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전 삼풍 교훈 잊었다" 40년 베테랑 건축 전문가의 일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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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사고는 삼풍 참사 ‘판박이’”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전시관’의 이종관(79) 관장은 19일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는 건축의 기본 원칙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삼풍 참사와 판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건축 전문가인 그는 “삼풍 참사의 교훈을 잊었기 때문에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장은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대한건축사협회 이사였다. 그는 당시 협회 주도로 만든 특별점검대책반 반장을 맡아 두 달여간 사고 현장을 지키며 소방당국과 합동으로 자재 성능 검사와 사고 원인 분석 등에 참여했다.
삼풍 참사는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건물이 무너지면서 종업원·고객 등 모두 1445명(사망 502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의 사상자를 냈다. 부실 공사가 붕괴 원인이었다. 건축사 경력만 40년인 이 관장은 삼풍 참사의 비극을 막기 위해 2019년 경기도 포천에 전시관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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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지났지만 부실 공사 그대로”
이 관장은 ▶아파트 외벽이 뜯긴 모습 ▶철근이 머리카락 흘러내리듯 뽑혀나간 형태 ▶콘크리트 흩어짐 등을 꼽으며 “부실 공사의 정황을 보여주는 처참한 광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풍 참사와 광주 사고는 시간 차만 있을 뿐 붕괴 원인이 비슷하다”며 “27년이 지났지만 국내 건설 현장의 안전 불감증 문제는 고쳐진 게 거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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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흩어짐, 양생 불량 정황”
붕괴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콘크리트 양생(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보호하는 일) 불량’에 대해서는 “추운 겨울에 콘크리트 양생은 (최소 12일 이상) 더 오래해야 하는데 (공개된 ‘타설일지’ 등을 보면 최소 5일 만에 작업을 마치는 등) 기본 원칙을 무시했다”며 “콘크리트 흩어짐은 양생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 관장은 ‘동바리(건물 내부 지지대)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붕괴된 건물을 보면 벽식 구조가 아닌, 기둥과 슬래브로 구성된 구조인데 이는 한쪽만 부실해도 언젠가는 붕괴되는 구조”라고 했다. “건물 최상부인 38층부터 23층까지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린 것은 무게를 지탱하는 기둥이나 벽을 최소화한 설계 구조 때문”이라는 취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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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초기 현장 상황 맞는 대책 나왔다면…”
그는 실종자 수색 방향에 대해 “구조대원들의 안전도 중요한 만큼 내시경 같은 첨단 장비를 더 많이 투입하고, 멀리서도 사고 건물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장은 “삼풍 참사 당시 사고 발생 17일 만에 실종자를 구조할 수 있었던 건 6월이라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적당한 온도의 영향도 있었지만, 소방당국이 혹시 모를 생존자를 위해 하루에 세 번씩 물을 뿌려 수분을 계속해서 공급했기 때문”이라며 “광주는 그때 환경과 다르지만, 사고 초기 현장 상황에 맞는 신속한 대책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47분쯤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의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 외벽 등이 무너져 하청업체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광주광역시=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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