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공부를 계획중이라면.. 찬물 좀 뿌리겠습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지원 기자]
인간인 나는 뭘 해야 하지? 그 답이 기술이 아닌 것은 분명해졌습니다. 오리지널리티, 저작권을 가져야지 기술이나 기예는 아니라는 것이죠.···과거처럼 도제로 들어가서 기술을 익히는 게 먼저가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이며 누구에게 배울지 생각부터 해야죠. 앞으로의 시대는 생각 없는 근면이 아닌 궁리하고 의미를 밝히고 끈기 있게 헌신하는 성실함이 필요해요. '그냥 하지 말라'는 이유입니다. - <그냥 하지 말라 >, 송길영
왜 공부하는가
대학생 시절, 총 다섯 명의 고등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대개는 학교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어서 숙제도 잘 해왔고 진도도 술술 나갔다. 이런 친구들은 질문도 반항도 없어 과외 선생 입장으로서는 편한 학생들이었다.
그러다 한 학생을 소개받았다. 커서 드러머가 되고 싶은데 수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친구였다. 처음에는 숙제도 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집중도 하지 않았다. 기본기가 없는 친구는 아닌데 공부의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았다.
질문이 많던 이 학생과는 자연스럽게 수학을 벗어난 대화를 자주 나눴다.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왜 쓰지도 않을 공식을 공부해야 하는지 말이다. 그때 나는 이런 말을 해주었다.
"수학 문제를 푸는 건 인생을 사는 태도를 배우는 것 같아. 살면서 힘든 문제들이 얼마나 많겠어. 이런 수학 문제와는 비교도 안 될 수준일 거야. 그걸 직면했을 때 넌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하겠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고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끈기 있게 생각하고 궁리해서 결국 답을 찾아내는 게 삶을 잘 살아가는 게 아닐까. 수학 문제 푸는 건 그런 태도를 기르는 훈련 같아."
▲ 어른이 되어 퇴근 이후에도 계속 공부를 한다. 전업 학생이 아닐 뿐, 직장인(생계인)과 학생을 겸업 중이다. |
ⓒ envato elements |
돌이켜보면 왜 공부하는지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우리는 공부해야 하니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왜 공부하는지를 알고 그걸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 이 학생처럼.
우리는 직장인, 사업가 등의 신분으로 살며 공부를 계속하고, 해야만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대학만 가면 공부 걱정 안 해도 되는 줄 알았던 시절, 취업만 하면 더 이상 자격증 공부는 안 해도 되는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배우는 자'인 학생 타이틀을 졸업하면 공부와도 졸업할 줄 알았는데 체력이 달리는 어른이 되어 퇴근 이후에도 계속 공부를 한다. 전업 학생이 아닐 뿐, 직장인(생계인)과 학생을 겸업 중이다.
나 역시 그랬다. 요즘 뜨는 자격증이라고 해서 작년 말 데이터분석 자격증을 취득했다. 일단 따 놓으면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냥 하지 말라>라는 책을 읽고 커리어 개발의 순서가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왜 공부하는지 다시 생각해 본 이유다.
불 붙은 어른들의 공부
나처럼 공부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클래스 101, 탈잉 등 다양한 온라인 강의 플랫폼도 급부상했다. 재택근무로 인해 가용 시간이 늘어난 점과 직장 내 배움이 줄어든 요인도 있고, N잡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술 하나 정도는 배워야겠다는 심리도 작동하면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성장세가 빠르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 101'의 경우, 회원 수가 21년 12월 기준 368만 명으로 전년비 약 1.8배 늘었고 강의 수도 두 배 넘게 증가했다. 3050 세대를 위한 대학이라는 평생교육원 개념의 미경대학(MKYU)도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속 성장했다. 가히 자기 계발의 시대다.
과거에는 변화를 따라가는 사람들이 비교우위를 가졌다면 이제는 변화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도태되는 세상으로 가고 있다. 단순 반복 노동은 점점 자동화되고 인간이 생계를 위해 일을 지속하는 연령은 높아지고 있다. 일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자 일 자체도 변한다. 조직에서 직장인에게 요구되는 일의 속성이 바뀌고, 일의 방식도 변하고 있다(Digital Transformation).
변화는 중립적이어서 그 자체가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닙니다. 내가 준비를 해놨으면 기회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될 뿐입니다.
지금 우리 앞에 닥친 변화는 기회일까 위기일까.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이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대다수가 느끼는 변화는 위기일 것이다. 이러한 위기감이 어른들에게도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는 다소 불편한 자극이 되고 있다.
한편, 직장에서 재사회화(현행화)에 대한 압박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가 한 팀에 모여 일하다 보니 새로운 소통방식과 기술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생긴다.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와 50대 팀장님의 신기술 습득 속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조직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개인의 전환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 책 <그냥 하지 말라> |
ⓒ 북스톤 |
22년 새해가 밝고 며칠이 지났다. 잡코리아가 '22년에 이루고 싶은 계획'을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많은 성인들이 외국어 공부 등 자기 계발을 새해 목표로 세웠다고 답했다(1위 다이어트, 2위 자기 계발, 3위 취업/이직). 일하기도 바쁜 다수의 어른들이 공부를 해야겠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이고, 무엇을 왜 공부하려고 하는 걸까?
물론 공부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공부도, 커리어 개발도 그냥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송길영의 말처럼 왜 하는지 스스로 이유를 세우고 방향성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조급함은 '왜 하는가'란 질문을 차단하니까. 마치 고3 학생이 왜 공부하는지 의문을 갖지 않고 수능 공부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어서 뒤늦게 스스로한테 이 질문을 하며 얼마나 많은 이들이 후회의 감정을 느꼈는가.
빠른 변화 속 조급하고 뒤처질까 불안한 마음에 다양한 자격증 공부, 기술 공부를 하고 있는 많은 어른들이 훗날 뒤돌아보며 또 이전처럼 후회하지 않기를. 새해 결심으로 다수가 공부 목표를 세우는 이 시점, 이전에 과외 학생이 나에게 물었던 질문을 이제는 나에게 던져본다. 나는 왜 공부하는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채이배의 일갈 "공정 말하던 윤석열, 중대재해법엔 말 바꿔"
- "영적인 사람" 김건희, 국민대 논문 3편이 '운세·사주'
- 데이터로 본 '김건희 7시간' 방송 파장
- 페인트 색만 다른 열차가 한국철도를 좀먹고 있다
- 초등학교서 전현직 교사들이 담배-술판... 막무가내 테니스클럽
- 결국 나라·가정 모두 잃은 이성계의 비극적 운명
- 김문기 마지막 편지 공개 "초과이익 환수 3차례 제안했지만..."
- 법원, 열린공감TV 김건희 통화 방영 허용...일부만 금지
- 이준석 측, 사실상 단일화 거부한 안철수에 "양치기소년"
- 이재명 "60~65세 연금수령 전까지 연120만원 장년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