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洪 독대 뒤 더 휘청대는 野 '원팀' 기조..공천 제안 파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홍준표 의원 간의 19일 만찬 회동을 두고 윤 후보 측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홍 의원이 윤 후보에게 재ㆍ보궐선거 2곳의 전략공천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20일 윤 후보 측은 “구태 밀실정치”라며 홍 의원의 제안을 사실상 뿌리쳤고, 이에 홍 의원은 “방자하다”며 맞받아쳤다. 당내 대표적 ‘뇌관’으로 꼽혀온 재보선 공천 문제가 대선을 48일 앞둔 윤 후보의 ‘원팀’ 구상을 뒤흔들고 있다.
양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전날 윤 후보와 홍 의원 두 사람 간의 만찬 회동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홍 의원이 회동 뒤 자신이 운영하는 ‘청년의꿈’ 홈페이지에 윤 후보와의 회동 결과를 설명한 글을 올린 것도 “회동 내용을 외부에 알려도 좋다”는 윤 후보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이에 홍 의원은 ‘윤 후보 회동결과’란 제목의 글을 통해 국정운영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 처가 비리 엄단 대국민 선언 등을 요구했다며 “이 두 가지만 해소되면 상임고문으로 선거팀에 참여하겠다”고 적었다.
논란이 되는 건 다음 부분이다. 홍 의원은 윤 후보에게 공개한 2가지 외에 한 가지 요청을 더 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5곳의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 지역 가운데 서울 종로와 대구 중-남에 각각 자신의 대선 경선을 도왔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의 전략공천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 의원 측은 “윤 후보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입장인 반면, 윤 후보 측은 “후보가 ‘공천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부정적 의사를 내비치자 홍 의원이 ‘권영세 본부장한테 전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회동 당시 윤 후보가 홍 의원의 전략공천 제안을 수락했는지를 두고 양 측의 입장이 엇갈린다. 두 사람의 회동 뒤 윤 후보에게서 결과를 전해 들은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홍 의원과 그의 측근에게 연달아 전화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권 본부장은 이날 오전 당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 모두 발언에서도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금 매우 중요한 시기다. 제가 얼마 전 당의 모든 분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할 때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 바 있다”며 “당 지도자급 인사라면 대선 국면이라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서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의 자격은 커녕 우리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윤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도 “이게 바로 밀실 공천, 야합 정치”, “구태 정치는 퇴출당해야 한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가 내세운 새로운 정치, 공정과 상식의 원칙에 반한다”는 게 윤 후보 측 반발의 표면적 이유다.
다만 양측의 갈등을 두고는 "재보선 공천을 둘러싸고 중첩된 당내 이해관계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간 국민의힘에선 재보선 공천을 두고 당 지도부 간 잡음이 이어져 왔다. 윤 후보 측도 재보선 후보자가 일종의 대선 주자 ‘러닝메이트’인 만큼 내심 염두에 둔 공천 대상자가 있다는 전언이다. 선대본부 인사로는 원희룡 정책본부장의 서울 종로 출마 가능성이 언급된다. 클린선거전략본부장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대구 중-남 출마를 공식 선언한 상태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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