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씨 만난 심상정 "김건희씨 사과, 반드시 필요"
[곽우신 기자]
▲ 21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비공개 면담을 한 김지은씨가 21일 '감사한 마음을 담아 드린다'라며 심 후보에 건넨 선물. |
ⓒ 배복주 정의당부대표 페이스북 |
"사담이었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사과해주시기를 바라고 있다." - 김지은씨
"사적 대화인데 왜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말은 맞지 않다." -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피해자인 김지은씨에게 연대의 손길을 내밀었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가 '미투' 운동을 폄훼하고, 안희정 전 지사를 감싼 발언을 한 것이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김지은씨는 김건희씨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했지만, 김건희씨는 방송사 측에 서면으로 유감을 표명한 이후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해당 녹취가 '사적 발언'이라며, 2차 가해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심 후보는 21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김지은씨를 비공개로 만난 뒤 이같은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심 후보 측에서 제안한 만남을 김지은씨가 받아들이면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이날 회동에는 장혜영 비서실장과 배복주 부대표가 함께했다. 김지은씨는 이 자리에서 김건희씨를 향해 재차 사과를 요구했다.
▲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16일 방송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 내용. |
ⓒ MBC |
심상정 후보는 김지은씨에게 "미투 발언 이후 굳건하게 어려운 길을 헤쳐온 것에 대해 감사하고, 정치인들이 정치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데 그게 늘 부족하다는 생각에 죄송스럽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안 전 지사의 권력형 성폭력은 사법적으로도 이미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며 "그러나 정치 영역에서는 여전히 국면이 한 단계 전환되지 못한 채 이렇게 또 결과적으로 아픈 상처를 헤집는 사건이 발생했다"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런 어려운 현실에서 혹시라도 저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분들께도 따뜻하게 온기가 전해질 수 있는 자리였으면 해서 용기 내어 왔다"라며 "(심상정) 후보님이 제 목소리뿐만 아니라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러 오셨다고 생각한다"라고 응답했다.
특히 김씨는 "많이 힘들다. 재판 이후에도 2차 가해가 지속되고 있다"라며 "정치인들이 가진 말의 힘이 너무 크다. 일반 시민들에게 굉장히 큰 영향력을 미친다"라고 이야기했다. "가해자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성범죄자로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까지, 그렇게 왜곡하고 조롱하는 발언을 한다면 어느 누가 자신의 피해 사건을 고발하고 끝까지 싸우겠나?"라며 "그 용기를 꺾는 발언이었기 때문에 저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김건희씨 발언이) 큰 상처가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씨는 "여전히 사과해주시기를 바라고 있다"라며 "어찌 보면 사담이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그 발언으로 인해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악플을 달고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공적 위치에 계신 분들이 언행에 신중하면 좋겠다. 본인들의 언행으로 인해 상처받고 고통받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심 후보는 "사적 대화인데 왜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말은 맞지 않다"라며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씨는 이미 공적 관심의 영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사적 대화라 하더라도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가 되었고 그것이 현재 광범위한 2차 가해의 씨앗이 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건희씨의 말은 이미 몇 년 전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된 권력형 성범죄 사건에 대해 국민들에게 그 본질을 왜곡하고 있으므로 사과는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호응했다.
▲ '성평등 대한민국' 외친 심상정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지난 12월 16일 '나라 바꾸는 여성' 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서 성평등 대한민국 플래카드를 펼치고 있다. |
ⓒ 국회사진취재단 |
김씨는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내어 놓았다. 그는 "민주당 내 2차 가해자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제가 너무 미약한 사람이다보니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라며 "가해자 측에서 거짓 증언을 하고 제게 2차 가해를 했던 이들은 여전히 청와대, 국회, 공공기관의 주요 요직으로 대부분 영전해서 가 있는데 진실을 증언해주신 분들은 사실상 정치권에서 쫓겨나 여러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일들이 제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심 후보는 "사건 당시 안희정만 제명시키고 무마할 게 아니라 민주당 차원에서 어떻게 문제를 성찰하고 재발을 방지할 것인지를 책임있게 대책을 내놓고 추진했어야 하나, 그러지 않았다"라며 "사건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미룰 수 없는 것은 이것이 권력형 성범죄이기 때문이다. 당시 안희정이 누렸던 권력은 개인의 것이기도 하지만 당의 것이기도 하므로 이 부분에서 명확하게 당 또한 그 책임의 주체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민주당에서 그 책임을 제대로 이행했다면 이후 오거돈, 박원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권력형 성범죄와 2차 가해 문제에 있어 원칙을 명확히 하지 않았기에 자꾸 다른 얘기를 하는 분위기가 근절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국민들 역시 너무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라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김지은씨는 미투가 우리 현실을 바꾸는 용기있는 출발이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라며 "김지은씨가 겪은 성폭력은 정치의 한복판에서 일어난 일이다. 피해자가 제대로 사과받고 당시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의미가 다시 한번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후보의 한 사람으로서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김씨는 "사회적 약자와 여성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 심 후보님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자리를 꿋꿋이 지켜주시면 고맙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의당 측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김지은씨는 언론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본인의 사진이 사용되지 않기를 원한다고 여러 차례 당부하였다"라며 "언론인 분들께 오늘 보도과정에서 김지은씨의 사진이 사용되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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