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접·잘·싸' 폐업 잘하는 법

나건웅, 윤은별 2022. 1. 1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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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지만 잘 싸둔다' 슬기로운 폐업 '꿀팁'

# 서울 중구에서 수제맥주 매장을 운영하는 김진수 씨(가명)는 늘어가는 빚더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고 1년이 넘도록 월 수백만원 적자가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진 빚만 2억원이 넘는다. 상황이 나아질 기미도 잘 안 보인다. 1월도 벌써 중순이 지났지만 올해 들어 매장을 찾은 손님은 10팀이 채 안 된다.

그렇다고 폐업을 하자니 덜컥 두려움부터 앞선다. 김 씨는 “지금 폐업하면 막대한 철거 비용에 권리금도 포기해야 한다.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손실보상금조차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기만을 기다리면서 대출로 연명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코로나 팬데믹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누가 뭐래도 자영업자들이다. 영업손실과 빚이 눈덩이처럼 커져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손실보상금이 나온다지만 지금껏 적자에 비하면 어림없는 상황.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역시 기약이 없다.

자영업자들은 어쩔 수 없이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추가 영업손실을 막고 빚을 더 이상 늘리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서글픈 현실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역대 최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887조원을 넘어섰다. 자영업자 1인당 대출액은 3억5000만원 수준. 비자영업자(약 9000만원)의 4배 가까이 된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마인드가 필요한 때다. 적자를 계속 늘려가며 버티느니, ‘전략적 폐업’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몇 푼이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폐업 준비를 착실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훗날도 노려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폐업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매경DB)

▶정부가 추진 중인 폐업 지원 사업은

▷철거비 250만원 + 재취업 100만원

폐업을 결심했다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은 정부에서 운영 중인 여러 ‘폐업 지원 정책’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에서 운영하는 ‘희망리턴패키지’가 대표적이다. 폐업했거나 폐업 예정인 자영업자 재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2022년 기준 총 1195억원이 투입된다.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신청만 하면 대부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매장 운영 기간이 60일 이상인 폐업 예정자 중에서 개인 사업자는 직원이 5인 미만, 제조업은 10인 미만이면 된다. 서류도 복잡하지 않다. 요즘은 개인이 따로 서류를 준비할 필요 없이 주민등록번호 입력 후 ‘정보 이용 동의’에 체크만 하면 정부에서 알아서 관련 자료를 끌어온다.

희망리턴패키지에는 여러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그중에서도 ‘점포 철거비 지원’이 알짜로 꼽힌다. 매장 폐업을 앞두고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는 ‘원상 복구’다. 매장 크기와 업종에 따라 다르지만, 많게는 1000만원 넘게 내야 할 일도 생긴다. 점포 철거비 지원을 신청하면 정부에서 매장 1평(3.3㎡)당 철거비를 8만원, 최대 250만원까지 지원한다. 폐업 예정자뿐 아니라 2018년 1월 1일 이후 폐업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단, 본인 소유 매장에서 사업을 했던 자영업자는 지원 대상에서 빠진다. 약국이나 성인용 게임장, 부동산 등 일부 업종 매장 역시 제외된다.

철거비 지원과 별개로 폐업 후 재취업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바로 ‘전직 장려금’이다. 전직 장려금 신청자에게는 취업 전문 교육기관의 현장·온라인 강의 교육을 무료로 제공한다. 취업 교육을 수료할 경우 40만원, 12개월 내에 재취업에 성공해 30일 이상 근무한 이에게는 60만원을 지급한다. 총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의류 매장 폐업 후 소진공 희망리턴패키지를 통해 스타벅스 바리스타로 취직에 성공한 김순아 씨는 “희망리턴패키지에서 기업연계특화교육을 수료했더니 스타벅스에 이력서를 제출할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은 막내 바리스타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중이다.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자영업자들이 한 강의실에 모여 서로 아픔을 공유하기도 한다. 정말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재취업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재창업’ 지원 사업도 있다. 폐업 후 유망·특화·융복합 분야 재창업을 희망하는 자영업자가 대상이다. 서류 심사를 통해 1200개 기업을 선정하고 재창업 교육과 전문가 멘토링, 재창업 자금 지원을 해준다. 재창업 자금은 총 사업비의 50%,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된다.

