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로봇+모빌리티..로봇경제의 진화 '메타로빌리티'
현대차그룹이 이번 CES에서 내건 핵심 화두는 ‘메타모빌리티’다. 스마트 디바이스가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결돼 인류 이동 범위를 가상 공간까지 확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즉 모빌리티가 메타버스로, 메타버스가 다시 현실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태계를 의미한다.
현대차그룹은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사라진 신개념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와 UAM(도심항공모빌리티)은 현실과 가상을 잇는 접점 역할을 한다. 자율주행 시대에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그야말로 ‘첨단 스마트 디바이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봇-메타버스 결합 ‘메타팩토리’ 눈길
▷2025년 1772억달러 로봇 시장 장밋빛
일례로 자동차가 가상 공간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 디바이스 역할을 해 회의실, 3D 게임룸 등 사용자가 원하는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 접속한 사용자는 현실에 있는 로봇과 상호 작용하며 집에 있는 반려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산책도 함께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 연결 과정에서 ‘로봇’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메타버스에 접속한 사용자는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어진 로보틱스에게 명령을 내리고, 현실의 로보틱스는 이 같은 명령을 현실 세계에서 실현에 옮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을 컴퓨터 속 가상 공간에 구현하는 기술이다.
로보틱스와 메타버스가 결합된 대표 사례로 ‘메타팩토리’가 손꼽힌다. 메타버스에 실제와 같은 공장을 구축하고 로봇을 포함한 모든 기기와 장비를 연결한 개념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가상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현실의 공장을 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공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차로 출근하는 한국 엔지니어가 디지털 트윈에 구현된 해외 공장에 접속, 해결을 지시하면 로봇이 이를 수행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말 완공되는 싱가포르 혁신센터를 그대로 본뜬 메타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뿐 아니다. 모든 사물이 로봇을 통해 이동하는 ‘MoT(Mobility of Things)’ 생태계도 정 회장이 그리는 로보틱스 비전의 한 축이다. 현대차그룹이 CES 2022에서 공개한 핵심 기술 ‘플러그 앤 드라이브 모듈(PnD 모듈·Plug & Drive Module)’,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MobED·Mobile Eccentric Droid)’가 MoT 개념이 반영된 대표 로봇들이다.
PnD 모듈은 인휠 모터와 스티어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스템, 환경 인지 센서 등을 하나로 결합한 일체형 모빌리티다. 빛으로 주변 물체와 거리를 감지하는 라이다 기술과 카메라 센서를 바탕으로 지능형 스티어링과 주행, 제동이 가능하고 360도 회전도 할 수 있다. 즉 어떤 사물에든 부착해 이동성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모베드는 전동화, 자율주행 기술과 접목돼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다용도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너비 60㎝, 길이 67㎝, 높이 33㎝의 직육면체에 4개 바퀴가 달려 다양한 물건을 싣는 것이 가능하다. 울퉁불퉁한 길도 잘 달리고 경사로에서도 수평을 유지한다. 로봇과 자동차의 중간 형태 이동 장치로 개인형 1인 이동 수단이나 서빙 로봇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모베드를 2년 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처럼 시청각 데이터를 활용해 외부 환경을 감지하는 ‘지능형 로봇’이다. 현대차는 지능형 로봇의 고도화를 마지막 로보틱스 비전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개 ‘스폿’은 자체 탑재된 센서를 통해 고온, 혹한 등 극한의 상황이나 방사능 오염 지역 등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서 임무 수행이 가능한 로봇이다. 두 발로 직립 보행하며 현존하는 로봇 중 가장 인간과 유사한 형태를 갖춘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도 향후 달이나 화성 탐사 등 우주 산업 프로젝트에서 인간을 대신해 맹활약할 것이라는 기대다. 정 회장은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이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잇따라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화 TF(태스크포스)’를 상설조직인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해 로봇 사업에 힘을 실었다. 그동안 연구 단계 로봇 기술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로봇 사업에서 탄탄한 수익을 내겠다는 의지다. LG전자는 서비스용 로봇에 공을 들인다. 2017년 자율주행 기술 기반 안내 로봇 ‘에어스타’를 선보인 이후 하체 보조 근력 증강 로봇 ‘클로이 슈트봇’,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클로이 서브봇’ 등을 잇따라 선보이기도 했다.
로봇 산업 전망도 장밋빛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017년 245억달러에서 지난해 444억달러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2025년까지 연평균 32% 성장률을 보이면서 1772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대기업들이 로봇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로봇 기술이 고도화되고 국내 로봇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3호 (2022.01.19~2022.01.25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