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차기 회장 후보군 육성 나섰다..61년생 '빅3' 부회장 선의의 경쟁 돌입
‘금융 대장주가 돌아왔다.’
6개월 만에 KB금융이 금융 대장주 자리를 되찾았다. 새해 들어 주가가 슬금슬금 오르더니 카카오뱅크를 제치고 1월 13일 기준 금융주 1위,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KB지주가 금융 대장주 자리를 탈환하면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새해 조직 개편에도 부쩍 눈길이 쏠린다. KB지주는 최근 ‘3두(頭)’ 부회장 시대로 새롭게 전환했다. 허인 전 KB국민은행장, 이동철 전 KB국민카드 사장이 지난해 말 인사에서 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종전 양종희 부회장과 함께 3각 편대를 구축했다.
허인 부회장은 개인고객·WM·연금·SME 부문을, 이동철 부회장은 글로벌·보험 부문을 담당한다. 양종희 부회장은 디지털·IT 부문을 맡게 됐다.
▶허인 부회장 경쟁력은
▷KB국민은행 ‘리딩뱅크’로 굳건히
지난해 연말 금융권에서 최대 관심사는 임기 만료를 앞둔 허인 국민은행장 거취였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하고 2017년 취임 후 3연임도 한 상황이라 4연임을 노려볼 만하던 시점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부회장 진급으로 더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됐다.
행장 시절 뱅킹 앱 고도화, KB모바일인증서 출시, 디지털 창구 전환, 손으로 출금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디지털 경쟁력을 가속화시킨 공이 컸다.
신사업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냈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후 스마트폰 통신사업인 ‘리브엠’을 선보였다. 비대면 셀프 개통, 통신비 보장 보험, 유심(Usim) 보관 서비스, 당일 도착 배송, 스마트워치 전용 요금제 출시, ‘Liiv M 폰 드림대출’ 등 통신과 금융을 융합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내놔 빠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자체 개발한 KB모바일인증서도 지난해 발급자 수가 900만명을 돌파하며 순항했다. 지난해 12월 KB국민은행은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공공 분야 전자서명 시범사업자로 선정돼, KB모바일인증서를 금융 서비스에서는 물론 공공기관 서비스에서도 별도 절차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그가 이끌던 KB국민은행은 2019년과 2020년 은행권 1위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탄탄한 경영 성과를 달성했다. 이제 금융지주 부회장으로서 종전 노하우를 은행은 물론 계열사 전체로 어떻게 퍼뜨릴 것이냐가 관건이다.
▷KB국민카드 급성장…글로벌 발군
이동철 부회장은 KB금융지주 설립 당시 ‘산파’ 역을 했던 인물이다. 2012년 KB금융지주 전략담당 상무로 발탁, 금융지주 안착에 힘을 보탰다. 2017년까지 KB금융지주 전략총괄 부사장으로 일하다 2018년 KB국민카드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이끌던 KB국민카드는 마이데이터 플랫폼 ‘리브메이트 3.0’과 지급결제 중심의 오픈 플랫폼 ‘KB페이’를 양대 핵심 플랫폼으로 디지털과 플랫폼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적도 우상향곡선을 그렸다. KB국민카드는 이 대표 취임 후 업계 2위로 뛰어올랐고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도 3741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46.6% 성장했다.
윤종규 회장이 이 부회장에게 기대를 거는 분야는 KB금융의 취약점인 글로벌 사업이다.
KB국민은행 뉴욕지점장 출신인 이 부회장은 금융지주 재직 시절에도 이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바 있다. 카드 대표 때인 2017년, 라오스 ‘KB 코라오 리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 현재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5개 국가에 현지법인 4개, 지점 139개, 대표사무소 1개 등 총 144개의 해외 영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첫 번째 해외 자회사인 캄보디아의 ‘KB대한특수은행(KB Daehan Specia
lized Bank)’의 경우 공식 출범 10개월여 만에 조기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견조한 자산·수익 성장세를 기록해 실력을 입증했다. 2020년 자회사 편입을 완료한 인도네시아 ‘KB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PT. KB Finansia Multi Finance)’와 지난해 KB국민카드의 세 번째 해외 자회사가 된 태국 ‘KB제이캐피탈(KB J Capital)’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이 이 같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룹 차원에서 어떤 식의 성과를 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디지털·IT 부문에서 역량 입증해야
양종희 부회장은 부회장 경험에서는 다른 경쟁군 부회장에 비해 훨씬 앞서 있다. 그는 2014년부터 KB금융지주 전략기획부 상무, KB금융지주 재무·IR·HR 총괄 부사장 등을 거치며 ‘큰 그림’을 그리는 것에 익숙한 데다 KB금융지주가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지금의 KB손해보험으로 안착시킨 데도 일조했다.
KB손해보험 사장 시절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이며 보험업계 새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종전에는 병원에서 진료비를 납부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존의 서류 발급, 청구서 작성 등 불편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양 부회장은 사장 재직 시절 인증만 하면 보험금이 청구되는 혁신적인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기업성 보험 온라인 간편가입 서비스’도 그의 작품이다. 이 서비스는 사업자가 기업성 보험에 가입할 때 서류 제출, 자필 서명 소속 담당직원의 온라인 본인 인증을 통해 보험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험 가입까지 들이는 기간을 기존 약 3일에서 5분 이내로 단축할 수 있게 했다. 이 서비스는 금융위 ‘금융규제 샌드박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기도 했다.
KB손해보험 사장으로 근무하는 동안에는 매년 3000억원에서 4000억원 이상 당기순이익을 올려 KB금융지주의 비은행 순익 비중을 극대화하는 데 일조했다. 이후 KB금융지주로 넘어와서는 부회장으로 보험부문장을 역임하다 이번에 디지털·IT 부문을 총괄하게 됐다.
▶윤종규 회장 ‘인사 실험’
▷순환보직으로 성과 측정
무엇보다 이번 인사는 차기 회장에 누가 적합한가를 가늠하기 위한 배치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윤종규 회장이 종전 업무 외 새로운 업무를 이들 부회장에게 부여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금융권 관계자는 “차기 회장 후보군을 미리 점찍어두고 경쟁시키는 구도를 만들어 지배구조 안정화를 도모하고 대내외에 리더십, 경영 능력 등을 비교할 수 있게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윤종규 회장의 임기는 2023년 11월까지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3호 (2022.01.19~2022.0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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