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옆으로, 물 위로.. 수묵화 병풍 속을 걷다

남호철 2022. 1. 1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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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해 질 무렵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 가운데 순담 스카이전망대를 찾은 여행객이 아찔한 물길 위를 걷고 있다. 잔도는 순담~드르니 3.6㎞ 구간 한탄강 위 절벽을 따라 조성돼 있다.


한탄강은 북한 땅인 강원도 평강군과 함경남도 안변 사이 해발 590m의 추가령에서 발원해 추가령구조곡을 따라 흘러 강원도 철원에서 남한 땅과 만난다. 화산 폭발로 생긴 용암 대지에 지상에서 30~40m 정도 푹 꺼진 협곡을 흐르면서 수직 절벽의 장관을 빚어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철원 한탄강에 주상절리 잔도와 물윗길이 개방됐다. 절벽 옆이나 물 위를 걸으며 한탄강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추운 겨울철에는 한탄강이 꽁꽁 얼어붙어 얼음 위를 트레킹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잔도(棧道)는 험한 벼랑에 선반을 매달아 놓은 듯 만든 길이다.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철원 한탄강 직각 절벽에 설치됐다. 길이 3.6㎞에 폭 1.5m로 전망대 3곳과 교량 13곳, 전망공간 5곳, 휴게공간 5곳을 갖추고 지난해 11월 개방됐다.

투명 유리 바닥으로 조성된 철원 한탄강 스카이전망대.


잔도를 따라 걸으면 수묵화 병풍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한탄강 협곡의 화산 절경을 가까이서 즐길 수 있다. 출렁대는 구름다리와 허공으로 불쑥 튀어나온 전망대에선 강 위 허공을 걷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잔도 출입구는 군탄리 드르니마을 매표소와 갈말읍 순담계곡에 위치한 순담매표소 두 곳이다. 순담매표소에서는 물윗길이 이어진다. 1억년 세월을 이겨낸 바위로 가득한 순담계곡을 느낄 수 있다.

두 개의 출렁다리로 연결된 드르니 스카이전망대.


옛날 궁예가 도망치며 들렀던 곳이라는 드르니마을에서 출발하면 전망쉼터 세 곳을 지나면 드르니 스카이전망대에 닿는다. 두 번째 전망대는 철원 한탄강 스카이전망대. 투명 유리 아래 한탄강이 스릴을 선사한다. 한탄강 여울의 소리가 가마솥 끓는 물소리 같다 해서 이름지어진 구리소 전망쉽터에서 강쪽을 잘 보면 하천 바닥에 생긴 원통 모양의 깊은 돌개구멍이 신비롭다.

단층교에서는 화강암 절벽의 갖가지 단층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 반원 모양의 순담 스카이전망대는 바닥이 작은 격자 구멍으로 가득한 데다 강물 쪽으로 툭 튀어나와 있다. 그 위를 걸으면 오금이 저린다.

물윗길 트레킹 코스 순담~태봉대교 구간에선 한탄강의 주상절리를 물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부교로 이뤄진 물윗길(2.4㎞)과 육로 강변길(5.6㎞)로 나뉘는데 순담계곡에서 고석정까지 약 1.5㎞ 구간은 한탄강 물줄기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알려져 있다.

승일교는 6·25전쟁 전 북한이 건설하다 전쟁으로 중단된 것을 1958년 남한이 완공한 남북한 합작품이다. 다리의 교각을 물윗길에서 바라보면 그 간격이 확연히 다르다. 다리 아래 많은 양의 눈을 쌓아 만든 눈 미로와 바람개비 눈동산, 포토존 등이 기다린다. 한탄강 직벽에 인공으로 조성된 대형 빙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촬영할 수 있다.

주상절리를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물윗길 송대소 구간.


승일교를 지나면 한탄강물이 크게 휘돌아 나가고 물살이 빨라지는 구간이다. 주변에 많은 바위가 나타난다. 한탄강 양쪽은 현무암으로 이뤄진 협곡이지만 강바닥과 주변엔 화강암이 깔려 있다. 200여명이 한꺼번에 앉을 수 있다는 마당바위가 위용을 자랑한다. 바위 사이를 걷다 보면 2년 전 새로 개통한 은하수교가 머리 위로 지나간다. 은하수교는 180m 길이로 한탄강을 가로질러 조성됐다. 강화유리 바닥 밑으로 훤해 아찔하다. 그 아래는 물윗길 전체 코스 중 백미로 꼽히는 송대소다.

이 구간은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지표면에 흘러내리다 식는 과정에서 규칙적인 균열이 생기며 형성된 주상절리가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 겨울철 꽁꽁 얼어붙은 한탄강 얼음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얼음 위를 걸어 육각기둥 모양의 주상절리를 가까이 살펴볼 수 있다.

송대소에서 450m를 지나면 태봉대교다. 이곳에서 물윗길은 끝난다. 인근에 직탕폭포가 있다.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로 불리는 곳이다. 폭이 80m인 하천 면을 따라 3m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얼어 있다.

강추위에 얼어붙은 ‘한국의 나이아가라’ 직탕폭포.

여행메모
잔도 9시 입장… 요금 일부 상품권으로
물윗길 주변 눈·얼음 썰매장 등 조성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잔도는 드르니매표소나 순담매표소 어느 곳으로 입장해도 좋지만 물윗길과 이어 트레킹하려면 드르니매표소로 들어가는 게 좋다. 매표소 입장 시간은 겨울철 기준으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주차는 무료다. 입장료는 일반인 1만원이지만 50%를 철원 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잔도 구간에는 사고파는 시설이 없고 음식물 취식도 금지돼 있다. 매주 화요일과 명절 연휴(설날, 추석)는 휴관이다. 편도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물윗길의 경우 고석정 꽃밭에 임시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인근 놀이마당에는 얼음트레킹이 어려운 방문객들을 위해 겨울의 추억을 간직할 눈썰매장과 얼음썰매장, 얼음 미끄럼틀 등이 조성됐다. 승일대교를 중심으로 태봉대교까지 1시간이 소요된다. 물윗길 이용금액은 5000원이고 전액 철원사랑상품권으로 교환해준다.

태봉대교~순담계곡의 물윗길은 빠른 걸음으로 3시간 30분, 천천히 걸으면 4시간 이상 소요된다. 체력이 약한 탐방객은 한탄강은하수교와 승일교, 고석정 등의 출구로 빠져 나와 탐방을 마치면 된다.

철원=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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