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가 택한 공주, 레이첼 지글러_요주의여성 #43

김초혜 2022. 1. 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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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백설공주> 의 주인공 레이첼 지글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레이첼 지글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레이첼 지글러

모든 것을 이겨내는 사랑? 미움과 혐오, 분열의 언어로 가득한 세상에서 오랜만에 ‘러브 스토리’가 전하는 낭만에 빠져들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새롭게 연출한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아무리 거장 감독이지만 괜스레 고전을 건드려 ‘시대에 뒤떨어진 재탕’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던 것은 기우였습니다. 섬세한 각색과 21세기 영화적 기법으로 재탄생한 영화는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입니다. 영화의 가치, 고전의 가치, 사랑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작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1950년대 뉴욕, 가난한 백인 젊은이 집단과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집단의 갈등을 그리고 있습니다. 원작에서 백인 배우들이 분장을 하고 푸에르토리코인 역할을 맡았던 것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대규모 오디션을 통해 실제 라틴계 배우들을 캐스팅했죠. 이에 50명에 달하는 배우들의 스크린 데뷔작이 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그 중에는 주인공 마리아 역할의 레이첼 지글러가 있습니다.

라이징 스타, 레이첼 지글러 @GETTY IAMGES

2001년 미국 뉴저지 출생, 폴란드계 아버지와 콜롬비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레이첼 지글러. 고등학교 시절부터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슈렉〉 등 여러 뮤지컬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유망주였던 그는 무려 30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역에 발탁됐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자신이 찾아낸 ‘보석’ 레이첼 지글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레이첼 지글러가 첫 타자로 오디션을 봐서 처음부터 눈이 확 높아졌다. 그녀를 능가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하기도.

과연 레이첼 지글러의 천부적인 가창력과 연기력은 영화에서 빛을 발합니다. 그 유명한 발코니 신에서 영화의 메인 테마이자 역대 가장 유명한 뮤지컬 넘버 중 하나인 ‘Tonight’을 부를 때의 천사 같은 목소리란! 사랑에 빠진 설렘과 들뜬 마음을 담아낸 ‘I Feel Pretty’에서도 그녀의 매력은 도드라집니다. 영화의 후반부, 연인의 시신을 안고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절절한 연기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맙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통해 레이첼 지글러는 최근 골든 글로브 뮤지컬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최연소이자 라틴계 여배우로서 최초 수상!) 여러 시상식에 이름을 올려 둔 상황. 만 20세의 이 신예에게는 또 다른 빅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으니, 바로 디즈니가 계획 중인 실사 영화 〈백설공주〉의 주인공이 된 것. 그녀의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며 피부색을 문제 삼는 반응들이 나오자 자신의 SNS에 “나는 백설공주다. 하지만 역할을 위해 내 피부를 표백하진 않겠다”는 글을 썼다가 지우기도 했죠.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통해 확인한 그녀의 재능은 ‘새로운 백설공주’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고 있습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오래된 이야기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성 캐릭터들이 눈에 들어오는 작품입니다. 레이첼 지글러가 연기하는 마리아는 ‘가련한 줄리엣’이라기 보다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는 주체적인 모습으로 비춰지죠. 그 밖에도 ‘아니타‘ 역할의 아리아나 데보스, 원조 아니타이자 원작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 ‘발렌티나’ 역을 맡은 리타 모레노 등 싸움질을 벌이는 어리석은 남자들 사이에서(“제발 그만해!”를 외치고 싶었던 순간들) 지혜롭고 용감한 여성들의 존재감이 빛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사랑은 언제나 의미 있는 주제이며, 분열 또한 오늘날 중요한 주제다. 지금이 이 이야기를 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전합니다. 인종, 이념, 성별, 계급, 세대 등 갖가지 대립과 갈등으로 찢어진 세상. 적어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보는 2시간 30분만큼은 모두의 가슴에 영화의 메시지가 새겨졌으면 합니다. 분열보다 화합, 복수보다 용서, 증오보다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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