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 영업이익 첫 1조 유력..非통신에 꽂혔다

배준희 2022. 1. 19. 18: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EO LOUNGE]
1962년생/ KAIST 산업공학과(석사)/ 1999년 LG텔레콤 입사/ 2006년 LG텔레콤 영업전략담당(상무)/ 2014년 LG유플러스 MS본부장(전무)/ 2017년 LG유플러스 PS부문장(부사장)/ 2020년 LG유플러스 컨슈머사업총괄(사장)/ 2021년 LG유플러스 CEO(현)
취임 2년 차를 맞은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 사장(60)에게 임인년은 여러 의미에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본업 호조와 비통신 사업 강화 덕분에 2021년 기준 연간 영업이익은 창사 이후 처음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올 2월 예정된 5G 주파수 경매를 잡음 없이 종결짓는 것도 황 사장에게 주어진 과제다.

황 사장은 LG그룹 입사 후 경력의 대부분을 통신 사업에서 닦았다. 그는 한양대 산업공학과와 카이스트 산업공학과에서 각각 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황 사장은 1991년 LG 회장실로 입사한 후 LG텔레콤 강남사업부장(상무), ㈜LG 경영관리팀장(전무), LG유플러스 MS본부장(전무) 등을 거쳤다. 2020년 11월 새 대표이사로 임명된 뒤 2021년 3월 주총을 거쳐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됐다.

최근 재계 화두는 조직문화 혁신이다. 과거에는 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이 조직 위계질서 하단부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파하는 ‘톱다운 이노베이션’이 주된 전략이었다면 최근 화두는 정반대다. 임원이 아닌 일반 직급 임직원의 제안으로 산발적 혁신이 이뤄지는 ‘보텀업 이노베이션’이 혁신 전략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전략 변화의 일환으로 재계에서는 MZ세대를 품으려는 다소 튀는 시도가 유행처럼 번지는 상황이다.

황 사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는 MZ세대 직원들이 스스로 조직문화를 바꾸고 확산하는 CA(Change Agent) 활동을 독려 중이다. CA는 2030대 직원을 선별해 조직문화에 대한 내부 목소리를 듣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한다. 신입 사원이 임원의 멘토가 되는 ‘리버스 멘토링’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매 분기 여는 ‘만·나·공(만나서 나누고 공감하는 시간)’이나 사내 구성원과 CEO가 정기적으로 만나 소통하는 ‘블루보드’ 등도 눈에 띈다.

▶통신·비통신 고른 성장

▷5G 가입자 수 증가세

포스트잇을 통한 현장 목소리 청취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황 대표는 영업점이나 고객센터, 기업대리점, 네트워크(NW)운영센터, 홈서비스센터 등 현장 직원이 포스트잇에 건의 사항을 적으면, 이를 확인하고 개선하는 ‘포스트잇 간담회’를 수시로 열고 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24차례 열려 현장의 소소한 개선 목소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다. 한쪽에서는 대기업 CEO가 지나치게 미시적인 부분까지 직접 챙기는 것을 두고 전략적 자원이 다소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CEO가 직접 나서 조직 운영의 변화를 촉진, 확산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런 황 사장에게 임인년은 남다른 해로 기억될 듯싶다.

우선, 2021년 연간 기준 영업이익은 창사 이후 처음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2021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약 1조400억원으로 전년보다 18%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개선은 5G 등 주력 통신 사업의 질적 성장과 비통신 부문 경쟁력 강화가 맞물린 결과다.

무엇보다 5G 가입자 수 증가가 눈에 띈다. 2021년 3분기 기준 LG유플러스의 5G 통신 가입자 수는 1년 전보다 89% 증가한 410만8000명을 기록했다. 반면, 비용 통제는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황 사장은 취임 직후 통신 사업에서 마케팅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고객 서비스 경험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왔다. 덕분에 지난해 3분기 마케팅 비용이 약 3% 감소했고 이동통신(MNO) 해지율은 소폭이나마 줄었다.

비통신 부문은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여 외형 성장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3분기 IPTV와 초고속 인터넷을 포함한 스마트홈 사업 매출은 568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 증가했다. 스마트팩토리 등 B2B(기업 간 거래) 사업 매출 역시 같은 기간 22% 늘어나 외형 성장에 보탬이 됐다.

순항하는 듯 보여도 황 사장 앞에 놓인 과제의 난도가 높다. 당장 시급한 숙제는 5G 주파수 경매를 잡음 없이 마무리 짓는 것이다. 낮은 5G 품질 탓에 이통 3사 중 가입 해지율이 가장 높은 LG유플러스로서는 주파수 경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핵심 과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월 중 5G 주파수 일부 대역의 추가 할당 경매에 나선다. 대상은 3.5㎓ 대역 20㎒ 폭(3.4∼3.42㎓) 5G 주파수다. 이번 경매는 정부가 LG유플러스의 요청을 검토 후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는 불공정 특혜라며 반발이 거세다.

5G 사업은 주파수와 대역폭이 핵심 변수다. 주파수는 전파가 공간을 이용할 때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다. 주파수는 작을수록 진동수가 낮고 회절성이 크다. 즉, 주파수가 낮을수록 속도는 느리지만 도달 범위가 넓어지고 주파수가 높을수록 속도는 빨라지지만 범위가 좁아진다. 통상 주파수 1㎓ 이하를 저대역, 1~6㎓를 중대역, 24㎓ 이상을 고대역(밀리미터파·mmWave)으로 분류한다. 국내에서는 3.5㎓ 중대역과 28㎓ 고대역을 사용해 5G 서비스가 이뤄지는데, 일상 속 5G는 대부분 3.5㎓ 중저대역 주파수를 쓰고 있다. 주파수 대역폭은 최고 주파수와 최저 주파수의 차이로, 대역폭이 넓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2018년 6월 5G 주파수 경매 당시 SK텔레콤과 KT는 각각 1조2185억원, 9680억원을 내고 100㎒ 대역폭을, LG유플러스는 8095억원에 나머지 2사보다 20㎒ 적은 80㎒ 폭을 확보했다. 당시 LG유플러스는 해당 주파수 대역이 이미 사용 중인 3.42~3.5㎓ 대역과 인접해 적은 폭을 받았으나 현재는 20㎒ 폭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주장했고 정부가 검토를 거쳐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주파수 대역 배치상 LG유플러스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을 경쟁사에서 내놓는 등 입씨름이 이어지는 중이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의 반발로 주파수 할당 대가가 과도하게 책정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자칫 소비자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주파수 할당의 실익이 훼손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비통신 사업을 키우는 것이 황 사장의 숙제다. LG유플러스는 LG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시총 순위가 꼴찌다. 최근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신통찮은 것은 그만큼 아직 미래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의미다. 황 사장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LG유플러스는 안정적인 통신 사업에만 매달리고 불확실성이 높은 투자를 꺼린다’는 기존 이미지를 불식할 혁신의 토대를 다지는 것이 그의 임기 중 과제다.

황 사장은 지난해 6월 첫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까지 비통신 사업 분야의 매출 비중을 현재 20%에서 30%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보안, B2B 솔루션, 콘텐츠 등을 비통신 6대 신사업으로 꼽았다. 특히 제조업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통합(SI) 등 LG그룹이 보유한 전략적 자원을 활용해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모빌리티, 클라우드, AI 고객센터 등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계획이다. 콘텐츠 영역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투자도 지속적으로 규모를 늘린다.

[배준희 기자 / 일러스트 : 강유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3호 (2022.01.19~2022.01.25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