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원전은 '친환경'인데.."脫원전, 기후 경제전략화 대응 걸림돌"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향후 산업 경쟁력 전반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앙일보가 20일 한국행정학회ㆍ한국정책학회ㆍ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공동주최한 정책 세미나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서 윤지웅 경희대 교수는 “차기 정부는 선진국이 기후 대응 위기를 경제전략화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유럽연합이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하는 동시에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에 포함시켰다”며 “차기 정부는 탈원전과 관련해 글로벌한 변화를 감안한 에너지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의 제품에 관세를 물리는 제도다. 원전을 ‘친환경’으로 분류해 상대적으로 싼 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할 유럽과 달리, 탈원전에 직면한 한국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거란 관측이 나온다.
▶윤지웅 교수=“선진국들은 기후문제를 활용해 비관세 장벽의 무역 무기를 만들고 있다. 특히 선진국은 원전을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하는데 반해 한국은 일찍부터 원전을 ‘녹색’에서 제외했다. 제조업 기반의 생태계를 가진 한국 기업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영훈 광운대 교수=“유럽은 원자력을 폐기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는 더 나아가 원전을 친환경으로 분류했다. 차기 정부는 이런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글로벌 정보 수집ㆍ파악 능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는 “파편화된 행정시스템이 시장 참여자들의 융합과 협업을 막고 있다”며 “정부 업무평가에서 다부처 협업 성과를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준모 교수=“공무원들의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 대만은 화이트 해커 출신의 오드리탕을 디지털 업무를 하는 장관으로 임명했다.”
▶정우성 포항공대 교수=“문재인 정부에서 R&D 예산이 기존의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었지만, 전체 예산 대비 비율은 5%선 그대로인 착시로 봐야 한다. 차기 정부는 재정 축소가 되더라도 연구 예산 규모를 유지 또는 더 늘릴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
▶최준호 중앙일보 과학전문기자=“코로나 지원금으로 100조원 가까이 사용됐다. 그런데 과학 연구에는 1조원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국내 5~6개 기업이 코로나 백신을 연구했지만 지원금 100억원도 받지 못했고, 결과는 개발 실패였다. 반면 모너나ㆍ화이자에 대한 지원금은 조단위였다.”
지방분권과 관련해선 지방정부의 예속 구조가 지속되는 원인으로 정치권의 간섭이 지적됐다.
홍준현 중앙대 교수는 “자치를 저해하는 적폐는 바로 중앙 정치”라며 “정치권의 지방정부 통제 고리를 끊기 위해 기초 단체라도 정당 공천권을 아예 배제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준현 교수=“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하위구조가 아니라 국가를 구성하는 중앙과 지방의 협업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 정부의 조례ㆍ규칙을 중앙정부의 법령과 대등하게 만드는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
▶문병기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인구절벽 문제가 심각한데도, 아무도 이민사회를 언급하지 않는다. 이민사회는 이미 지역 경제를 받치고 있고, 노동시장의 미스매치 문제에서도 역할하고 있다. 실효적 지방분권 논의를 위해선 이민사회 문제까지 포괄해 논의될 시점이 됐다.”
손희준 청주대 교수는 “지방에 대한 과세자주권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한 지방재정법 전면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손희준 교수=“지방세 수입으로 지방 자치단체의 인건비 충당도 못하는 곳이 2006년 61%였고, 지금도 50%가 넘는다. 결국 재정자립도는 현재도 43.6%에 그치고 있다. 이런 재정 구조에서는 자치가 불가능하다.”
▶이재원 부경대 교수=“문재인 정부 들어 지방예산이 5조원이 순증해 14조원이 됐다. 그런데도 지역민들은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느냐’고 한다. 지방정부가 주민의 삶을 어떻게 증진시켰는지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추가 논의가 쉽지 않게 된다.”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활용 방안도 논의됐다. 윤두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조정실장은 “전담기구를 설립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형득 강원대 교수=“국책연구기관이 국가가 아닌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솔직히 기관들이 정권이 바뀌면 입장까지 다 바꿔서 보고서를 내온 것이 사실이다.”
▶윤상환 매경 논설위원=“지난 5년간 국토연구원은 부동산 문제에 침묵해오다 최근에야 보고서 냈다. 또 여당 후보의 지역화폐에 대한 비판 보고서가 나오자 정치권은 연구자 개인을 지목해 공격했다. 이러니 국책연구소가 장기 비전이 아닌 ‘5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만 하게 된다.”
이번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원숙연 한국행정학회 회장(이화여대 교수)는 “모든 정책이 5년짜리 정부를 위해 2년의 시계를 가지고 1년짜리 예산으로 돌아가는 데자뷰를 국책연구기관에서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나태준 한국정책학회 회장(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아닌 국가를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학회는 3주에 걸쳐 논의된 7개 주제에 대한 세미나 결과를 정리해 주요 대선 후보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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