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변한 AI, 한국행을 결심한 부부
[김형욱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마더/안드로이드> 포스터. |
ⓒ 넷플릭스 |
북미 박스오피스가 전통적으로 전 세계 영화 흥행 시장을 선도했었다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서서히 넷플릭스 시청 순위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머지 않아 넷플릭스 시청 순위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영화를 보는 사람의 인식 속에 굳건하게 자리잡지 않을까 싶다. 그런 관점에서 <돈 룩 업>을 밀어내고 넷플릭스 한국의 TOP 영화 부분 1위를 꿰찬 후 꽤 오래 유지했었고 TOP 10 안에 꾸준히 자리잡고 있는 <마더/안드로이드>의 존재가 새삼 흥미롭다.
<마더/안드로이드>는 작년 12월에 '훌루'를 통해 미국에서 공개된 후 1월에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서 공개되었는데, 결코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진 못했다. 비평적으로 말이다. 보다 자세히 후술하겠지만, 이도 저도 아닌 디스토피아 SF 스릴러라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흥행 면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단순히 미국의 국민 여동생 '클레이 모레츠'가 주연으로 열연했기 때문만은 아닐 테다.
미국에서도 꽤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로는 돌변한 AI의 무서움이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었을 테고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로는 극중에서 'KOREA'가 안전한 곳이라고 언급되는 대목과 'KOREAN'의 복장 논란 때문일 것이다.
AI의 습격, 임산부의 여정
대학생 커플 조지아와 새뮤얼은 크리스마스 파티에 가고자 조지아의 집에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다. 하지만, 파티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일이 그들 사이에 있었으니 조지아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이었다. 고민을 안은 채 파티에 가 시간을 보내는 조지아와 새뮤얼, 그러던 어느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리며 불이 꺼지고 핸드폰은 먹통이 된다.
무슨 일인가 싶었던 찰나 가정용 안드로이드가 파티원들을 공격한다. 겨우 위기를 모면하고 집밖으로 뛰쳐 나와 보지만, 집밖은 아수라장이다. 모든 안드로이드가 사람들을 공격해 죽이고 있었던 것. 시간이 지나, 새뮤얼과 배가 많이 부른 조지아는 안드로이드의 시선을 최대한 피해 숲 속으로 이동하고, 천신만고 끝에 군인이 지키는 수용시설에 당도한다.
나름 편안하게 나날을 보내며 보스턴에 당도해 안전하다는 한국까지 가려는 계획을 세우는 새뮤얼과 조지아, 하지만 군인과 싸우고는 이내 쫓겨난다. 겨우겨우 찾아 낸 폐가를 뒤로 하고 오토바이를 구해 무인 지대를 빠르게 통과하려 하는데, 과연 그들은 무사히 보스턴에 당도할 수 있을까? 안전한 한국까지는 어떻게 가려는 걸까.
현실 반영의 미덕, 허점 많은 스토리
안드로이드의 반란으로 초토화가 된 미국에서 안전한 곳은 없다는 인식 하에 궁극적으로 안전한 한국으로 향하는 두 주인공. 좀비가 안드로이드로 대체되고 한국이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인식도(코로나 시국에서) 와닿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엔 없는 게 너무 많다. 엄연히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데 그에 걸맞은 액션과 서스펜스가 제로에 가깝다. 관객들이 영화적으로 바라는 것들이 없으니 비판 아닌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감성을 터치하며 예술 영화를 지향하지도 않으니, 말 그대로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 버린 것이다.
또한, 스토리 라인에서 허점이 많다. 왜 안드로이드가 반란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없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칠드런 오브 맨>처럼 인류 최후의 희망인 아기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당위성도 없다.
영화 안팎의 이야기들
영화를 둘러싼 이런저런 긍정과 부정 요소들을 뒤로 하고,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인기 있는 이유로 OTT를 들 수 있겠다. 이야깃거리와 함께 확실한 논란 거리까지 있는 영화를 영화관까지 가지 않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분명 <마더/안드로이드>의 한국 관련 논란이 의도한 게 아니라 할지라도 결국 훌륭한 바이럴 마케팅 요소로 작용했다. AI의 돌변, 이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 그리고 그 안에서 언급되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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