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생들이 광장에 나온 이유.."우린 ATM이 아니다"
최서인 2022. 1. 20. 18:37
“본부가 학생들을 ATM(현금입출금기)으로 여긴다”
고려대학교가 대학원생과 외국인 유학생의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하자 총학생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고려대 서울·세종캠퍼스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고려대 등록금 문제 공동대응 특별위원회(특위)’는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서울캠퍼스 중앙광장에서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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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7%, 대학원생 1.6% 인상안 받아들이기 어려워”
이규상 고려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은 “학교는 학생과 협의 없이 등록금 인상을 통보해 왔다”며 “이에 등심위 회의를 추가로 진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위에 따르면 고려대는 지난 17일 개최된 2차 등심위 회의에서 대학원생 등록금을 1.6%, 외국인 학부생 등록금을 7% 인상하겠다고 결정했다. 외국인 학부생 인상률은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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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선임과 장학금 집행 불투명성 문제 제기
특위는 등심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이 등심위원을 이미 내정한 듯한 정황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고려대 등심위 규정에는 총장이 추천한 2인 이상의 회계 전문가 중 1명을 학생 측이 선임해 등심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다. 이규상 총학생회장은 “A회계사가 ‘B회계사는 훌륭하시니 잘해주실 것’이라고 말했고, B회계사도 이미 참여가 확정된 것처럼 발언했다”며 “외부 전문가를 추가 선임하도록 보장하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장학금 집행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용재 특위 위원장은 “대학은 매년 교내장학금 항목을 추경 때마다 감액해 왔지만 추경된 장학금액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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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도 불만 많지만, 대화 창구 적어”
이날 기자회견에는 50여명의 학생이 ‘외국인 유학생은 호구가 아니다’‘근거 없는 장학금 삭감을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참석했다. 재학생 이민혁(24)씨는 “‘학교가 우리를 지갑으로 생각하나’싶다”며 “학교가 학생들을 지원해 주는 단체라고 할 수만은 없지만 지출하는 돈의 내역에 대해 알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유학생 대상 자원봉사단체에서 임원으로 활동한 박재우(22)씨는 “유학생들도 불만은 많지만, 직접적인 대표자가 없고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다. 그분들을 위해서 기자회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고려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아직 심의 중인 사안”이라며 “당장 3차 등심위에서 학교 측과 학생 측이 의견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학생들은 “등심위 졸속 운영을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학교 본부 앞을 지나 학생회관까지 행진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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