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긴축에 흔들리는 금융 시장..리서치 헤드 5인이 말하는 투자 전략

명순영, 김기진 2022. 1. 1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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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길게 이어지고 금리를 더 많이 인상해야 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하겠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의장이 지난 1월 11일(현지 시간) 금리 인상을 거듭 강조했다. 두 번째 임기를 맡기 위한 미 상원 금융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서 한 얘기다.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공식적으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12월 당시만 해도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세 차례로 예상했는데 이제 가능성이 4회로 늘어났다. 시장은 당장 3월부터 인상할 것으로 판단한다. 골드만삭스 등 월가에서도 올해 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를 3회에서 4회(3·6·9·12월)로 조정한 바 있다.

KB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3월 FOMC에서 발표될 점도표에서 2022년 금리 전망을 기존 3차례에서 4차례 인상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더 강경한 발언은 없었지만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양적 긴축(QT)을 의미하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올해 후반기쯤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있는 곳으로부터 (통화 정책의) 정상화까지는 긴 여정이 될 것”이라며 “올해 말 어느 시점에 대차대조표가 소진되도록 허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여름쯤 양적 긴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보다는 천천히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최근 월가 예상보다 완화된 뉘앙스다. 이 때문에 파월 의장 코멘트가 나오자 뉴욕 증시는 적잖이 올랐다.

그러나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기조가 누그러졌다고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파월 의장 발언은 2008년 금융위기 대응 때보다 더 빨리 대처하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2008년 위기 이후 양적 완화 시기에는 2014년 10월에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을 끝내고 채권을 3년간 보유했다가 2017년 말에서야 양적 긴축에 돌입했다. 이번에는 연내 테이퍼링 종료와 양적 긴축 개시를 모두 단행한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대응에 늦었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8%로 3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월 CPI는 이보다 더 높은 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상가상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코로나19로 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는 중이다. 구인난까지 겹쳐 미국 현지 임금이 지난해 11월 전년 동월 대비 4.8%나 오른 것도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금리 인상, 양적 긴축을 언급하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이 흔들린다. (로이터)
▶파월 한마디에 금융 시장 요동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

‘전 세계 경제 대통령’ 파월 의장 한마디에 금융 시장도 요동친다. 지난 1월 5일(현지 시간)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34%가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S&P500지수 역시 1% 넘게 빠졌다. 반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단번에 1.7%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다. 2년물 국채금리도 0.84%까지 상승했는데, 2020년 3월 이후 최고치다.

이렇게 금융 시장이 불안했던 이유는 민간 고용이 좋아져 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경향이 강해졌다는 해석이 나오면서다. 미국 12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80만명 넘게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37만5000명을 두 배가량 웃돈 수준이다. 고용이 확실히 개선된 가운데 FOMC 정례회의 의사록까지 매파적으로 나오며 긴축 우려가 부상했다. 파월 의장이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를 하반기로 못 박으며 다소 반등했지만, 앞으로 금융 시장은 더욱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제이 하트필드 인프라스트럭처캐피털매니지먼트 CEO는 CNBC에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기 시작하면 “재앙이 될 것”이라며 이는 올해의 주요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차대조표 축소는 유동성을 투입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을 제거하는 것”이라며 “연준이 유동성을 뺄 때 주식 시장에 있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는 워런 버핏이 자신의 포지션을 정리할 때 코카콜라 주식을 들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버냉키 시절 3년간 돈줄 죄기

▷2017년 말 양적 긴축에도 S&P500 상승

돈줄 죄기 국면에서 어떤 투자 전략을 가져가야 할까. 테이퍼링,양적 긴축, 금리 상승 시기라고 무조건 비관적으로 해석하고 주식 시장을 떠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양적 긴축 시기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 때였다. 2008년 금융위기가 잦아들며 2013년 처음으로 테이퍼링이 언급됐고, 2014년 1월 테이퍼링이 실시돼 10월까지 이어졌다. 2013년 처음 용어가 등장했을 때는 나스닥이 꽤나 주저앉았지만 이내 반등했다. 2014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테이프를 끊은 이후에도 조정이 있었으나 단 몇 달뿐이었다. 이후 가파르게 반등하며 우상향곡선을 그렸고 긴축이 끝날 즈음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P500지수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언급될 때만 조정받았을 뿐 이후 작은 등락은 있었으나 결국 꾸준하게 올랐다. 금융 시장이 돈줄 죄기를 ‘유동성 축소’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로만 해석하지 않고, ‘경기 회복’이라는 큰 틀에서 의미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리 인상 시기 때의 주가 흐름도 비슷하다. 2015년 제로금리 수준이었던 미국 기준금리는 2016년부터 인상하기 시작해 2019년에는 거의 2.4%에 도달했다. 우려와 달리 주가도 올랐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S&P지수는 2080에서 2506으로 20% 이상 뛰었다. 코스피도 2%에 불과하지만 ‘플러스’를 기록했다.

