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대회서 "대통령 사과" 촉구.. 대선 앞둔 "정치쇼" 비판도
[김병기, 이희훈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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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이하 조계종)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5000여명의 승려들이 참석한 가운데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 등에 비유하며 한 발언을 성토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불교계 일각에서는 조계종이 이날 개최한 승려대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이날 봉행사에서 "온전히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하기 위해 문화재보호법으로 인정받은 문화재구역입장료도 '통행세'로 치부받고 있다"면서 "이러한 과정의 중심에 정부가 있었다.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도 불공정했으며, 결과도 정의롭지 못했다"고 성토했다.
▲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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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 덕문 스님도 대회연설을 통해 "이제는 여당의 국회의원이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사찰과 스님들을 조롱하는 사태에 이르렀다"면서 "통행세를 받는 산적 취급하고,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사기꾼 집단으로 몰고 있다"고 성토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정문 스님은 정청래 의원의 발언을 비롯한 현 정권의 불교편향 사례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국공립 합창단에서 특정 종교 편향 연주회가 일상화되는가 하면, 서소문 역사문화공원이나 해미읍성, 천진암, 주어사 등과 같이 오랜 불교 역사를 가진 곳을 특정 종교의 성지화에 지원하고, 남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특정 종교에 의존하며 불교의 역할을 배제해왔습니다."
정문 스님은 이어 "오늘의 승려대회는 이제 이 땅에서 부당한 종교차별과 불교 폄훼를 뿌리 뽑겠다는 불퇴전의 각오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조계종은 '문재인 대통령은 종교편향 불교왜곡 사태에 사과하라', '정부와 여당은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포함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라', '정부와 여당은 전통문화유산의 온전한 보존과 계승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라' 등 3개 항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끝난 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무대에서 발표하지 못한 입장문을 기자들 앞에서 읽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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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사 승려대회 참석 못하고 돌아서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후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 의원은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이를 걷는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불교계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정 의원은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대규모 승려대회에 비공개 참석 예정이었으나 취재진과 짧은 질의응답만 나눈 뒤 사찰을 떠났다. |
ⓒ 연합뉴스 |
또 이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단상에 올라 사과 발언을 하려 했지만, 승려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정청래 의원도 승려대회에서 사과문을 낭독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지만 조계종이 거부해 발길을 돌린 뒤 국회 소통관에서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의원은 "저로 인해 불교계에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참회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사과를 드린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 '봉이 김선달' 발언 사과한 정청래 의원 국립공원 내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두고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논란을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한편, 최근 조계사 앞에서 승려대회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도정 스님(제주 남선사 주지)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문화재관람료 문제는 해묵은 논쟁거리였는데,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많은 승려들을 동원해 반민주당 선거운동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도정 스님은 이어 "민주당 지도부나 이재명 대선후보, 청와대 인사들까지 나서서 108배를 올리며 사과를 했는데, 여전히 국감장에서 정청래 의원이 한 발언을 트집 잡아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는 불교계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불교닷컴> 등에 기고한 글을 통해 승려대회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자고 주장했던 허정 스님은 지난 20일 정의평화불교연대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강조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조계종 소속 승려 다수가 전국 승려대회 개최를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허정 스님은 "오늘 열린 전국 승려대회에 반대하는 승려들이 많아서 아직도 조계종에는 상식과 자비심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 하는 위안을 받았다"면서 "자발적으로 승려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텐데, 종단 명령을 어길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오늘 대회에 참석한 스님들이 불쌍하고 가엾기도 하다"고 말했다.
▲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종교편향·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한 전국승려대회'가 열리고 있다. |
ⓒ 이희훈 |
정의평화불교연대 이도흠 공동대표(현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도 이번 승려대회를 "정치 쇼"로 규정한 뒤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정부의 종교 편향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개선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오늘 승려대회는 모든 승려들이 모여 비상사태를 맞아 현안을 놓고 만장일치를 이룰 때까지 행하는 산중공사여야 한다는 승려대회의 요건과 달리 한 의원의 발언을 놓고 일부 승려가 미리 구성된 각본대로 하였으므로 승려대회로 인정할 수 없다.
처음에는 진제 종정을 비롯하여 현 원행 총무원장과 몇몇 참모들까지 반대했음에도 자승 전 총무원장이 강행한 것이라고 들었다. 종단개혁운동 세력으로부터 적폐의 핵심으로 지목된 자승 전 원장이 대선국면을 이용해 세몰이를 하여 권력을 과시하고 현 정권이나 차기 정권으로부터 무엇인가 얻어내려는 정치쇼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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