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검찰 이젠 말 안 한다..검사 이미지 벗으려는 윤석열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에서 ‘수사’와 ‘검찰’이란 단어가 사라졌다. 대장동 의혹을 직접 언급하는 경우도 드물어졌다. 지난달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사과 회견 뒤 대장동을 찾아 특검을 요구했던 모습과는 달라진 것이다.
윤 후보의 이런 변화엔 선대본부 개편 이후 외연 확장을 꾀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단 분석이 제기된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윤석열다움’은 가져가야 하지만 ‘전직 검찰총장 윤석열’은 내려놓으려 한다는 주장이다. 윤 후보 측 선대본부 관계자는 “검찰총장 시절의 공정과 정의란 가치는 유지하되 검사의 틀은 벗어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이런 변화는 최근 PK(부산·경남) 방문 일정에서도 드러났다. 윤 후보는 ▶가덕도 공항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경남 우주청 설립 ▶산업은행 부산 이전 등 지역 맞춤형 공약을 발표에 집중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도 코로나와 원전 등 정책 분야에 한정됐다.
지난달 TK(대구·경북) 방문 당시 지역 선대위 출범식에서 “공수처장을 당장 구속해야 한다”“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특검을 받아야 한다”고 반복해 외쳤던 수사 관련 메시지는 찾기 어려웠다. 당시 윤 후보의 거친 발언은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지지율엔 역효과를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했을 때 캠프 내부에선 두 가지 의견이 부딪쳤다”며 “검찰총장 윤석열의 모습을 다시 강조하는 것과, 지금의 외연 확장 전략이었다. 전자는 실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는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윤 후보의 PK 방문 당시 후보를 만났던 부산의 중진 의원도 “정치라는 건 검찰 조직처럼 상명하복으로 움직일 수 없지 않으냐”며 “윤 후보에게 맞춤형 공약을 통해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라는 조언을 건넸다”고 전했다. 윤 후보도 이런 제안에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윤 후보는 PK에서 돌아온 뒤에도 사회복지사와 소상공인을 만나고 게이머와 코인투자자를 겨냥한 맞춤형 정책을 발표하는 등 외연 확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검사 출신의 국민의힘 의원은 “검사 이미지를 벗어나란 말은 윤 후보가 출마 초기 때부터 들어왔던 말”이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덜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선대본부에 따르면 윤 후보 역시 주변 참모들에게 메시지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윤 후보는 “정치라는 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유권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해줘야 하는 것”이란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공약 회의에서도 “이 공약이 유권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부터 말해달라”는 주문이 먼저 나온다고 했다. 최근 출렁였던 지지율 변화를 몸소 겪으며 유권자의 반응에 과거보다 훨씬 민감해진 것이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대장동도 선거의 중요한 축이지만 대장동 수사만 외쳐선 대선을 이길 수 없다”며 “후보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다양한 정책 분야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윤 후보의 정책 메시지가 더 세련되고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윤 후보도 검찰 이슈 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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