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코로나19.. 장기기증 줄면서 대기자들 '한숨'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2022. 1. 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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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출입 제한으로 뇌사자 신고 감소
'슬의생' 효과 덕분.. 지난해 장기기증 희망자 등록 늘어
장기기증 등록 비율 4% 불과.. 더욱 확산돼야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장기기증이 줄어든 반면, 장기이식 대기자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뇌사자 장기기증 건수가 전년 대비 30건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들의 병원 출입이 제한되고 의료진 업무가 과부하된 데 따른 결과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아직까지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뚜렷한 해결책 또한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 사이 장기 이식만을 기다리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시간은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다.

◇장기 기증·이식 감소… 대기자 4만6000명 육박

18일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장기 등 이식 및 인체조직’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기증 뇌사자는 총 442명으로 2020년보다 36건(7.5%) 감소했다. 뇌사자 장기기증을 통한 이식 건수(1478건) 역시 7.5%가량(2020년 1599건) 줄어든 가운데, 장기별로 ▲신장 747건 ▲간 357건 ▲췌장 37건 ▲심장 168건 ▲폐 167건 ▲소장, 손·팔 각 1건의 장기 이식이 이뤄졌다. 신장·간 이식이 각각 101건·38건씩 크게 줄었고, 폐·췌장 이식은 17건·5건 늘었다. 같은 기간 뇌사자와 생존자, 사후 장기이식을 모두 더한 전체 장기이식 건수는 5674건을 기록하면서 2019년부터 3년 연속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장기이식 대기자(누계)는 2020년 4만3182명에서 지난해 4만5855명으로 2700명가량 많아졌다. 해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게 장기를 이식해줄 기증자들과 이식 건수는 줄고 있는 셈이다.

◇병원 출입제한·업무 과부하 영향… “보호자 설득 더 어려워져”

지난 2년간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휩쓴 가운데, 장기기증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중환자실·응급실 출입 및 면회 제한으로 뇌사추정자 확인과 뇌사자 보호자 면담에 어려움이 따랐고, 이 과정에서 장기기증 건수 또한 줄 수밖에 없었다. 일부 병원에서는 사전에 기증을 희망한 뇌사자가 있었지만, 입원한 중환자실 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장기기증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장정숙 홍보교육전략부장은 “(장기이식)코디네이터들이 중환자실, 응급실을 들어가지 못하고 전화를 이용해 뇌사추정자를 확인하고는 있으나, 직접 병원을 방문해 확인하는 것에 비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보호자가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화만으로 보호자를 설득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지난 2년 간 코로나19로 의료진·병원 업무 과부하가 누적되면서, 병원의 뇌사추정자 신고와 뇌사자 장기기증 진행도 줄게 됐다. 실제 사전 협약을 통해 장기조직기증원 주도로 기증 전 과정을 진행하는 병원의 장기 기증 건수는 늘었으나, 자체적으로 장기기증을 진행하는 병원의 기증 건수는 줄어든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장기기증을 진행하는 전국 병원 중 장기조직기증원 주도로 기증 절차를 밟는 병원은 약 70% 수준이다.

◇‘슬의생’ 효과 있었지만… 여전히 기증 희망자 적어

전반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는 있었다. 지난해 장기·인체조직·골수 기증 희망자 등록 수는 17만5434건으로 2013년(19만4465건)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누계 등록 수는 258만9713건에 달한다. 이른바 ‘슬의생(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줄임말)’ 효과다.

실제 기존 월 평균 기증 희망자 등록 수가 600~800건이었다면, 지난해 드라마에서 장기기증 관련 이야기가 방영된 8~9월에는 등록 수가 4000~5000건으로 급증했다. 드라마 내에서 장기기증·이식을 통해 환자에게 새생명을 전하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된 결과다. 장정숙 부장은 “기증 문화 측면에서 본다면 2021년은 어느 해보다도 좋았던 해다. 드라마 방영 후 국민적인 관심과 반응이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 장기기증 문화는 가야할 길이 멀다. 여러 매체를 통해 장기기증의 필요성이 알려지고 인식 또한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 수 대비 장기기증 희망 등록 비율은 약 4%에 머물고 있다. 등록 비율이 59%에 달하는 미국이나 ‘옵트아웃’ 방식(장기기증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모든 국민을 기증 대상자로 등록)을 도입 중인 유럽 등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생애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살리는 방법… “인식 개선 절실”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은 대부분 장기이식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가장 부족한 장기인 신장의 경우 보통 6년의 대기 시간이 소요되는데, 투석 치료로 대기시간을 연장하더라도 실질적인 치료를 기대할 수 없고 대기 기간 동안 주변 장기가 손상을 입을 위험도 있다. 그나마 투석치료와 같은 방법조차 없는 심장, 간 등은 한 번 손상된 후 급속도로 악화돼 환자가 단기간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실제 지금도 매일 5.9명의 환자가 장기이식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와 같이 계속해서 기증 건수가 감소한다면 이식 가능한 장기가 줄고 이로 인해 사망하는 환자들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지속적으로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더 많은 이들이 기증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장정숙 부장은 “생애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살린다면 너무나 좋은 일이 될 것”이라며 “국민들이 장기기증을 당연한 것처럼 여길 수 있도록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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