6년째 소진공에서 자영업자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정예희 대표는 “받을 수 있는 지원은 많은데 몰라서 못 받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자금 지원뿐 아니라 폐업·재창업 컨설팅, 이 밖에 각종 법률·노무·세무 컨설팅도 무료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단위로 진행되는 폐업 지원 사업도 여럿이다. 서울시에서는 지난해 점포 원상 복구 공사비와 부동산 중개 수수료, 사업장 양도 공지 비용, 밀린 임대료 납부 등에 필요한 ‘사업정리 비용’을 업체당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부산시 역시 지난해 컨설턴트가 업장을 방문해 폐업 신고·집기 처분 등 사업정리 전반에 대한 상담을 해주는 사업을 진행했다.

▶전문가가 말하는 ‘매장정리 꿀팁’

▷철거·중고품 매매 시 견적 꼼꼼히

폐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대부분 ‘심리적 패닉 상태’에 빠지기 마련이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고 창업 준비할 때처럼 희망을 갖고 발품 팔며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폐업이 임박해서야 정리를 시작하게 되고, 손실은 배가 된다.

수개월 전부터 계획을 세워 폐업을 준비하면 손실을 많이 줄일 수 있다. 폐업 전문가에게 폐업 시 꼭 알아둬야 할 ‘꿀팁’을 물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역시 ‘점포 양도양수’다. 매장 철거가 아니라 일부 돈을 받고 다른 이에게 매장을 넘기는 것이다. 비단 권리금을 받기 위해서는 아니다. 기존 인테리어나 집기를 똑같이 활용할 수 있는 사업자가 들어오면 원상 복구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박영훈 폐업119 매니저는 “권리금을 얼마라도 받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폐업을 미루다 적당한 시점에 양도를 못하고 원상 복구까지 다 하는 경우도 있다. 권리금을 한 푼도 못 받더라도 최대한 양도하고 가는 것이 철거 비용을 아끼는 길이다. 깔끔한 바닥이나 벽면 상태를 어필하며 다음 임차인이 최대한 기존 매장을 활용하도록 협상해 공사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도양수에 실패하면 어쩔 수 없이 ‘철거’를 해야 한다. 임차인에게는 기본적으로 원상 복구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철거 공사를 해야 하는데, 견적을 받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공사비 견적은 기본적으로 2~3군데 이상 받는 편이 좋다. 철거 견적은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인건비나 폐기물 비용, 작업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렇다고 가장 낮은 철거비를 제안하는 업체와 덜컥 계약을 해서도 곤란하다. 공사 도중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비용을 추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정예희 컨설턴트는 “철거 계약을 맺을 때에는 계약서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자나 메신저로 구체적인 철거 계획을 꼭 남겨놓는 편이 좋다. 의도적으로 견적비를 낮춰 부르거나, 중간에 공사비를 추가하는 것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 여러 업체로부터 받은 견적 비용의 평균을 계산해 업체 선정 시 참고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를 끝내기 전 임대인이나 관리인과 상의를 하면 추가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철거 업체가 철수한 후에 임대인이 나타나 수정이나 추가 공사를 요구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공사가 80~90% 정도 진행된다면 임대인을 현장에 부르거나 사진·동영상을 보내 공사 내용을 최종 확정하는 것이 좋다.

중고 집기나 설비를 처분할 때도 철거와 마찬가지로 여러 업체에 견적을 받아봐야 한다. 보통의 중고 물품은 시장 가격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폐업 때는 그렇지 않다. 고경수 폐업119 대표는 “폐업 때는 중간 업자들이 부르는 게 곧 가격이 된다. 예를 들면 같은 설비를 내놔도 ‘돈 안 주고 그냥 가져가겠다’는 업체부터 ‘300만원 이상 주겠다’는 업체까지 금액 차이가 크다. 중간 업자들은 원래 가격의 10% 이하로 매입해서, 40~50% 수준으로 다른 예비 창업자에게 판매하는 것이 보통이다. 업체를 잘 선택해 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폐업 시 임대료 줄이는 방법은

▷폐업 3개월 전 말하면 ‘해지 가능’

폐업 시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임대차 계약 기간’이다.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았다면 폐업이 어렵다. 장사를 안 하면서도 임대료를 내야 하거나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개정된 법을 반드시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다. 올해부터는 코로나19 사태로 방역 조치를 3개월 이상 시행하고 그로 인해 경제적 사정의 중대한 변동이 있어 폐업한 경우 임대차 계약을 위약금 없이 해지할 수 있다. 임차인이 해지를 통보한 후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코로나로 인한 차임 연체는 계약 해지와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특례조항도 있다. 즉 그동안 밀린 임대료가 있어도 계약 해지가 가능한 것이다.

