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표소송 수책위 일원화는 '잘못된 권한위임'..경영간섭 야기"

이기민 2022. 1. 20. 14: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국민연금법에 정해진 검토·심의기구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가 심의·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제치고 주주대표소송을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권한위임'이며 '과도한 기업 경영간섭'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영계와 학계의 지적이 나왔다.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은 현행처럼 공단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되 예외적인 사안에 대해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면 임시·자문기구인 수책위가 아니라 법적으로 대표소송을 결정할 수 있는 기금위에 맡겨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20일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를 열고, 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수책위에 일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입장을 냈다.

올해부터 예정된 국민연금 대표소송 추진과 관련해 복지부는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책위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행 지침은 원칙적으로 대표소송을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하고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해 수책위에 결정을 요청한 사안, 수책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이 수책위 회부를 요구한 내용 등에 한정해 수책위가 판단하도록 이원화하고 있다. 이는 기금운용본부가 국민연금공단 내 전문기관인 반면 수책위는 정부가 주관하는 기금운용위 산하기구로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이 다수로 구성돼 있는 자문기구이기 때문이라고 경총은 설명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복지부가 추진하는 지침 개정의 핵심은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공단 내 전문적인 기금운용 조직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으로 편중된 위원회로 변경하는 것"이라며 "현행 지침대로 시행도 해보지 않고,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 주요 연기금 가운데 정부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연기금은 국민연금이 유일한 데다 노동·시민사회단체에 의한 기업 경영 개입도 우려해서다.

이 부회장은 또한 수책위의 대표소송 결정 권한 위임은 위법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개정 철회를 요구했다. 국민연금법상 수책위는 기금위의 심의·의결을 사전에 검토·심의하는 기구라서 기금운용본부 외에 대표소송을 결정할 수 있는 주체는 기금위 뿐이라는 취지다.

이날 토론의 발제자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넘어 주주제안이나 대표소송을 추진하는 것은 건전한 목적의 대화를 넘어선 '과도한 경영간섭'이자 '연금사회주의'라며 수탁위 대표소송 위임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왜곡된 수탁자 책임론에 기초해 끊임없이 경영권 간섭을 시도하며 반기업 정서를 자극하면 결국 국가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면, 기업 역시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게 되고, 외국 헤지펀드들의 다양한 위협이 가능해진다고도 지적했다.

경제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수책위가 전문성·독립성·책임성이 부족하고 정치적인 판단이나 여론에 의한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표소송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수책위 활동을 법에 따라 기금위의 순수 자문기구로 활용하거나, 대표소송보다 실효적인 대안 마련 등 기업 경영을 실질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했다.

곽민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대표소송 결과로 책임을 지는 주체는 결국 기업의 주주와 국민연금 가입자인 국민"이라며 "정부로부터 독립된 전문가들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과 주주권 행사를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거버넌스 정립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정우용 상장협 정책부회장(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은 '권한과 책임의 일치' 차원에서 수탁자 책임 활동을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에서 담당하되 예외적인 부분을 기금위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도 "장기간 소요되는 대표소송보다 '월스트리트 룰(Wall-street Rule)'을 적용해 투자기업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대표소송으로는 경쟁회사의 주가만 올려주는 격이라서 더욱 실효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앞서 경총과 상장협 등 7개 경제단체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추진과 관련해 관련 절차 및 결정 주체 등 중요사항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남소방지를 위한 대상사건 제한 및 소송실익 검증장치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