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가 말하는 코인 투자 팁..포트폴리오 3%까지 YES, 단기 매매 NO
여의도가 달라졌다. 그간 암호화폐(코인) 시장에 회의적이던 국내 증권가에서 연초부터 관련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투자 입장을 보류하거나 외면해왔던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SK증권을 비롯해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 교보증권 등 여러 증권사에서 연말 연초 코인 시장을 분석한 보고서를 잇달아 내놨다. 코인 개념부터 시장 규모, 주목해야 할 코인까지 짚어주는 등 ‘열공’한 흔적이 역력하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내다본 코인 투자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증권가, 코인 공부 시작한 이유는
▷코스피 시총 추월…기업 주가에도 영향
증권가에서 부랴부랴 코인 공부에 나선 배경은 최근 그 투자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뿐 아니라 연기금 같은 대형 기관에서 코인 투자를 이어가자 더 이상 좌시할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전 세계 코인 시가총액 규모는 2조4000억달러. 약 2700조원에 육박한다. 전년 대비 1800% 가까이 늘어난 액수로 2021년 코스피 시총(약 2203조원)을 아득히 넘었다. 특히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은 전년 대비 61% 올라 글로벌 자산 순위 10위를 기록했다. 엔비디아, 텐센트, 비자 같은 글로벌 기업보다 높다. 하나금융투자가 연초 내놓은 보고서 제목에 증권가의 달라진 시각이 잘 담겨 있다. 제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가상자산’이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운용사뿐 아니라 글로벌 연기금들도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500조원을 운영하는 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 같은 대형 기관이 채굴업체인 라이엇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임인년 주목해야 할 24가지 키워드’라는 보고서에서 코인과 관련된 키워드를 3개 넘게 꼽았다. 코인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 금융’을 뜻하는 ‘디파이(DeFi)’, 포트폴리오 내에 코인 편입을 고민해야 한다는 ‘가상자산 배분 모델’, 게임하면서 코인을 버는 ‘P2E’ 등이다. 이 밖에 ‘웹3.0’ ‘양자암호통신’처럼 코인과 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키워드까지 더하면 그 개수는 더 늘어난다.
민간 기업의 코인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코인을 무시할 수 없게 된 이유 중 하나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전에는 코인은 신기루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메타버스나 NFT 같은 신산업과 맞물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체감하기 시작했다. 특히 빅테크나 게임사 같은 IT 기업의 시장 진출이 잇따르면서 코인 관련 이슈가 주가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만큼, 기업 분석 측면에서도 다루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인 시장이 증권업계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서병수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최현만 회장이 신년사에서 코인과 블록체인을 강조하며 신사업으로 적극 발굴하라고 주문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 시장에 적극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 내에서도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애널리스트 7人의 ‘코인 투자’ 팁
▷3% 내외 편입 추천…디앱 코인 유망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코인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이재선 애널리스트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예치금이 60조원 규모다. 증시 고객예탁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단기간에 투자 수요가 빠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코인 진출도 시장을 낙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메타, 페이팔, 로블록스 등 글로벌 기업은 이미 메타버스, 스테이블 코인, 암호화폐 결제 등을 진행하고 있다. P2E 트렌드가 게임 시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 밖에도 블록체인의 장점인 보안이나 인증이 필요한 영역에서 코인 적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대훈 애널리스트 역시 “메타버스를 필두로 한 디지털 세계 대중화 시점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그 세계 속 화폐인 코인 시장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전망이 밝지만 단기 관점에서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심수빈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본인 투자 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은 추천한다. 다만, 현재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통화 정책 불확실성이 너무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되기 전까지 코인 가격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들이 추천하는 코인 투자법은 무엇일까. 해외 암호화폐 전문 애널리스트들처럼 공격적으로 시장을 전망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특정 코인 목표가를 제시하거나 유망 코인을 ‘콕’ 집는 언급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재선 애널리스트는 “가격 변동성이 워낙 높은 만큼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공격적으로 잡기보다는 코인 관련 기업이나 ETF에 투자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코인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볼 만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서병수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포트폴리오 매니저라면 전체 3% 이내 수준까지는 코인 투자에 노출할 필요가 있다. 코인 중에서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인 ‘디앱(DApp)’ 관련 핵심 코인에 무게를 둔 투자가 낫다. 이더리움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배분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을 내놓은 애널리스트도 있다. 방인성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인 자산 투자를 전략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시점이 왔다”고 강조했다. 변동성과 리스크가 큰 자산은 맞지만 자산 배분 관점에서는 매력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포트폴리오 내에서 코인 비중을 1~10% 정도 편입하면 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극단적인 폭락장 등 모멘텀 시그널만 잘 파악한다면 최대 낙폭을 축소하면서 운용 성과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방인성 애널리스트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포트폴리오 내에 가상자산 비중을 최대 10%로 두고 가격 등락에 맞춰 매매했을 때 투자 성과가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각각 1.5%씩 편입하면 포트폴리오 변동성에는 거의 변화가 없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5%포인트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단기 모멘텀에 유의하며 코인을 전략적으로 운용한다면,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게임 메이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변동이 큰 상황에서, 차익 실현을 위한 단기 매매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의견을 내는 이도 다수다. 정용제 애널리스트는 “단순히 단기 차익을 위한 거래보다는 공부하고 투자할 것을 권한다. 코인 백서 분석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 로드맵이나 비전, 연구진을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별 기업 주식 매매 시 각 기업 재무제표나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처럼, 코인도 관련 정보나 이슈, 보고서를 찾아보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심수빈 애널리스트의 조언이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3호 (2022.01.19~2022.0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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