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여론 폭발한 '한·일 관계'.."日 나쁘지만 정부도 잘못"

박현주 2022. 1. 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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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5월 출범하는 새 정부는 수많은 외교적 난제를 마주하게 된다.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선 국민의 생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 지지 없이는 어떤 외교 정책도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공동으로 한국의 외교 환경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민심으로 읽은 새 정부 외교과제' 시리즈를 진행한다. 여론조사 결과(1회)와 빅 데이터 분석 결과(2회), 전문가들이 꼽은 올해 아시아 11대 이슈(3회) 등을 전한다.

2회 빅 데이터 분석은 지난해 1~11월 사이 한국어로 작성된 트위터 문서 40억 3702만 8316건과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뉴스 851만 5358건을 대상으로 했다. 빅 데이터 전문기관 바이브 컴퍼니에 의뢰했다. 한‧미 및 한‧중 및 한‧일 관계와 관련한 트위터 언급량을 분석하고, 관심을 모았던 이슈를 추려내 구체적인 뉴스 댓글 내용을 파악했다.

특별취재팀


[민심으로 읽은 새 정부 외교과제-②]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중앙 포토
“일본이 싫지만, 한국도 잘한 건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악화일로인 한·일 관계에 대한 온라인 여론은 ‘반일 감정’과 ‘정부 책임론’으로 요약된다. 과거사 책임 회피 등 관계 악화의 1차적 원인이 일본에 있다는 인식이 명확했지만, 반일 감정을 부추기거나 이를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한 한국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평가하는 의견이 많았다.


온라인 여론 달군 한·일 갈등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분석 대상인 트위터 게시글 40억 3702만건 중 한·일 관계에 대한 언급량은 16만 746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미 관계에 대한 언급량(6만 3451건)보다 2배 이상이었고, 한·중 관계 언급량(2만 8567건) 대비 6배 가까이 됐다.

같은 기간 언론 보도의 경우 한·미 관계를 다룬 기사는 4만 9291건이었고, 한·일 관계에 대한 기사는 3만 9523건이었다. 언론은 한·미 관계에 더 집중했는데, 트위터 상의 관심에서는 역전된 셈이다. 이는 한·일 간 문제는 다른 외교 사안보다 한층 휘발성이 높다는 방증이자, 반일 감정이 폭넓게 퍼져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文 방일 가능성에 쏟아진 ‘반대 여론’


한·일 관계에 대한 온라인 여론의 3대 키워드는 ▶외교 ▶과거사 ▶경제였다.
지난해 한일 관계를 둘러싼 이슈 중 온라인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끈 사안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 여부였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일본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개막식 현장. 연합뉴스
외교 이슈 중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방일해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1~11월 한·일 관계를 다룬 언론 보도 중 댓글 수 기준 상위 100건의 보도를 분석한 결과, 이 중 19건이 도쿄 올림픽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다루는 기사였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은 1만 6473건이었다. 이 중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100건의 댓글을 추려 내용을 주제별로 분류한 결과 56건은 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댓글로는 “한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를, 그것도 실각이 예정돼 있는 총리를 꼭 만날 필요가 없다”, “‘노 재팬’ 해놓고, 독도 문제도 해결도 못하고 도쿄 올림픽 방일을 한다고?” 등이 있었다.

공감 수 기준 상위 100건의 댓글 중에는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이 12건이었고, 한국 정부가 반일 감정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10건이었다. 특히 “대통령의 방일 문제를 감정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청와대의 입장에 대해 “죽창가 부르면서 반일 선동하더니 이젠 감정적 대응 안 돼? 웃기네” 등의 비판적 의견이 많았다.


온라인 심판대 오른 文 3·1절 기념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과의 대화 의지를 표명했는데, 이같은 화해 메시지에 대해 온라인 여론은 비판 일색이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이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 “과거의 문제는 과거의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며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도 화제였다.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는 2019년 8월 발언과 온도 차가 컸다.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를 다룬 보도에 담긴 댓글은 1만 4601건이었고, 공감수 기준 상위 100건의 댓글 중 98건은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했다. 주요 댓글로는 “반일 감정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문 정부 아닌가?”, “아무리 국가 간의 외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지만 국가 외교 노선을 이렇게 뒤집는 것도 웃기다” 등이 있었다.

문 대통령의 대일 화해 메시지에 온라인 여론이 이처럼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은 반일 정서에 편승한 정부 정책 운용은 결국 국내에서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차기 정부 역시 유념해야 할 부분으로, 국민 여론을 고려하되 반일 감정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는 합리적 방향 설정이 필요한 셈이다.


연이은 과거사 갈등, 반일 감정 추동


한·일 관계의 핵심 뇌관인 과거사 문제 역시 주목도가 높았다. 특히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한국이 먼저 해법을 내놓으라는 일본 측 태도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지난해 10월 참의원 본회의에 출석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한국의 해법 제시를 요구하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지난해 10월 참의원 본회의에서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에 관해선 한국 측이 일본 측에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조기에 내놓도록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제징용 문제 해결의 공을 한국 측에 돌리는 일본의 태도와 관련해 주요 100건의 댓글 중 33건은 기시다 총리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정상이 저런 마인드이니 일본은 참 잘 되겠네. 반성 없는 나라” 등이었다. 일본에 대한 반감 표현이 26건이었고, 새로운 대일 외교 전략을 촉구하는 댓글도 1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 직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 소송대리인 김강원 변호사가 환영의 뜻을 밝히는 모습. 뉴스1

지난해 1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내용의 법원 판결도 온라인 여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법원 판결이)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밝혀 논란이 가열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을 다룬 3건의 주요 기사엔 3635건의 댓글이 달렸는데, 공감수 기준 상위 100개의 댓글을 추린 결과 한국 정부의 대일 외교 결과를 비판하는 내용이 77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담긴 댓글도 13건에 달했다. “지지율 상승이라는 사익을 위해 대일 외교를 이용했다” 등의 의견이었다.

특별취재팀=유지혜 외교안보팀장 wisepen@joongang.co.kr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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