폐업 예정자 입장에서는 행사할 수 있는 법률 수단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나오는 ‘차임 증감청구권’이다. 경제 상황이 급변한 경우, 임대료를 증액하거나 감액할 수 있는 권리다. 한마디로 ‘월세를 깎아달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예를 들어 A씨가 매월 월세를 200만원 내고 있다고 해보자.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장사를 아예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때 A씨는 임대인에게 월세를 100만원으로 깎아달라는 ‘차임 감액 청구’ 내용증명을 보낼 수 있다. 이때 임대인은 ‘못 깎아준다’고 주장할 수 없다. 감액 규모는 향후 법정에서 결정된다. 임차인이 요구하면 즉시 효력을 갖는 ‘형성권’이기 때문이다.

김호진 법무법인 율우 대표변호사는 “중요한 것은 ‘앞으로 100만원만 내겠다’고 통보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이후부터 계속 100만원만 보내는 것이다. 임대 계약이 끝나면 임대인은 보증금에서 임차인이 내지 않은 100만원을 빼고 돌려줄 텐데, 이후 소송을 통해 추가 반환 규모를 결정하는 식이다. 매출 감소가 확실하면, 임대인 입장에서는 감액청구권을 거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업 시작 전, 미리 폐업 준비를

▷빚 너무 많다면 ‘개인회생’도 방법

폐업은 언제고 맞닥트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폐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매장을 준비하면 나중에 도움이 된다.

‘임대차 계약’부터 잘 맺어야 한다. 특히 원상 복구와 관련된 사항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원상 복구는 원칙적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 합의에 따르는데, 이때 계약서가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임차인이 들어가기 전 상태로 복구’가 원칙이다. 하지만 이전 임차인이 해놨던 인테리어까지 모두 철거해야 하는지, 또는 벽지 도배나 천장 석고보드 등 ‘마감’까지 해줘야 하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김호진 대표 변호사는 “임대차 계약서에 별말이 없으면 본인이 매장에서 장사를 시작했을 때 당시 상태로만 복구하면 된다. 하지만 특약으로 ‘전 임차인이 설치한 인테리어도 철거한다’ ‘준공 상태로 원상 복구한다’는 항목을 추가하는 임대인도 있다. 이때는 계약서 내용대로 철거 의무가 생기고, 철거비가 급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계약 전 특약을 꼼꼼히 살펴보자”고 조언한다.

폐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 기준’에 본인 사업 규모를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정부 폐업 지원 대상은 ‘매출 10억원이 넘지 않고’ ‘5명 이상 고용하지 않는’ 소상공인이다. 만약 폐업을 생각하고 있으면 종업원 수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등 미리 신경 쓰는 게 좋다.

빚이 너무 많다면 법원에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파산’은 고령·건강의 이유로 경제 활동을 못하게 된 사람이 자기 채무를 완전히 탕감받는 제도다. ‘개인회생’은 젊고 건강한 성인이 향후 3~5년 동안 채무의 일정액을 분납하면 나머지 채무를 탕감받을 수 있는 제도다.

개인회생이 보다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1억원 채무가 있는 B씨가 개인회생을 신청한 이후 월급 200만원을 받는 직장에 취업했다고 해보자. 이때 월급 중 최저 생계비 120만원을 제외한 80만원을 3년 동안, 총 3000만원가량 갚으면 나머지 7000만원 채무가 면제된다.

자영업자의 개인회생 신청을 지원해주는 정부 정책도 있다. 폐업 예정자가 개인회생을 법원에 신청할 때 들어가는 약 200만원 상당의 변호사 비용을 무료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원 대상은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폐업 예정자와 기폐업자로 소진공 사이트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나건웅 기자,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3호 (2022.01.19~2022.0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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