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두 가지가 의심된다

박종국 2022. 1. 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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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분야 전문가가 본 사고] 몰아치기 타설·외벽거푸집 이탈 확인해야.. 이런 사고 방지하려면

[박종국 기자]

▲ 무너져내린 아파트 광주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구조물 붕괴 이틀째를 맞은 12일 당국은 안전진단을 거쳐 실종자 수색 재개를 결정하기로 했다. 신축 공사 중인 이 아파트의 1개 동 옥상에서 전날 콘크리트 타설 중 28층- 34층 외벽과 내부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사진은 이날 오전 사고 현장의 모습.
ⓒ 연합뉴스
새해 벽두부터 건설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들이 들려온다. 지난 1월 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39층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초고층 건설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대형붕괴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대형 콘크리트 덩어리가 지나가는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 7개월 만이다. 불과 며칠 전에는 경기도 평택의 냉동창고 공사장 대형 화재 진압 중 소방관 3명이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이번 광주 화정아이파크 초고층 아파트는 분양 당시 평당 분양가 1600만원을 호가해 지역에서 제일 비싼 건축물이 될 거라는 전망에 분양 경쟁률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치가 무색하게 이번 붕괴 참사 CCTV 영상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을 보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국민소득 3만달러 선진 대한민국 위상이 또다시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받게 된 것이다.

휴일도 없이 새벽별 보고 공사현장으로 출근한 남편들과 자식이 아직까지도 생사를 알 수 없는 콘크리트 잔해에 깔려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혹한의 추위를 떨면서 발을 동동 구르며 붕괴 잔해가 무성한 현장만 하염없이 쳐다만 볼 뿐이다. 오히려 수색 작업 중 또다른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거나 희생 당하지 않을까 걱정을 해주고 계신다.

몰아치기 타설, 없었나 

아직 정확한 붕괴 사고 원인은 조사중이므로 섣부르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건설현장 안전분야에서 20년 이상 NGO활동 경험을 가지고 있는 필자로서 도저히 가만 있을 수 없어 몇가지 문제점들을 지적 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번 사고로 건설현장의 총체적인 안전불감증 문제가 다시 입증되었다는 사실이다.

우선 콘크리트 타설을 하기 전에는 하부 동바리 거푸집 및 지지보강을 철저히 하여 꺼짐사고를 대비해야 하고 어느 한쪽으로 타설시 편심하중을 예방하기 위해 고르게 분산 타설을 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이를 준수할 경우 시간이 많이 소요 되므로 몰아치기 타설을 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이는 업계의 관행이 돼 버렸다.

여기에 불법 다단계하도급 형태의 물량하도급 관행이 속도전 작업으로 이어진다. 즉 10명이 타설을 해야 할 적정공사에 겨우 6~7명 정도가 타설 작업에 투입되어 공사를 하게 되면 안전수칙을 기대하는 게 무리일 것이다. 하여 타설 단위 면적당 적정 작업 투입 인원을 시방서에 명문화하고 현장 감리는 작업 시작된 이를 꼭 확인토록 해야 한다.

타설 이후에도 콘크리트 양생기간을 충분히 주고 최소 3개층 정도는 하부 수직 지지보강 파이프서포트를 일정 기간동안 제거를 하면 안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후속 실내공사에 장애를 받게 된다. 하여 상당 부분을 제거해 버리는 게 관행이다. 요즘은 이번 참사에도 잘 나타났듯이 데크플레이트를 이용한 무량판 공법을 도입하여 지지보강 자체를 하지 않는 공법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이또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을 시 공기 단축을 위한 위험한 공법으로 변질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사비 부풀리기를 위해 콘크리트 강도 슬럼프가 약한 몰탈을 사용 했을 경우 붕괴 위험은 배가 된다. 이를 피하고자 시멘트 몰탈에 강화제만 잔뜩 집어넣어 콘크리트를 빨리 굳게 하여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 새로운 환경호르몬까지 유발하게 한다.

