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미국 빼고 프랑스·독일·우크라·러시아 4자 회담하자"

박형수 2022. 1. 2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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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서방과 러시아의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후,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러시아가 직접 만나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과 가디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 연설에서 러시아·독일·프랑스·우크라이나가 참여하는 4자 회담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 순환의장인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가 하는 (평행선) 대화를 보라"며 "유럽은 미국과 조율하는 동시에 러시아와 (직접)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전략안정대화를 시작으로 12일 나토, 13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연쇄 회담을 가졌지만, 양측은 입장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끝났다. 그러는 와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은 더 커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4자 회담을 제안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갈등 종식에 대해 합의해야 할 때"라며 "4개국 정상이 새로운 회담에서 해결책을 찾자"고 말했다.

독일도 긍정적이다. 안나레나 배어복 외무장관은 지난 15일 "현 사태의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더해 독일과 프랑스가 중재국으로 참여하는 4자 회담이 이번 사태 해결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는 4자 회담에 대해 시큰둥하다. EU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유럽을 빼고 미국과 직접 대화를 시도하려 한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4자 회담은 '노르망디 형식 회담'으로 불린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후 4개국 정상이 모여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한 데서 시작됐다. 당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열린 노르망디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마주 앉았다. 4개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반군이 휴전하기로 한 '민스크 협정'을 타결했다.

회담이 성사되면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안보 불안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수동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유럽도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유럽은 러시아와 미국의 날개에 몸을 맡기고 있다"며 "난민 문제와 브렉시트로 분열했던 시기보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더 소극적"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미·러가 주도하는 것에 대해 유럽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EU 외교정책 책임자인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지난 5일 "유럽 안보를 논하는 자리엔 반드시 유럽인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장갑차가 크림반도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 탱크와 중화기를 갖춘 10만명의 군대를 배치하고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A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4자 회담과 함께 미국을 제외한 유럽의 독자적 안보체계 구축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러나 일부 동유럽 국가는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이 EU의 분열을 초래해 러시아에 득일 될 수 있다며 경계했다. 스와보미르 뎁스키 폴란드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푸틴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그림은 미국과 EU 동맹국 간 분열, 그리고 서방과 우크라이나 사이에 쐐기를 박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만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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