지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도덕성과 비교할 수 없는 방탕(放蕩)한 후보, 거부감이 큰 인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인으로는 △민주화투쟁 경험이 없는 이 후보에게 동질감을 갖지 못하는 호남 정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의혹 등 도덕적 거부감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 등 3가지를 거론했다.
장 이사장은 “끝으로 호남은 이 후보가 당선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며 “호남인들은 대한민국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회복하고 새로운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대선후보가 누구인지를 찾고 있다. 이 후보가 이에 부합되지 않은 후보라 생각하기 때문에 호남은 그를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커지는 위기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장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설 전후해 경향 각지의 사람들이 다 모이는데 누가 유능한지, 누가 우리 삶을 개선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를 볼 것”이라며 “정책 역량이 뛰어나고 추진력 있는 이 후보가 40%대를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영길 대표 역시 18일 페이스북에 “언론은 박스권이라고 하지만 저는 비등점을 향해 끓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의 주장은 이 후보가 위기상황에 처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후보가 호남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않는 이상,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호남 유권자 2-30%가 관망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보통 호남에서 70% 지지율을 받아야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후보는 호남에서 지지를 얻지 못 하면 다른 지역에서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민주당의 적통이 아니다. 이낙연 전 대표를 이기고 온 사람이라 이 후보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여론이 많다”며 “비전 있는 정책 제시로 호남 표심을 이끌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역시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 내에도 중도층은 있다. 이 후보는 이런 변수 때문에 호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이라며 “설이 지난다고 해서 이 후보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볼 수는 없다. 선거 당락을 가를 핵심은 국민에게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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