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국가권력 오픈북 아냐"..형소법학회·참여연대 공수처 비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정보 조회를 통한 불법사찰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공수처의 ‘산파(産婆)’ 격인 참여연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18일 참여연대는 ‘1월 끄(그그-그사건그검사)의 세계’ 뉴스레터를 통해 “공수처가 악법을 근거 삼아 잘못된 수사를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해당 뉴스레터는 참여연대의 검찰개혁 관련 활동을 소개하는 e메일 소식지로, 구독자만 받아 볼 수 있다. 참여연대는 1996년 “부패수사를 전담하는 독립기관으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도입해야 한다”라는 주장을 하며 공수처 신설의 초석을 놓았다.
참여연대는 무엇보다 공수처가 “적법한 수사였다”라고 항변하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혹여 통신자료(통신서비스 가입자 신상정보) 조회를 당한 수백 명의 기자와 국민의힘 의원 등이 어떤 방식으로든 공수처의 수사와 관련 있었다고 이해해주더라도 문제라는 주장이다.
참여연대 “법 조항 있다고 당사자 동의 없이 무단 수집”
참여연대는 “핵심적인 문제는 통신자료 무단수집 자체”라고 강조했다. 물론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법원의 영장 발부나 당사자의 동의 없이 해당 인물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일 등의 통신자료를 통신사로부터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현행법에 부합한다고 이에 근거해 당사자의 동의 등 없이 무차별적으로 통신자료를 수집하는 건 그 자체만으로 무단 수집이고 문제라는 이야기다.
수사기관 등의 무단 통신자료 수집을 막기 위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10년가량 동안 “통신자료를 제공받는 과정에 법원이 통제할 수 있도록 현행법을 바꾸자”라고 주장해왔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과거부터 검찰과 경찰도 하던 수사 방식인데 왜 공수처만 콕 찍어 비판하느냐는 항변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맞다”라며 “검찰과 경찰, 국정원 등은 더 하면 더 했지 공수처보다 덜 하지 않았다”라며 김 처장의 주장 일부에 동의했다.
참여연대 “검찰과 다르게 하라고 공수처 만든 것”
그러나 참여연대는 “공수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을 견제하고 인권친화적 수사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바람으로 만들어졌고, 다른 수사기관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라며 “‘관행’ ‘적법’ 운운하며 악법을 근거삼아 잘못된 수사 방식을 활용하는 건 변명이 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공수처와 더불어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과거 통신자료 제공 관련 법 개정을 막아선 사람들”이라며 “‘내가 하면 수사, 남이 하면 사찰’이란 건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제라도 통신자료 무단 수집에 대한 문제의식이 모아졌으니, 위헌적 관행을 담고 있는 관련 법(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 등)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수십 명의 회원이 통신자료 조회를 당한 한국형사소송법학회에서 공수처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학회의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19일) 논문을 통해 “공수처의 통신자료 취득행위에서 드러난 실무를 살펴보면 대상을 선별함에 있어 해당 이용자의 (범죄와) 연관성을 상세히 구별한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공수처가 무차별적으로 통신자료 조회를 했다는 지적이다. 고위공직자범죄는커녕 고위공직자와 접점이 없는 가정주부, 교수, 전문가 등 무관한 일반인이 무더기로 조회당한 게 단적인 증거다.
형사소송법학회 박용철 교수 “개인은 국가권력에 오픈북 아냐”
박용철 교수는 “개인은 국가권력에 오픈북일 수 없다”라며 “아무리 범죄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과정이라 하더라도 무절제한 개인정보 조회를 당연한 것으로 보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공수처의 수사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정치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일각의 주장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정치적 공세가 아니라 국민 기본권 보장의 한계 설정과 관련된 중요 문제라는 의미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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