대형 외벽거푸집 이탈 가능성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붕괴 사고 사흘째를 맞은 13일 오전 구조대가 실종자들을 찾고 있다.
ⓒ 연합뉴스
붕괴 참사에 대한 다음 가설은 'RCS(Rail Climbing System)시스템' 거푸집이라고 불리는 대형 외벽거푸집 이탈 가능성이다, 언제부터인가 도심 초고층 건축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이러한 특수공법이 도입되고 있다. 이 공법은 작업 효율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이 공법은 무게만 해도 수십톤에 이른다. 자칫 콘크리트 고정핀이 무게를 못 버티고 부러지거나 이탈시 큰 사고로 이어진다. 이미 2010년 부산 해운대 우동, 잠실제2롯데월드에서 유사 재해로 인명피해가 발생된 바 있다.

광주 붕괴 현장에서는 타설된 콘크리트 슬라브가 꺼지면서 외벽 RCS거푸집 시스템을 밀어냈다면 고정핀이 뽑히면서 이탈되어 하부층들에 충격을 주면서 베란다쪽 실내작업자들을 덮쳤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타워크레인 벽체지지고정을 가격하여 자칫 2차 타워 전도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기울기만 했다. 만약 불량 강도가 약한 불량 콘크리트를 사용 했다면 고정핀 이탈에 의한 붕괴 참사도 가정해 두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이러한 특수공법 기술자 자격증도 없고 가르치는 기술학교들도 없다. 무자격 외국인팀들이 3~4명 팀을 이뤄 이 위험한 일을 하고 다니는 실정이다.

'레미콘 타설 신고제' 도입 필요

여기에 한 가지 딜레마가 있다. 계절마다 다소 다르겠지만 콘크리트 타설 후 최소 15일 정도가 충분한 양생 기간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많은 건설 일용노동자들이 생존권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최저가로 공사를 수주했다면 다단계 하도급으로 내려오면서 100억대 공사가 겨우 60억에 시공하게 된다. 업체들은 공기단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만회하려고 할 것이다.

가령 날씨가 추운 동절기엔 타설 후 포장을 씌워 열풍기 및 고체연료, 갈탄을 태워 실내 온도를 높여 마치 고구마처럼 콘크리트를 빨리 양생될 수 있도록 고온으로 찐다. 그러나 하중을 받는 기둥 내부까지는 충분히 양생이 될 수가 없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은 간과한 채 단순하게 안전수칙 위반 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현실을 너무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한 달에 3개층 공사가 적당한데 무려 4~5개층을 더 올리게 되는 것이다.

최근 JTBC 보도에 의하면 불량레미콘 문제가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방지책을 제안한다면 레미콘 타설시 '관공서 신고제'를 도입했으면 한다. 불시에 점검을 할 수 있으므로 레미콘 회사들과 건설사들은 꼼수를 부릴 수 없다.

공사중단 '임금보상제' 도입 필요

한 가지 더 제안을 하자면, 이번 붕괴참사처럼 현장에 공사중단이 발생할 경우 건설일용노동자들의 '임금보존'에 대해 아무런 언급들이 없다는 사실이다. 최소 수백명의 건설노동자들이 하루속히 공사가 재개 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이 또한 염치가 없어 보여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을 것이다. 하여 시공사의 귀책 사유로 인한 공사중단시 임금보존을 시켜야 한다. 그래야 건설사들은 "안전에 선투자를 하는 것이 더 기업에 더 이익"이라는 의식을 가지게 된다. 

1월말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지금 건설사들이 조금은 긴장을 하고 있는 듯 보여진다. 안전부서를 더 강화하고, 안전점검을 더 강화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벌써부터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바지사장을 임명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후진적인 건설업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량도급 등 다단계하도급에 의한 속도전 공사 관행을 벗어나야 한다. 적정 공기를 준수하고 함부로 공기단축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

위험작업은 직접고용을 늘리고 행정기관과 현장 감리는 적정 공기를 지키는지 감시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하루속히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여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발주처 및 시행사는 공기단축 압박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 및 지자체의 관급공사에서도 공기단축을 하면 예산 절감을 했다고 성과급과 자축을 하곤 한다. 너무나 무식한 짓이다. 

언제부터인가 도심에 초고층 오피스텔과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공사장 주변 길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은 철옹성이 돼 버린 현장을 보며 매일매일 불안 속에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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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전 경기도노동권익센터 센터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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