▶고평가받은 게임·플랫폼 조정 예상

▷반도체 공급난 벗어나는 자동차 관심

매경이코노미는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5인에게 양적 긴축·금리 인상기 투자 전략을 물었다. 대체로 당분간 증시가 강하게 힘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기류가 흐른다. 금리 인상, 대차대조표 축소 이슈가 아무래도 무겁게 다가올 수 있어서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은 2020년과 2021년 주식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유동성 축소는 분명한 악재”라는 의견을 전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과거에는 테이퍼링, 금리 인상, 양적 긴축을 몇 년에 걸쳐 진행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번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제시하는 올해 코스피지수 상단은 3150이다.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대세 상승장이 펼쳐질 확률이 낮은 만큼 섹터와 종목을 선별 투자하라는 게 리서치센터장들의 일치된 견해다. 실적 전망치가 오르고 업황 전망이 좋지만 이에 비해 주가 상승은 더뎠던 섹터를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이 기준으로 반도체와 자동차가 첫손에 꼽힌다.

반도체는 D램 현물 가격이 반등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시안 지역을 봉쇄하면서 D램과 낸드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컴퓨터, 스마트폰 제조사 등이 보유한 반도체 재고는 감소하는데 공급이 줄며 가격 반등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스템 반도체 역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기업 실적 예상치와 목표주가를 올려 잡는 추세다.

자동차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한동안 생산과 판매가 부진했다. 올해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며 상승 기류를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다.

조선, 철강, 바이오도 예의 주시할 만한 섹터로 언급된다.

조선은 주가가 저평가된 대표 업종이다. 2021년 국내 조선업체는 대규모 수주 계약을 연달아 맺으며 주목받았다. 그럼에도 조선주 주가는 부진하다. 2021년 연간 기준 45% 뛴 현대미포조선을 제외하면 한국조선해양(-14%), 삼성중공업(-22.3%), 대우조선해양(-17.2%) 등 주요 조선업체 주가는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호황이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주요 조선사들이 일감을 충분히 확보해 협상력이 강화됐고 신조선가(새로 만드는 선박 가격)가 뛰어 반등 확률이 높다고 평가한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도 국내 조선사에 반가운 뉴스다. 국내 조선 기업은 지난해 세계 친환경 선박 발주량 1709만CGT 중 64%를 수주한 친환경 강자다.

철강 기업은 주요 시장인 중국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 중국 정부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기질 관리 차원에서 공장 가동을 제한하고 있다. 2월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제조업 가동률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행 중인 철강 감산 정책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주가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중국 철강업체가 생산량을 줄이면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본다.

바이오주는 지난 2021년 내내 흐름이 안 좋았다. 임상시험 중단, 인수합병(M&A) 위축 등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이오 종목이 충분히 조정받았고 임상이 재개되면서 신약 개발 부문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이 등장하며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는 만큼 소비자에게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전가할 수 있는 업종에 관심을 기울여보라는 조언도 새겨들음직하다.

시멘트와 음식료가 여기에 속한다. 시멘트업계에서는 최근 쌍용C&E가 레미콘업체들에 2월 시멘트 가격을 18% 인상하겠다고 전했다.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주택 공급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다는 것도 희소식이다. 식음료 기업 중에는 농심, 삼양식품 등이 최근 제품 가격을 올렸다. 1월 12일 종가 기준 3개월 주가 상승률은 각각 11.8%, 16.3% 기록하며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

반대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이 높은 종목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플랫폼과 게임이 주요 업종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플랫폼과 게임 업종은 비대면과 메타버스, NFT 테마가 주목받으며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국가 중 유망한 곳으로는 미국이 언급된다.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만큼 안정적인 시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달러 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달러 자산을 보유하기에 좋은 시점”이라는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분석도 일리 있다. 아마존과 메타(페이스북)처럼 주요 사업 분야 시장점유율이 높지만 지난해 주가가 부진했던 종목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명순영 기자, 김기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3호 (2022.01.19~2022.0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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