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티드 도넛·다운타우너..손만 대면 '대박' GFFG 성공 비결은
한국에 때아닌 ‘도넛 열풍’이 분다. 백화점과 주요 상권에 프리미엄 수제도넛 매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어서고 인기 매장에는 줄까지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SNS에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도넛 인증샷 찍기’ ‘도넛 도장 깨기’ 같은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도넛’을 태그한 게시물만 35만개에 달할 정도다.
최근 도넛 열풍의 한가운데에 ‘카페 노티드’가 있다. 카페 노티드가 하루에 파는 도넛 개수만 약 3만개. 2017년 문을 연 청담동 매장은 평일에도 30분은 기다려야 입장 가능할 정도로 사람이 많아 ‘줄 서서 먹는 도넛’이라는 별칭으로도 유명하다. GS25나 무신사 같은 유명 기업이 앞다퉈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할 정도로 그 영향력과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 그야말로 ‘대박’이 난 셈이다.
카페 노티드는 ‘GFFG’라는 F&B 기업이 운영한다. GFFG는 2015년 7월 1호점인 ‘리틀넥 한남’을 오픈하며 출범한, 아직 7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기업이다. 하지만 성장 속도는 어마어마하다. 2022년 1월 기준 GFFG가 운영하는 브랜드만 6개, 매장은 31개에 달한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700억원에 정직원만 600여명이다. 손대는 브랜드마다 대박을 내며 승승장구 중인 GFFG의 비결은 무엇일까.
▷합리적 가격에, 먹는 방식도 편하게
GFFG라는 이름 자체는 생소할 수 있지만 그들이 운영하는 브랜드 이름을 살펴보면 ‘아~ 거기?’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국내 14개 매장을 보유하며 전국구 도넛 브랜드로 거듭난 ‘카페 노티드’를 비롯해, 카페 노티드 매장 옆에 늘 단짝처럼 붙어 있는 수제버거 전문점 ‘다운타우너’, 압구정로데오 퓨전 한식 맛집으로 유명한 ‘호족반’, 미국 가정식 레스토랑 ‘리틀넥’ 등이다. 이 밖에도 뉴트로 스타일 뉴욕 피자를 표방하는 ‘클랩피자’, 아메리칸 차이니즈를 내세우는 퓨전 중국집 ‘웍셔너리’가 있다.
GFFG가 운영하는 브랜드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국식’, 그것도 미국에서 저렴하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아메리칸 캐주얼 음식점’이라는 점이다. 도넛·햄버거·피자 등 미국 음식을 대표하는 아이템부터 미국식 한식과 미국식 중식집까지 다양하다.
이는 이준범 GFFG 대표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미국으로 넘어가 20년 가까이 생활하며 미국 문화를 체득했다. 당시에도 레스토랑 음식보다는 등하굣길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스트리트 푸드에 더 정이 갔다고. ‘미국 음식의 매력과 정취를 제대로 구현한다면 한국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게 창업 당시 그의 생각이었다. 이 대표는 1호점 리틀넥 한남 때부터 매장과 주방 운영은 물론 메뉴 개발까지 직접 해오고 있다.
이 대표는 “GFFG 브랜드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바로 ‘대중성’이다. 대중적인 맛에 대중적인 가격이 더해지면 고객이 싫어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현재 노티드 도넛은 3000원대, 다운타우너 버거는 9000원대로 품질 대비 가격 진입장벽이 높은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먹는 재미와 함께 보는 재미까지
GFFG 브랜드 매장은 ‘인증샷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인테리어와 독특한 제품 디자인에 힘입어 ‘사진 예쁘게 나오는 곳’으로 입소문을 탔다. 다른 외식 브랜드보다 인스타그램 게시물 개수가 많은 이유도 여기 있다. ‘다운타우너’와 ‘카페 노티드’ 모두 태그 게시물 개수가 13만개를 넘어간다.
GFFG 디자인은 오랜 고민과 연구의 결과다. 다운타우너를 상징하는 ‘서 있는 버거’가 대표적이다. 다운타우너 첫 매장을 오픈한 2016년 초만 해도 수제 버거를 먹을 때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재료 단가가 높은 데다 고급 요리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이 대표 생각은 달랐다. 나이프로 버거를 자르자마자 무너져 내리는 데다가 정면에서만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고 봤다.
GFFG는 ‘포장 패키지’로 문제를 해결했다. 예쁘게 디자인한, 단단한 ‘명함 박스’에 햄버거를 세로로 넣어 버거가 서 있게 만들었다. 덕분에 위에서 사진을 찍어도 버거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고, 정면에서 찍어도 포장 디자인이 강조될 수 있었다. 매장을 배경으로 햄버거를 손으로 든 상태에서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생겼다.
이 밖에도 연노랑·연분홍 등 파스텔톤으로 칠한 정사각형 박스에 담겨 나오는 ‘카페 노티드 도넛’, 미국 우편 회사를 오마주해서 제작해 마치 해외 배송을 받는 느낌으로 디자인한 ‘클랩피자 포장 박스’도 SNS 인증샷을 겨냥해 제작한 패키지다.
예쁜 디자인이 눈도장을 찍으면서 대기업과 컬래버레이션 제안도 계속 이어졌다. 롯데제과와 함께 선보인 ‘몽쉘 × 노티드 몽블랑 도넛’, GS25 ‘노티드 우유’ 등이 대표적이다. 디자인이 감각적이라는 평을 얻으면서 무신사 등 패션 기업과 함께 티셔츠를 만들기도 했다.
▶“언젠가는 된다” 근성의 힘
▷노티드 도넛, 폐업 직전 기사회생
지금이야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기업 중 하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GFFG 사정은 썩 좋지 못했다. 이제는 노티드 도넛의 상징이 된 ‘스마일’ 로고는 당시 힘들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넛을 판매하기 전, 카페 노티드가 케이크 전문점으로만 운영했을 때는 1년 넘게 적자를 면치 못했다. 여기저기서 빚 독촉장이 날아올 정도로 재무 상태가 심각해져 사업을 접을 생각까지 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도넛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넣은 디자인이 바로 ‘스마일’. ‘지금은 힘들지만 앞으로는 웃는 일만 생겼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는데 이게 엄청난 호응을 불러왔다.
이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사업을 발전해나가려는 노력이 지금의 GFFG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다운타우너는 ‘아보카도 버거’, 호족반도 시그니처 메뉴인 ‘NY양념갈비’를 선보이기 전까지는 ‘맛없다’ ‘특색 없다’는 혹평이 대부분이었다. 매출이 안 나오더라도 제품과 인테리어에 투자를 하고 발전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간의 노력이 한꺼번에 시너지를 내면서 폭발하는 순간이 온다”고 설명했다.
GFFG는 향후 브랜드 개수를 30개까지 늘려갈 예정이다. 치킨 버거, 바비큐, 와인 커머스, 미국식 스시야 등 이미 밑그림 작업이 끝난 브랜드도 여럿이다. F&B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나는 것이 이 대표의 목표다.
“올해는 스톡옵션 등 직원 보상 체계와 조직문화 개선에 주력할 생각이다. 하와이를 시작으로 미국 진출도 계획 중이다. 매장 하나에서 시작한, 그리고 여전히 사회에서 다소 홀대받고 있는 외식 기업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이 대표의 포부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3호 (2022.01.19~2022.0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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