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진흥법 논의 시작.."현실 vs 가상 규제 충돌 막아야"(종합)
김영식 의원 '메타버스 진흥법' 발의..기본 개념 수립 나서
메타버스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제도적 근간을 갖추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글로벌 기업들의 메타버스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내에서도 강력한 육성 정책으로 이를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진흥책을 기본방향으로 하되,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에서 생겨날 수 있는 문제들을 예방할 수 있는 내용이 함께 담겨야 한다고 제언한다. 현실과 가상세계에서의 법안 충돌을 방지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개념 정립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메타버스 정부’ 코앞인데 법적 개념은 ‘모호’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메타버스는 미래다’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들과 함께 관련 진흥법 제정과 차기 정부의 역할을 논의했다.
메타버스는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똑같은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말한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메타버스 도입을 고려할 만큼 논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이날 축사를 통해 “메타버스 부처를 만들어 인구 문제와 같이 여러 부처가 함께 추진해야 하는 문제들을 플랫폼 형태의 가상 부처 위에 올려놓고 검토하겠다”고 예고했다.
메타버스 산업은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2030년 1조5000억 달러(약 18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국내에서 진흥법 관련 제도적인 논의가 전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김영식 의원은 지난 11일 ‘메타버스산업 진흥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메타버스산업 기반 조성을 위한 진흥 기본계획과 위원회 신설, 전문인력 양성, 대체불가토큰(NFT), 가상화폐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2003년 출시된 ‘세컨드 라이프’의 사례를 예로 들며 오늘날 메타버스로 불리는 가상세계의 개념이 이미 과거부터 존재해왔으나 실패한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세컨드 라이프가 실패한 이유는 이용자들이 가상현실 세계로 들어가야 할 유인이나 동기부여가 없었고 기술적으로 몰입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기술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현재는 기술의 발전으로 몰입감 있는 메타버스 구현이 가능해졌으므로 경제와 사회, 문화적인 요소를 가상현실에 접목해야 플랫폼이 막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사회·문화’ 담아야 메타버스 성공한다
현재도 국내에 네이버의 ‘제패토’나 SK텔레콤의 ‘이프랜드’와 같은 메타버스 서비스가 여럿 존재하지만 여전히 이용자들이 마치 현실세계처럼 체류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 법안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들이 녹아 있다”며 “이처럼 진흥법에서는 기본적인 개념들을 수립하면서 이용자들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내용이 함께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박민철 변호사는 기존 산업과의 충돌 문제와 함께 저작권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블리자드를 인수했는데 만약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분류하면 현실적 규제로 인해 산업이 시작조차 못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메타버스와 같은 신기술에는 현행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흥법과 같은 새로운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메타버스상의 부동산 등에 대한 저작권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산업 진흥을 위해 정부의 클라우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산업계 주장도 제기됐다. 실감 나는 메타버스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클라우드 기반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는 “메타버스에서 산업 쪽 진흥 요소를 볼 때 초고속 네트워크 이야기만 하는데 클라우드 진흥 요소도 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는 “MS 등 글로벌 빅테크가 우리보다 엄청나게 유리한 환경을 갖춘 것이 클라우드”라며 “결국 사용자에게 제대로 된 메타버스 경험을 주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환경이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부분에서 너무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메타버스 서비스가 플랫폼화 되면서 국내외 간 경계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국내법만으로는 플랫폼 제공업체와 이용자 간의 법적인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차 대표는 “메타버스 서비스 제공자(프로바이더)와 이용자 사이에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조율할 수 있는 가이드가 필요하다”며 “안전하고 차별 없는 사용환경을 구축하고 독과점 피해를 막을 개방적인 플랫폼 육성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이 메타버스 관련 전문 인력을 육성할 경우 이를 지원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갖추기 위해 K-콘텐츠 지원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토론을 마친 뒤 김영식 의원은 “메타버스에는 미래 일자리와 꿈, 먹거리 등 모든 것이 녹아 있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진흥법 제정과정에 충실히 반영하고 당 차원에서 윤석열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과 연계해 추가적인 입법과제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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