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월세 68만원 < 전세 이자 76만원..이게 뭔 일
직장인 김모(39)씨는 오는 7월 전셋집 계약 만료를 앞두고 가시방석 위에 앉은 듯하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쓸 계획이지만, 혹시라도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며 거부할까 봐 연일 집주인 눈치를 살피는 중이다.
김씨는 2년 전 서울 강북구 미아동 A아파트(84㎡)를 전세보증금 4억3000만원에 구했다. 보증금 절반가량은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김 씨는 “2년 사이 전셋값은 치솟고, 전세대출 금리도 뛰고 있어 걱정”이라며 “만일 (전세) 계약 연장이 안 되면 전세 대신 월세를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차인(세입자)에게 대출 한파가 다가오고 있다. 최근 대출 금리가 오르며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비싸진 데다, 정부의 대출규제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서다. 더욱이 오는 7월 말 임대차 3법에 따른 갱신 계약이 끝나는 만큼 전세대출 수요도 급증할 수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치열한 대출 경쟁에 은행권 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1년 사이 전세대출 금리 1%p 뛰어
전세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며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대출의 이자가 월세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서울에서 아파트 전셋집을 구하면서 연 4.57% 금리에 2억원 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연간 이자는 914만원으로, 세입자는 매달 약 76만2000원을 갚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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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에 대출금리 오름세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는 것은 한은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지표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금융채(단기물) 금리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어서다.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1.69%)는 전달보다 0.1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초(0.86%)보다 1.9배 올랐다. 특히 최근 두 달간 0.4%포인트 뛰며 상승 속도를 높이고 있다.
또 일부 시중은행이 전세대출 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은행채 6개월·1년물 등 금융채 단기물 금리도 오름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금융채 6개월물(AAA)은 19일 기준 연 1.652%로 1년 전(연 0.814%)보다 2배로 상승했다.
금융권은 당분간 전세대출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코픽스 등락에 영향을 미치는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있어서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대출 재원을 마련하는 데 드는 이자가 상승해 조달 비용이 비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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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갱신계약 끝나는 수요 급증
올해 세입자는 이자 부담만 커지는 게 아니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대출 한파의 직격탄까지 맞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전세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치(4~5%)를 지난해(5~6%)보다 낮춰 잡았다.
시중은행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전세대출에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전세계약 갱신 시 전셋값 오른 만큼(증액 범위)만 대출해주고, 전세대출 신청일도 잔금 지급일 이전으로 제한했다. 전세대출을 받아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등 다른 용도에 쓰는 걸 막기 위한 장치(규제)를 더 한 것이다.
게다가 오는 7월 말이면 임대차 3법 시행 2년 차에 접어든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인이 계약 만료로 전세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 2~3년 새 급등한 전셋값(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주기 위한 추가 대출 수요가 은행으로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대출 문턱과 이자 오름세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하반기 계약갱신 청구가 끝나는 세입자들로 인해 전세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은행의 우려가 크다”며 “결국 은행은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는 등 대출 문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인한 실수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세세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급증한 가계부채를 신속히 해결하는 게 맞지만, 단순히 총량을 억제하는 건 위험하다”며 “수급이 해결되지 않으면 일부 서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히 전셋값과 대출 금리 급등으로 ‘전세의 월세화’가 본격화되면 자본을 축적해야 하는 젊은층과 노후 준비가 필요한 사람도 영향을 받는다”면서 “가계 부채 문제를 범부처가 협력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윤상언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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