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비상 李,도로 지하화 등 서울 공약 발표 "도와달라"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니,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 이상 걱정하지 않을 수준의 주택 공급 물량을 확보하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21일 ‘서울 지역 7대 공약’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실정에 거듭 몸을 낮추는 한편, 이날부터 엿새간 수도권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일정도 시작했다.
대선 최대 격전지인 서울과 수도권을 집중 공략하며 설 연휴 밥상 민심을 챙기겠다는 행보다. 최근의 지지율 정체로 당 내에선 “흐름을 반전 시키지 못하고 이대로 가면 진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시점이다.
공약 발표전 90도 사과…“시민 주거권 못 지켰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 “서울을 서울답게, 확 바꾸겠다”며 ‘이재명 정부의 7대 공약’을 발표했다. ▲대규모 주택 공급 추진 ▲철도ㆍ도로 지하화 ▲혼자서도 행복한 서울 ▲강북ㆍ강남 격차 해소 ▲창업 글로벌허브 구축 ▲문화ㆍ관광 세계화 ▲생태 도시 구축 등이다.
이 후보는 공약 발표에 앞서 원고엔 없던 사과부터 했다. “서울시민께서 부동산 문제로 많이 고통받으시고, 민주당이 기대에 못 미친 점에 대해서 많이 실망하신 것 같다”며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민주당으로 변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 함께 사과의 인사를 드리겠다”며 의원들과 함께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첫머리로 내놓은 주택 공급 공약을 발표할 때도 이 후보는 “민주당 정부는 서울시민의 주거권을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했다”며 “발 구르고 속 태우게 한 점 뼈저리게 반성한다. 집 걱정을 덜어드리지 못해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민심 이반의 핵심으로 꼽히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실책에 거듭 몸을 낮췄다.
다만 이 후보는 “공급 규모와 방식을 비롯한 구체적인 방안은 향후 빠른 시간 내에 별도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그는 “공급 방안은 어젯밤에 정리가 다 됐으나, 물량을 더 확보하기 위해 (발표 시점을) 미뤘다”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선대위 관계자는 “기존에 정부가 발표한 32만호 외에 서울 신규 택지 등 추가적인 대규모 공급 물량이 검토 중이며 곧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아울러 “‘사람은 지상, 차량은 지하’라는 대원칙 아래 지하철 1ㆍ2ㆍ4호선과 경의선ㆍ중앙선ㆍGTX-C 지상 구간을 단계적으로 지하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경부고속도로 양재~한남 구간 지하화를 추진하고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도 조기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지하화에 드는 예산은 도로의 경우 ㎞당 1000억원 정도, 철도의 경우 그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민주당은 추산했다.
이밖에 “1인 가구 주거 안정을 위한 방범 카메라 등 안전장치 확대보급”, “용산공원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공간으로 조성” 등의 공약이 발표됐다.
‘연트럴 파크’ 찾아서도 거듭 사과…“5000표 차로 당락 결정”
공약 발표 후엔 서울 연남동을 찾아 ‘걸어서 민심 속으로’라는 행사를 했다. 2030이 주로 찾아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라는 별칭이 있는 길을 따라 시민들과 만났다.
수백명의 인파와 일일이 악수하며 사진을 찍은 이 후보는 이곳에서 원고와 마이크도 없이 30분 가까이 즉석연설을 했다. 여기에서도 이 후보는 “정치인이 아무리 좋은 이상과 가치를 가졌어도 국민이 고통스러워하면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그렇게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재명이 후보가 된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에서는 정치 신념에 어긋날지라도 국민 뜻을 존중하겠다”며 “네편 내편 안 따지고 유능한 인재를 기용하고, 좋은 정책이라면 여야를 따지지 않고 채택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자신을 홍보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재명 실제로 보면 흉악한 사람 아니더라”, “욕했다는데 엄마 때문에 그랬다더라” 같은 예시를 제시하며 “여기 계신 분들이 하루에 한명에게만이라도 말해달라”고 했다. 이어 “제가 보기엔 대선에서 5000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 “2표 차로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이처럼 수도권 한표 한표에 집중하는 건, 심상찮은 최근 지지율 때문이다. 이 후보는 줄곧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필수 고지”로 서울을 꼽았는데,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뒤진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에 당내에선 “4자 구도로 해도 쉽지 않은 상황”(노웅래 의원)이란 위기감도 나왔다. 이 후보는 이날 당원들에게 “요즘 지지자분들께서 걱정이 많으신 점 잘 알고 있다. ‘서울에서 이겨야 승리할 수 있는데’란 말을 요새 가장 많이 듣는다”며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내가 이재명이다’ 생각하고 주위의 한 분 한 분 설득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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