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0명 처방 가능 팍스로비드, 사흘간 39명뿐인 이유

어환희 2022. 1. 1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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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국내에 상륙한 지 일주일 째다. 당초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모았지만 처방 속도는 예상보다 지지지부진하다. 현장에선 투약 대상인 65세 이상 경증 환자가 많지 않은 데다 부작용에 대한 환자들의 거부감이 큰 것이 처방이 잘 안 이뤄지는 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환자는 총 39명뿐이다. 재택 치료 31명과 생활치료센터 치료 8명이다. 앞서 방역 당국은 3주 동안 하루 1000명 이상에 투약할 수 있도록 치료제 초도 물량을 확보했다고 했다. 예상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왜 그럴까.

16일 서울 구로구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화이자사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요인① 투약 대상자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 팍스로비드 처방이 저조한 원인으로, 의료 현장에선 '까다로운 투약 대상자 기준'을 가장 먼저 꼽는다.
앞서 방역 당국은 "글로벌 치료제 수요가 많아 국내 초기 도입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며 먹는 치료제 투약 대상을 좁게 잡았다. 증상이 나타난 지 5일이 안 된 경증~중등증 단계의 65세 이상 또는 면역 저하자가 처방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기준을 충족하는 확진자는 극소수라고 현장에선 입을 모은다.

서울의료원에서는 지난 일주일간 단 한 번의 처방도 이뤄지지 않았다. 평소 재택치료자 40여명을 관리하는데, 18일 저녁 기준 65세 이상은 단 1명뿐이었다. 그나마도 이 확진자는 증상이 없어 투약 대상에서 빠졌다. 김석연 서울의료원 의무부원장은 "재택 치료 대부분은 젊은 환자들"이라면서 "팍스로비드 병용금기약 등을 살펴보는 단계까지 가는 대상 환자들이 현재는 없다"고 말했다.

재택치료 환자 180여명을 관리하는 서울 하나이비인후과에선 현재까지 단 한 건의 팍스로비드 처방이 이뤄졌다. 이상덕 하나이비인후과 원장은 "65세 이상 대상자는 많아야 한두명"이라며 "그마저도 병용금기약물 복용 등으로 걸러내면 없어진다"고 말했다. 연령 제한을 낮추는 등 투약 대상자 풀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현재 진단 체계상 증상 발현 5일 이내에 처방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단받고 약을 쓸지 고민하기까지 사나흘은 걸린다는 거다. 이 원장은 "증상이 나타나서 다음날 검사를 받고, 확진 결과는 그다음 날 받게 된다. 재택 치료로 우리(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에게 이관되고 문진 등 거쳐 '팍스로비드 써볼까' 하면 벌써 4~5일째"라고 토로했다.

요인② 부작용 걱정되니 안 먹을래요. 당초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환자들의 복용 거부 사례도 빈번했다. 신약인 데다가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증상이 가볍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80명이 입원해 있는 경기의 한 생활치료센터에선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으로 꼽한 확진자 4명 중 2명이 투약을 거부했다. 한 명은 65세 이상 경증 환자, 또 다른 한 명은 비장 절제술을 받은 20대 남성으로 면역저하자로 분류돼 투약 대상자에 포함됐다. 두 사람 모두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투약을 거부했다고 한다. 센터 관계자는 "국내 처음 들어온 신약이라 부작용 등 입증이 안 됐다고 생각하시더라"면서 "어차피 증상이 심하지 않으니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약을 먹진 않겠다고 거부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의원에서도 투약 대상자였던 환자의 거부로 처방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병원의 의사는 "복약 지도에 따라 팍스로비드 부작용에 관해서 설명을 하니 환자가 복용하지 않겠다고 하더라"면서 "증상이 심하면 재차 권할 텐데 일단은 환자와 보호자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서울의 한 생활치료센터에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도착해 관계자들이 수량 확인 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밖에 팍스로비드와 함께 복용할 수 없는 병용 금기 의약품이 많고, 이를 복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 처방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내한 병용 금기 약물은 28개로, 현재 국내에서 유통 중인 성분은 이 중 23개다. 전문의약품은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로 걸러지지만, 영양제 등 일반의약품은 시스템으로 걸러지지 않아 시간이 걸린다.


방역 당국 "처방 기준·절차 개선하겠다"


정부는 아직 도입 초기라 처방이 저조하다고 보고 있다. 이어 처방 기준과 절차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9일 브리핑에서 "각종 처방 기준이나 절차에 대해 다소 숙련이 필요한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 시기가 지나가면 처방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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