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재개 시사..文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최대 위기

박세환 2022. 1. 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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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추진해 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북·미 중재자를 자처하며 ICBM 시험 발사를 이어가던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다.

미국이 북한 도발에 대응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며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한반도 평화 시계는 문 대통령 취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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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3개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20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추진해 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북·미 중재자를 자처하며 ICBM 시험 발사를 이어가던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다.

그 결과 2018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비핵화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재차 제안하며 임기 말까지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결국 ‘레드라인(한계선)’으로 간주돼 온 핵실험과 ICBM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면서 청와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미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밝혔다. 연합뉴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 발표에 대해 “최근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상황을 좀 더 지켜보며 한·미 간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한반도 정세 안정과 대북 대화 재개 노력을 지속해 나가는 한편, 추가적인 상황 악화 가능성에도 대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해 9월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고 ‘우려’나 ‘유감’의 입장만 표명해 왔다. 이번에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정제된 입장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북한의 발표가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화 의지를 시험하기 위한 최종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발사를 굳이 예고한 것은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향후 제재 완화에 나선다면 북한이 다시 대화 테이블로 나올 여지가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청와대 일각에선 지난 5년 간 북·미 대화를 이끌어 온 문 대통령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미국이 북한 도발에 대응해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며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한반도 평화 시계는 문 대통령 취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한·사우디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한 지 이틀 만에 북한이 핵실험 유예 조치 해제를 시사한 것도 주목하고 있다.

이집트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 일간지 ‘알 아흐람’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봤을 때 평화 구축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평화로 가는 길이 아직 제도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북·미 교착 상태가 계속되는 것을 의식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저의 대통령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평화 구축을 위해 진심을 다해 정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중동 순방을 마치고 오는 22일 귀국하는 대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청와대는 재차 북·미에 대화 테이블 복귀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선을 불과 40여일 앞둔 시점에서 북한과 미국이 청와대의 대화 요구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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