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친소] 자코모 라스파도리 : 이탈리아 공격의 새로운 연결고리

김정용 기자 2022. 1. 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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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모 라스파도리(사수올로). 사수올로 트위터 캡처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탈리아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 조 2위에 그치는 바람에 오는 3월 플레이오프를 통과해야만 한다. 플레이오프 C조에는 이탈리아, 포르투갈, 터키, 북마케도니아가 편성됐다. 이들 중 단 한 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죽음의 조'다.


지난해 여름 유로 2020에서 우승했지만, 이탈리아의 고민은 대회 막판에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공격력 부족이다. 수비수지만 공격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했던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가 유로 본선에서 부상 당해 3월까지 복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로 우승을 이끈 특급 윙어 페데리코 키에사는 십자인대 부상으로 장기 결장이 예상된다. 스트라이커 치로 임모빌레는 언제나처럼 이탈리아 세리에A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대표팀에선 못미더운 편이다. 왼쪽 윙어 로렌초 인시녜는 이번 시즌 약간 부진하다. 올여름 나폴리를 떠나 토론토에 입단하기로 이미 계약을 마쳤는데, 나폴리 마지막 시즌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나폴리에서 4골 5도움을 기록 중인데 시즌 절반 이상 치른 가운데 득점 숫자도 예년보다 적을 뿐 아니라 4골 모두 페널티킥이다. 바로 전 시즌 19골 7도움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파괴력이 급감했다.


이탈리아 공격의 대안으로 부각되는 팀이 사수올로다. 자국 유망주 육성에 유독 강한 팀 컬러가 최근 극대화됐다. 23세 스트라이커 잔루카 스카마카는 9골을 넣으며 차세대 대표팀 주전감으로 떠올랐다. 22세 공격형 미드필더 라스파도리는 6골 4도움으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대표 발탁이 유력한 23세 수비형 미드필더 다비데 프라테시는 전진패스와 득점 가담 능력이 탁월하다. 이들은 사수올로 유소년팀의 대선배 도메니코 베라르디(10골 8도움)와 호흡을 맞추며 가공할 파괴력을 낸다.


그 중에서도 라스파도리는 핵심이다. 172cm 단신에 왜소한 체격인 라스파도리는 경기 내내 분주하게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움직임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부지런하고 기본기가 좋기 때문에 상대 빈틈을 파고들어 공을 받고 연계 플레이를 할 때 진가가 드러난다. 전방압박에 대한 기여도 역시 높다.


그렇다고 해서 부품 역할에 머무는 선수도 아니다. 가장 최근 멀티골을 넣은 엠폴리전에서는 후방부터 드리블하면서 몸싸움으로 수비의 도전을 버텨낸 뒤, 슛 페인팅으로 한 명을 돌파하고 정확한 슛으로 마무리했다. 개인기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두 번째 골은 스카마카와 원터치 패스를 주고받으며 기회를 만들어준 뒤, 스카마카의 슛이 골대에 맞자 재빨리 문전으로 침투하며 밀어 넣었다. 그 밖에도 스카마카의 다른 골 상황에서 전방압박으로 득점기회를 이끌어내는 등 전방위적 활약을 보여줬다.


세 유망주 중에서도 라스파도리는 '성골 유스'다. 인근 지역 출신인 '로컬 보이'로서 아홉 살에 사수올로 유소년팀에 입단, 임대 한 번 가지 않고 꾸준히 성장했다. 라스파도리와 달리 스카마카는 벌써 네덜란드 진출까지 시도했던 바 있고, 프라테시는 AS로마 유소년팀 출신이다.


지난 유로 2020 당시 완전 신인이었던 라스파도리가 본선 명단에 깜짝 선발됐다. 당시 전세계 매체들은 라스파도리의 주급이 약 3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점, 프로 선수로 뛰는 동시에 대학에서 스포츠과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점 등 여러모로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국적 유망주 3명이 눈부신 시너지 효과를 내다보니, 빅 클럽 이적설도 세트메뉴다. 최근 '투토스포르트'에서 인테르밀란이 스카마카, 라스파도리, 프라테시 동시 영입을 노린다는 보도를 했다.


다만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재능을 발휘하기엔 포메이션이 문제다. 라스파도리는 최전방과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뛸 수 있지만, 가장 어울리는 위치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다. 이탈리아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부임 이후 4-3-3 포메이션을 성공적으로 도입했기 때문에 라스파도리가 선발로 뛸 자리는 찾기 힘들다. 3월 플레이오프에서 스트라이커 스카마카, 윙어 베라르디, 미드필더 프라테시가 다 출격하는데 라스파도리만 벤치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라스파도리는 이탈리아가 꼭 골을 넣어야 할 때 가장 먼저 기용할 만한 벤치 자원이고, 장기적으로는 선발감으로 고려할 만한 선수다. 세대교체에 관심이 많아 일찌감치 라스파도리를 유로 2020 본선까지 데려갔던 만치니 감독으로선 성장세가 흐뭇하면서도 활용법 때문에 골치가 아플 것이다.


※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떠올라, 앞으로 친밀해 질 선수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사진= 사수올로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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